너무 맛있으면 왼쪽의 해괴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니까 적당히 처먹기 바랍니다.
이... 이 맛은?!
매실을 설탕에 절여 만드는 것.
정식으로는 매실청이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흔히 매실액기스, 매실엑기스, 매실효소 등으로도 부르는데, 효소라고 부르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좀 이상하다. 발효효소를 만들어 먹는 물건이라기보다는 설탕의 삼투압으로 매실 성분과 수분을 뽑아낸 당절임액에 가깝기 때문.
6월 초에는 청매실이 많이 나오고 더 익으면 황매실이 된다. 황매실은 청매실과 아예 다른 품종이라기보다 매실이 더 익으면서 노랗게 변한 것에 가깝다.
예전에는 청매실이 매실청 담그기의 정석처럼 취급됐는데 최근에는 황매실도 많이 쓴다. 향이 더 강하고 신맛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편이라 황매실만 찾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의외로 안전성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매실 씨에는 자연적으로 시안화합물이 들어 있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황매실을 사용하면 청매실에 비해 매실청의 시안화합물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매실액기스 담그기
집마다 레시피가 다르고 할머니마다 자기 방법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이 신의 액기스를 담그기 위해선 당연히 매실, 설탕, 그리고 담을 통이 필요하다.
보통 대량으로 담그는 집에서는 매실 10kg, 20kg씩 사다가 담그며 용기는 유리병이나 식품용 플라스틱 통을 쓴다. 매실 10kg이면 20L 넘는 큰 통을 쓰는 경우가 많다.
플라스틱을 쓸 경우 아무 싸구려 통이나 쓰지 말고 식품 보관용으로 만들어진 튼튼한 제품을 쓰는 게 좋다.
설탕은 백설탕이든 황설탕이든 취향대로 쓰면 된다. 흑설탕을 넣는다고 갑자기 몸에 두 배로 좋아지는 건 아니다.
비율
매실과 설탕의 비율은 1:1이 가장 흔하다.
옛날부터 1:0.8, 1:0.5 등 집집마다 별별 비율을 다 쓰지만 설탕이 너무 적으면 곰팡이나 이상발효가 생길 가능성이 올라간다.
식약처에서도 매실과 설탕을 1:1 비율로 담그는 방법을 권장한다.
올리고당을 이용해서 담그기도 한다.
씻기
우선 매실을 깨끗하게 씻는다.
표면의 먼지나 이물질을 제거한 다음 물기를 완전히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물기가 많이 남은 상태로 담그면 잡균이나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진다.
말리는 동안 꼭지를 다 따준다.
꼭지는 이쑤시개나 뾰족한 도구를 이용해 빼는 경우가 많다. 과도로 파다가 손가락까지 같이 따지 말자.
매실청 담글 때 제일 귀찮은 작업이 이거다. 20kg 샀다가 꼭지 따기 시작하면 내가 왜 이딴 걸 시작했나 후회하게 된다.
씨 제거
예전 집밥 레시피에서는 매실을 통째로 담그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매실 씨에는 자연적으로 시안화합물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씨를 제거하고 담그는 방법도 권장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씨를 제거한 매실을 사용하면 일반적인 매실청에 비해 시안화합물을 약 95%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존나 귀찮다는 것.
매실 수십kg 씨 빼다가는 액기스 먹기도 전에 사람이 먼저 늙는다.
그래서 그냥 통째로 담근 뒤 일정 기간 후 건져내는 전통적인 방법도 여전히 많이 쓰인다.
설탕 넣기
어른들이 흔히 하는 방식은 대야에 매실과 설탕을 한번 버무린 다음 통에 넣는 것이다.
귀찮으면 매실과 설탕을 층층이 넣어도 된다.
매실 조금 넣고 설탕 붓고, 또 매실 넣고 설탕 붓고 반복하면 된다.
맨 위에는 설탕을 조금 넉넉히 덮어주는 집도 많다.
2~3일 지나면 삼투압에 의해 매실에서 물이 빠져나오면서 액체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아래쪽에 설탕이 잔뜩 가라앉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깨끗하고 마른 국자나 주걱으로 가볍게 저어 녹여주면 된다.
