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문서는 이과가 작성했거나, 또는 이과에 대해 다룹니다. 무슨 생각으로 작성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맞는말임은 틀림 없습니다. 이과는 아다를 못 떼 마법을 쓰니까 말이죠... |
| 이 문서는 기계에 대해 다룹니다. 이 글에서는 공머생들이 좋아하는 기계가 나옵니다. 만약에 기계가 고장났을 땐 고물상에 가서 엿으로 바꿔 먹읍시다. |
| 주의! 이 문서가 설명하는 대상은 폭발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대상은 폭발했습니다. 폭발한 것은 위키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폭발물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폭발에 휘말려 부상을 입거나 폭사하지 않도록 합시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 같다..." 그러니까 빨리 튀어. |
| 주의! 여기서 설명하는 대상은 존나 거품입니다. 이 문서는 인기를 끌다가 거품이 다 빠진 대상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정보가 조만간 거품이 되어 사라져도 디시위키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모두 이 거품을 향하여 X키를 눌러 Joy를 표하고 명복을 버블빔! "한방에 간다 한방에 간다 그러더니 그 한 방이 어디 갔습니까? 거품입니다, 거품!" |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전기를 저장하고 내보내는 충전지다.
쉽게 말하면 현대문명의 피주머니다.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무선이어폰, 드론, 전동공구, ESS까지 죄다 이놈 덕분에 굴러간다. 인간은 이제 밥보다 배터리 잔량을 더 자주 확인하는 종족이 되었다.
한마디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인류가 콘센트에서 잠깐 떨어져 살 수 있게 해주는 문명의 보조심장이다.
문제는 이 보조심장이 가끔 삐지면 불을 뿜는다. 이과의 축복이자 소방서의 악몽이다.
개요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는 2차전지의 대표주자다.
일회용 건전지처럼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전기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반복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밤새 충전하고 아침에 들고 나가는 그 당연한 짓이 전부 리튬이온 배터리 덕분이다. 이게 없었으면 현대인은 아직도 벽 콘센트 주변에 묶여 사는 전자기기 노예였을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은 이름 그대로 리튬 이온이다. 이 작은 놈들이 배터리 안에서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며 충전과 방전을 만든다. 쉽게 말하면 리튬 이온이 배터리 내부에서 출퇴근을 하고, 전자는 외부 회로로 돌아다니면서 일을 한다.
리튬 이온은 내부 택배기사고, 전자는 외부 배달기사다. 둘이 같이 뛰어야 전기가 나온다.
구성
리튬이온 배터리는 대충 다음 구성품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핵심은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이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성능과 가격을 크게 좌우하는 비싼 가루다. NCM, NCA, LFP 같은 것들이 여기에 들어간다. 음극재는 보통 흑연이 많이 쓰이고, 요즘은 실리콘 음극재 같은 것도 주목받는다.
전해질은 리튬 이온이 지나가는 길이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지 않게 막아주는 얇은 막이다. 이 분리막이 없거나 찢어지면 양극과 음극이 만나서 쇼트가 나고, 그러면 배터리가 “아 ㅋㅋ 못 참겠다” 하면서 열을 뿜을 수 있다.
분리막은 배터리 안의 평화유지군이다. 얘가 뚫리면 내전 난다.
작동 원리
충전할 때는 리튬 이온이 양극에서 빠져나와 음극 쪽으로 이동한다. 방전할 때는 리튬 이온이 다시 양극 쪽으로 돌아간다.
전자는 전해질 안으로 직접 못 들어가고 외부 회로를 타고 이동한다. 이 전자의 이동이 우리가 쓰는 전기다. 그러니까 배터리는 안쪽에서는 리튬 이온이 움직이고, 바깥쪽에서는 전자가 움직이는 이중 택배 시스템이다.
대충 이렇게 보면 된다.
- 충전: 리튬 이온을 음극 창고에 쑤셔넣음
- 방전: 리튬 이온이 양극 창고로 돌아오면서 전기 뽑힘
- 전해질: 리튬 이온 전용 도로
- 분리막: 양극·음극 현피 방지벽
- 외부회로: 전자가 일하러 가는 출근길
이 구조가 잘 굴러가면 스마트폰이 켜지고, 노트북이 돌아가고, 전기차가 움직인다. 잘못 굴러가면 뉴스에 나온다.
왜 리튬이냐
리튬은 가볍고 반응성이 좋다.
배터리에서 중요한 건 많은 에너지를 작은 무게와 부피에 저장하는 것이다. 리튬은 금속 중에서도 가벼운 편이고, 전기화학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기 좋다. 그래서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밀도를 보여줬다.
덕분에 휴대폰은 벽돌에서 스마트폰이 되었고, 노트북은 진짜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전기차는 장난감 골프카트에서 도로 위의 멀쩡한 차로 진화했다.
