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위키에서 바라본 디시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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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위키 입장에서 디시위키는 원본이자 폐허이자 반면교사다.
까놓고 말해서 노바위키는 디시위키의 시체에서 시작한 위키다. 디시위키가 남긴 문서, 틀, 말투, 병신력, 아무말 대잔치, 기묘한 집단지성, 그리고 가끔 튀어나오던 미친 통찰이 없었으면 노바위키도 없었다.
그러니까 노바위키가 디시위키를 보고 “저딴 병신 위키랑 우리는 다르다” 하고 선 긋는 건 양심 없는 짓이다. 우리는 디시위키의 자식이 맞다. 다만 호적은 새로 판 자식이다.
디시위키의 장점은 분명했다. 다른 위키들이 “출처가 어쩌고, 중립성이 어쩌고, 문체가 어쩌고” 하면서 각 잡고 있을 때, 디시위키는 그냥 냅다 들이박았다. 애니, 게임, 정치, 역사, 인물, 인터넷 밈, 좆같은 일상, 분노, 한풀이, 추억까지 죄다 문서로 만들었다.
좋게 말하면 자유로웠고, 나쁘게 말하면 개판이었다. 근데 그 개판 덕분에 살아있는 문서가 많았다.
디시위키의 진짜 매력은 정확함이 아니었다. “이걸 문서로 만든다고?” 싶은 걸 진짜 문서로 만드는 정신나간 추진력이었다. 그게 디시위키의 미덕이자 저주였다.
반대로 디시위키의 단점도 명확했다.
- 운영이 사실상 방치였다.
- 편집필터는 사람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 문서 품질 편차가 지옥이었다.
- 재미있는 문서와 쓰레기 문서가 같은 냄비에 끓었다.
- 법적 위험이 큰 내용도 많았다.
- 검색엔진 친화성은 거의 생각 안 했다.
- 출처 문화가 약했다.
- 관리자가 손 놓으면 위키가 어떻게 썩는지 보여줬다.
디시위키는 자유로웠지만, 자유를 유지할 구조가 없었다. 말하자면 엔진은 존나 시끄럽고 재밌게 돌아갔는데, 브레이크와 정비소가 없었다. 결국 차는 달리다가 멈췄고, 탑승자들은 차 안에 낙서를 남긴 채 흩어졌다.
노바위키는 그 폐차장에서 쓸 만한 부품을 주워 다시 조립하는 시도다.
다만 노바위키가 디시위키를 그대로 복제하기만 하면 의미가 없다. 디시위키의 말투와 야생성은 살리되, 최소한 다음은 달라야 한다.
- 문서가 검색엔진에 걸릴 정도의 정보량은 있어야 한다.
- 너무 낡거나 틀린 정보는 고쳐야 한다.
- 법적으로 위험한 부분은 최소한의 방어선을 쳐야 한다.
- 욕설은 있어도 문서의 뼈대는 있어야 한다.
- 드립은 치되, 읽고 나면 뭔가 남아야 한다.
- 폐쇄되어도 백업과 복구가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 운영자가 위키 존재를 까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디시위키가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위키”였다면, 노바위키는 “아무렇게나 쓰는 척하지만 그래도 문서로 남는 위키”가 되어야 한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그냥 욕만 쓰면 낙서고, 욕 속에 정보가 있으면 디시위키식 문서다. 노바위키가 살려야 하는 건 전자 말고 후자다.
디시위키는 망했지만, 디시위키식 문체는 완전히 죽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여전히 점잖은 척하는 쓰레기 정보가 많고, 반대로 더럽지만 이상하게 진실을 찌르는 글도 많다. 디시위키는 후자의 극단이었다.
노바위키는 그 극단을 조금 정리해서 다시 세우려는 위키다.
그러니까 노바위키에게 디시위키는 단순한 과거 사이트가 아니다. 묻어버려야 할 흑역사도 아니고, 무조건 숭배해야 할 성지도 아니다.
디시위키는 원시림이었다. 온갖 벌레와 독버섯과 쓰레기가 있었지만, 그 안에 이상하게 살아있는 생태계도 있었다. 노바위키는 그 원시림을 통째로 박제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살아남은 씨앗을 가져와 다시 심는 쪽에 가깝다.
물론 그 씨앗에서도 또 이상한 게 자랄 가능성이 높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원래 디시위키 혈통이 그렇다.
한줄 요약
디시위키는 노바위키의 조상이다.
위대한 조상은 아니고, 술 먹고 동네방네 소리 지르다가 갑자기 명언 하나 남기고 사라진 이상한 조상이다. 그래도 조상은 조상이다.
노바위키는 디시위키를 계승하되, 디시위키처럼 방치되어 죽지는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시위키가 남긴 병신력은 보존하고, 디시위키를 죽인 병신짓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노바위키가 디시위키를 바라보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