가스
초기에는 미생물 활동에 의해 가스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담근 직후부터 뚜껑을 미친 듯이 꽉 잠가놓는 건 좋지 않다.
식약처에서도 담근 초기 약 1개월은 뚜껑을 느슨하게 잠그거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스를 빼주는 방법을 권장한다.
꽉 닫았다가 압력이 차면 뚜껑이 튀거나 내용물이 새어나오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집은 매실향 나는 벌레파티장이 된다.
다만 아예 뚜껑을 활짝 열어놓고 방치하라는 뜻은 아니다. 벌레와 먼지가 들어가면 그것도 좆된다.
언제 매실을 건지나
옛날에는 100일을 기준으로 매실을 건지는 레시피가 매우 유명했다.
그래서 한국 인터넷에 떠도는 매실청 레시피 상당수가 "100일 후 매실을 건져라"라고 적혀 있다.
현재 식약처 권고도 크게 다르지는 않으며, 실온에서 약 3~4개월 담근 뒤 매실을 제거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러니까 대략 100일 전후라고 보면 된다.
건져낸 매실은 쭈글쭈글해져 있다.
이걸 가지고 매실장아찌 비슷하게 먹거나 잼 등으로 이용하는 집도 있지만 이미 당과 향이 상당 부분 빠져나갔기 때문에 그냥 버리는 집도 많다.
매실주에 활용하는 레시피도 있으나 술을 따로 만들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과실주 방식에 맞춰 담그는 편이 낫다.
숙성
매실을 건져냈다고 바로 물처럼 퍼마시지 말자.
매실 씨에는 자연적으로 시안화합물이 존재하며 특히 덜 익은 청매실과 씨 부분에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매실 씨 독성이 1년 지나면 전부 사라진다"고 흔히 알려졌는데 정확히는 숙성하면서 시안화합물이 감소한다고 보는 게 맞다. 무조건 1년이 지나면 0이 되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식약처에서는 매실을 3~4개월 뒤 제거하고, 남은 매실청을 서늘한 곳에서 6개월 이상 추가 숙성하는 것을 권장한다.
처음부터 황매실을 쓰거나 씨를 제거해서 담그는 것도 시안화합물을 줄이는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안전빵으로 가려면
- 깨끗하게 씻고 물기 제거
- 꼭지 제거
- 가능하면 황매실이나 씨 제거 매실 사용
- 매실 : 설탕 = 1 : 1
- 초기 한 달은 가스 관리
- 3~4개월 뒤 매실 건지기
- 매실청만 6개월 이상 추가 숙성
정도로 하면 된다.
모두들 매실먹고 디시질 합시다.
효능
문서를 읽기 전에 모니터 앞에서 따봉각을 치켜 세웁시다.
혹시 영암에 걸리거나 죽창 맞은 병신이 있을 경우 빨리 이 문서로 와서 치료를 받길 바랍니다.
"이 문서를 보고 암이 나았습니다. 힐렐루야!"
매우 단 맛으로 맛있다. 존나 맛있다.
새콤한 매실향에 설탕을 때려박았으니 맛이 없기가 더 힘들다. 단걸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일 수도 있지만 차갑게 희석하면 꽤 잘 들어간다.
걍 닥치고 먹어봐라 입에 닿는 순간 아니 이맛은 하고 놀랄 수도 있다. 그리고 단맛과 신맛 조합 때문에 은근 중독성이 쩔어준다.
다만 건강식품이라는 이유로 설탕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실과 설탕을 1:1 가까이 넣어서 만드는 물건이라 원액은 당 함량이 엄청나다. 몸에 좋다고 원액을 물처럼 처먹으면 그냥 설탕물 존나 먹는 거다.
따라서 보통 물에 희석해서 먹는다.
매실청 1에 물 3~7 정도로 취향에 맞게 타먹으면 되고 여름에는 얼음을 넣으면 훨씬 낫다.
탄산수에 타면 매실에이드가 된다.
이게 의외로 존나 맛있다.
소화
한국에서는 예전부터 체했거나 속이 더부룩할 때 매실액기스를 먹는 문화가 있다.