리튬이 없었으면 현대 모바일 문명은 그냥 반쯤 기어다녔다. 인류가 이동하면서 인터넷을 하는 건 사실상 리튬 덕분이다.
물론 리튬도 공짜로 나오는 건 아니다. 광산, 염호, 정제공장, 공급망, 가격 변동, 환경문제, 지정학 리스크가 다 붙어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 1% 뒤에는 지구 반대편 광산과 화학공장이 있다. 현대문명은 귀엽게 생긴 아이콘 뒤에 항상 더러운 공급망을 숨긴다.
역사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는 여러 과학자들이 기여했다.
스탠리 휘팅엄은 리튬 기반 배터리의 가능성을 열었고, 존 구디너프는 더 높은 전압을 낼 수 있는 양극재를 개발했으며, 요시노 아키라는 상용화 가능한 형태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공로로 세 사람은 2019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름부터 Goodenough인 사람이 배터리를 좋게 만들었다. 인생은 가끔 설정이 너무 노골적이다.
상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퍼졌다. 초반에는 캠코더, 노트북, 휴대전화 같은 소형 전자기기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인류의 손바닥을 장악했고,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자동차 산업까지 쳐들어갔다.
이제 리튬이온 배터리는 그냥 전자기기 부품이 아니다. 산업정책, 자원외교, 미중 패권, 자동차 산업, 재생에너지 전환이 다 엮인 전략물자다.
옛날에는 석유가 세계를 흔들었다. 이제는 리튬과 배터리가 세계를 흔든다. 인류는 불타는 액체에서 불타는 셀로 넘어가는 중이다.
장점
리튬이온 배터리의 장점은 확실하다.
첫째, 에너지밀도가 높다. 작은 크기와 무게에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이게 없었으면 스마트폰은 더 두껍고 무겁고,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훨씬 짧았을 것이다.
둘째, 충전이 가능하다. 물론 다른 2차전지도 충전은 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효율과 성능 면에서 현대 전자기기와 궁합이 좋았다.
셋째, 자기방전이 비교적 적다. 그냥 놔둬도 전기가 확 빠져나가지 않는다. 물론 오래 방치하면 맛이 가지만, 예전 배터리들보다는 훨씬 낫다.
넷째,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등 용도에 따라 모양을 바꿀 수 있다. 스마트폰에는 얇게, 전기차에는 대량으로, 공구에는 튼튼하게 넣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휴대성과 성능의 타협점이 좋았다. 그래서 현대 전자기기들이 이놈에게 영혼을 팔았다.
단점
단점도 당연히 있다.
첫째, 화재 위험이 있다. 과충전, 과방전, 충격, 제조불량, 내부 단락, 고온 노출이 겹치면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다. 배터리가 열을 내고, 그 열이 반응을 더 키우고, 더 큰 열이 나면서 불이 번지는 구조다.
열폭주는 배터리계의 빡침 누적 시스템이다.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진정해”가 잘 안 먹힌다.
둘째, 수명이 있다. 충방전을 반복하면 성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 2년 쓰면 배터리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가 이거다. 전기차도 시간이 지나면 배터리 열화가 생긴다.
셋째, 온도에 민감하다. 추우면 성능이 떨어지고, 너무 더우면 수명과 안전성이 나빠진다. 겨울에 전기차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건 배터리가 추워서 삐진 것이다.
넷째, 원료 문제가 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같은 자원이 필요하다. 특히 코발트는 윤리적 채굴 문제와 공급망 리스크가 크고, 리튬 가격도 시장 상황에 따라 미친 듯이 움직일 수 있다.
다섯째, 재활용이 중요하다. 그냥 버리면 자원 낭비고 환경문제다. 제대로 회수해서 금속을 다시 뽑아 써야 한다. 전기차가 친환경이라고 해놓고 배터리 폐기물을 산더미처럼 쌓으면 그건 친환경이 아니라 전기 달린 쓰레기 생산이다.
화재
| 주의! 이 문서가 설명하는 대상은 폭발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대상은 폭발했습니다. 폭발한 것은 위키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폭발물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폭발에 휘말려 부상을 입거나 폭사하지 않도록 합시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 같다..." 그러니까 빨리 튀어. |
리튬이온 배터리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화재다.
배터리 화재는 일반 화재와 느낌이 다르다. 셀 내부에서 열폭주가 일어나면 산소 공급이 차단되어도 반응이 계속될 수 있고, 인접 셀로 번질 수 있다. 특히 전기차나 ESS처럼 배터리 셀이 많이 모여 있는 경우에는 진압이 까다롭다.