매실에는 구연산을 비롯한 여러 유기산이 들어 있기 때문에 신맛이 침이나 위액 분비를 자극할 수 있고 식후에 마시면 개운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체했다 → 냉장고에서 매실청 꺼냄"
이라는 패턴이 한국 가정집에서 상당히 흔하다.
실제로 먹고 속이 편해졌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매실청이 의약품이나 소화제는 아니다.
체했을 때 매실청 한 잔 마시고 괜찮아졌으면 다행인데, 심한 복통이나 구토가 계속되는데도 "매실 먹었으니 내려가겠지" 하고 버티지는 말자.
옛날에는
| “ |
집에 꼭 매실액기스 한통 상비해두자. 이거만 만들어두면 소화제 살 필요없다. |
” |
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는데 진짜 소화제를 완전히 대체하는 물건은 아니다.
그냥 맛있는 민간요법 정도로 생각하면 편하다.
설사
설사하고 배 아플 때 원액으로 처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ㄴ 그러면 미각 마비되고 입안 존나 진득진득할텐데 ㄷㄷ
- ㄴ 원액 먹는 집인데, 마비까진 아니다. 좀 독하긴 하지만.
다만 설사를 멎게 하는 약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설사가 심하면 당분이 많은 음료를 과하게 마시는 게 속을 더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적당히 먹는 게 좋다.
피로
매실액기스와 물을 타서 마시면 새콤달콤해서 피곤할 때 꽤 개운하게 느껴진다.
특히 얼음물에 타서 마시면 여름에 존나 잘 넘어간다.
원문에서는 "하루 세 번 처먹으면 몸에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 진짜 몸이 가벼워짐"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이건 개인 경험에 가까운 이야기다.
당분이 들어 있으니 당 떨어졌을 때 일시적으로 기운이 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매실청이 피로를 치료하는 명약은 아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싼 명약이라기보다는 존나 맛있는 설탕절임 음료 정도가 가장 정확하다.
먹는 법
제일 흔한 방법은 역시 물에 타먹는 것.
물이랑 타서 얼음넣어 먹으면 시원하게 넘어가는게 참 좋다. 개꿀맛이다. 어떤 아이스티보다 맛있다.
탄산수에 넣으면 매실에이드가 되고 따뜻한 물에 넣으면 매실차처럼 먹을 수 있다.
술 마시는 사람들은 소주나 탄산주에 조금 넣기도 한다.
요리에도 엄청 많이 들어간다.
한국 가정집 냉장고에 있는 매실청은 음료수보다 오히려 요리용으로 더 많이 소모되기도 한다.
불고기, 갈비, 제육볶음 같은 양념에 설탕 대신 조금 넣기도 하고 초무침, 냉면 양념장, 비빔국수, 각종 소스에도 넣는다.
설탕의 단맛뿐 아니라 매실의 산미와 향이 같이 들어가서 양념 맛이 좀 더 복잡해진다.
다만 "매실청을 넣으면 고기가 연해진다"는 식으로 만능 연육제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매실청의 주 역할은 단맛과 산미를 추가하는 것에 가깝다.
복숭아액기스
이거랑 비슷하게 복숭아를 설탕에 절여 청을 만들 수도 있다.
복숭아청, 자두청, 레몬청, 유자청 등 만드는 방식은 대충 비슷하다.
다만 과일마다 수분량과 산도, 저장성이 다르므로 무조건 매실청 레시피를 그대로 복붙하면 안 된다.
원문에는 복숭아액기스가 매실보다 더 시다고 되어 있는데 복숭아 품종과 숙성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는 매실 자체가 산도가 높은 과일이라 매실청 쪽이 더 시큼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시판 제품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매실 주스도 맛있다.
대표적으로 웅진 초록매실 같은 제품 때문에 매실 음료 자체가 한국에서는 꽤 익숙한 장르가 됐다.
다만 시판 매실음료와 집에서 담근 매실청은 맛이 꽤 다르다.
시판 제품은 바로 마시기 좋게 당도와 산도를 맞춰놓은 음료이고, 집에서 만든 매실청은 거의 농축 시럽에 가까워서 물에 희석해서 먹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집에서 만든 거라고 무조건 건강하고 시판 제품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결국 둘 다 많이 마시면 당 많이 먹는 건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