스마트폰 하나 불나는 것도 무섭지만, 전기차 배터리팩은 셀이 수천 개씩 들어갈 수 있다. 이 많은 셀들이 단체로 빡치면 소방관 입장에서는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물론 모든 리튬이온 배터리가 위험한 폭탄이라는 뜻은 아니다. 보호회로, BMS, 냉각시스템, 분리막, 셀 설계, 품질관리로 위험을 줄인다. 현대 배터리는 그냥 대충 만든 장작더미가 아니다.
하지만 에너지를 많이 담는 물건은 기본적으로 위험하다. 휘발유도 위험하고, 가스통도 위험하고, 배터리도 위험하다. 문명은 위험한 걸 안전하게 쓰는 기술의 역사다.
그러니까 배터리는 인증된 충전기 쓰고, 부풀면 쓰지 말고, 찌르지 말고, 불량 제품 대충 쓰지 마라. 리튬이온 배터리는 네 호기심을 받아주는 친구가 아니다.
메모리 효과
리튬이온 배터리는 예전 니켈카드뮴 배터리처럼 뚜렷한 메모리 효과가 거의 없다.
옛날 배터리들은 완전히 방전하지 않고 충전하면 용량이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배터리를 끝까지 다 쓰고 충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그런 식으로 굴리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완전 방전과 100% 고정 충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충 20~80% 사이에서 쓰는 게 수명에는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즉 배터리 오래 쓰겠다고 0%까지 쥐어짜는 건 절약정신이 아니라 학대에 가깝다. 스마트폰 배터리도 사람처럼 밥을 너무 굶기면 성격 나빠진다.
양극재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양극재 종류에 따라 배터리의 성격이 달라진다. NCM은 니켈·코발트·망간 계열이고, NCA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 계열이고, LFP는 리튬인산철 계열이다. 각각 장단점이 다르다.
NCM과 NCA는 에너지밀도가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에 유리하다. 대신 원료비와 안정성 관리가 빡세다. LFP는 에너지밀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가격이 싸고 안정성이 좋고 수명이 길다. 그래서 보급형 전기차와 ESS에서 강하다.
예전에는 LFP가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중국 업체들이 LFP로 시장을 후려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가성비가 성능을 패는 순간이 온 것이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심장이다. 그리고 심장값은 원료시장과 중국과 전기차 수요에 따라 매일같이 뛰거나 멈춘다.
음극재
음극재는 보통 흑연이 많이 쓰인다.
충전할 때 리튬 이온이 음극 쪽으로 들어가 저장된다. 방전할 때는 다시 빠져나온다. 흑연은 안정적이고 오래 쓰인 재료다. 하지만 에너지밀도를 더 높이기 위해 실리콘 음극재가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은 리튬을 많이 저장할 수 있다. 문제는 충전할 때 부피가 크게 팽창한다는 점이다. 배터리 안에서 혼자 몸집을 불렸다 줄였다 하면 구조가 망가질 수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계의 벌크업 중독자다. 근육은 늘어나는데 관절이 못 버티는 느낌이다.
그래서 실리콘을 조금 섞거나, 구조를 조절하거나, 바인더와 공정을 개선하는 식으로 연구가 진행된다. 배터리 기술은 늘 이런 식이다. 성능 올리려면 부작용이 생기고, 그 부작용 잡으려면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분리막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얇은 막이다.
얘는 리튬 이온은 통과시키지만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는 것은 막는다. 그러니까 배터리 안에서 "너희 둘 직접 만나면 사고 나니까 거리 유지해라" 하는 경호원이다.
분리막이 손상되면 내부 단락이 생길 수 있고, 이는 발열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분리막은 얇지만 중요하다. 배터리 안에서 제일 조용하지만, 얘가 망가지면 모두가 시끄러워진다.
현대사회도 그렇다. 조용히 일하는 놈이 제일 중요하다. 망가지기 전까지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다.
전해질
전해질은 리튬 이온이 움직이는 통로다.
대부분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쓴다. 그런데 이 액체 전해질은 가연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배터리 화재 이야기가 나올 때 전해질도 자주 끌려나온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바꾸려는 기술이다. 이론상 안전성과 에너지밀도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모두가 전고체를 미래처럼 말한다.
하지만 미래라고 다 내일 오는 건 아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업계의 고질라 같은 존재다. 등장하면 판이 바뀐다는데, 등장 시기가 항상 미뤄진다.
기술은 어렵고, 양산은 더 어렵고, 싸게 만드는 건 더더욱 어렵다. 연구소에서 되는 것과 공장에서 수백만 개 찍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형태
리튬이온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크게 다음처럼 나뉜다.
- 원통형
- 각형
- 파우치형
원통형은 말 그대로 원통 모양이다. 규격화와 생산성이 좋고, 테슬라와 엮여 유명하다. 각형은 단단한 금속 케이스에 넣은 형태라 구조적으로 안정적이고 모듈화가 쉽다. 파우치형은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지만 외부 충격과 팽창 관리가 중요하다.
각자 장단점이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 "이 형태가 무조건 정답" 같은 말은 조심해야 한다. 용도, 가격, 안전성, 에너지밀도, 생산공정, 고객사 요구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원통형은 통조림 감성. 각형은 도시락 감성. 파우치형은 레토르트팩 감성. 셋 다 전기는 잘 담는다. 문제는 어떻게 싸고 안전하게 대량으로 만드느냐다.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무대로 끌어올린 주역은 전기차다.
스마트폰 배터리도 중요했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사용량이 차원이 다르다. 스마트폰은 작은 배터리 하나지만 전기차는 바닥에 배터리팩을 깔아놓고 달린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 한 대가 스마트폰 수천 대급 고객이다.
전기차의 주행거리, 충전속도, 가격, 무게, 안전성은 배터리에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회사는 서로 끈적하게 얽혀 있다. 자동차 회사는 좋은 배터리를 원하고, 배터리 회사는 대량 고객을 원한다. 둘 다 웃으면서 계약하지만 속으로는 단가를 두고 서로 칼을 간다.
전기차 시대는 배터리 회사에게 대박 기회였다. 동시에 지옥문이기도 했다.
공장 증설에 돈이 미친 듯이 들어가고, 고객사 요구는 까다롭고, 원료 가격은 흔들리고, 화재 리콜이라도 터지면 회사 분위기가 싸해진다. 미래산업은 원래 돈 냄새와 피 냄새가 같이 난다.
ESS
ESS는 에너지저장장치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전기를 저장해두는 장치가 필요하다. 여기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쓰인다.
ESS에서는 전기차와 다른 요구가 생긴다. 전기차는 무게와 주행거리가 중요하지만, ESS는 가격, 수명, 안전성, 설치비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LFP가 ESS에서 강하다.
태양광이 낮에 전기 많이 만들고 밤에는 쉬면, ESS가 그 전기를 저장했다가 밤에 내보낸다. 즉 ESS는 재생에너지의 도시락통이다.
문제는 도시락통이 가끔 불나면 난리난다는 것이다. 배터리 많은 곳에는 항상 안전설계가 따라와야 한다. “친환경”이라고 써놓는다고 물리법칙이 착해지는 건 아니다.
스마트폰
스마트폰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거의 한 몸이다.
요즘 사람들은 휴대폰 배터리가 15% 아래로 내려가면 원시적 공포를 느낀다. 옛날 인류는 맹수를 무서워했고, 현대 인류는 보조배터리를 안 챙긴 자신을 무서워한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배터리를 더 오래 가게 만들고 싶지만, 동시에 폰을 얇게 만들고 싶어 한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가볍고 얇고 오래가고 빠르게 충전되고 안 뜨겁고 싸고 예쁜 걸 원한다.
이건 거의 주문이 아니라 저주다.
배터리는 물리적으로 공간을 먹는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려면 대체로 더 큰 부피가 필요하다. 그런데 소비자는 얇은 폰을 원한다. 결국 제조사는 배터리, 발열, 성능, 디자인 사이에서 매일 줄타기를 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말한다. "왜 배터리 빨리 닳음?"
급속충전
급속충전은 현대인의 조급함이 만든 기술이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걸 싫어한다. 스마트폰도 빨리 충전하고 싶고, 전기차도 주유하듯 빨리 충전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충전속도가 경쟁력이 되었다.
하지만 배터리는 급하게 충전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발열이 생기고,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안전관리도 중요해진다. 빠르게 충전하려면 셀 설계, 냉각, 충전 알고리즘, BMS가 다 좋아야 한다.
급속충전은 배터리에게 야근을 시키는 것이다. 가끔 야근은 가능하다. 맨날 야근시키면 사람이든 배터리든 망가진다.
BMS
BMS는 Battery Management System, 즉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다.
배터리의 전압, 온도, 전류, 충전상태, 건강상태 등을 감시하고 관리한다. 과충전, 과방전, 과열을 막고 셀 밸런싱도 한다. 전기차 배터리팩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BMS는 배터리의 담임선생님이다. 셀들이 딴짓하지 않는지 보고, 온도 높은 놈 혼내고, 전압 튀는 놈 관리하고, 전체 반 분위기를 맞춘다.
좋은 배터리는 소재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다. BMS, 냉각, 팩 설계, 제조품질까지 다 맞아야 한다. 셀 하나하나는 멀쩡해도 팩 설계가 구리면 전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배터리 산업은 팀플이다. 그리고 팀플은 항상 누군가 사고친다.
중국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은 미친 존재감이다.
CATL, BYD 같은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와 LFP 배터리에서 강력하다. 중국은 원료 정제, 전구체, 양극재, 음극재, 셀, 완성차까지 밸류체인을 통째로 키웠다. 그냥 배터리 하나 잘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생태계를 통째로 먹으려는 구조다.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기술력으로 버티려 해도, 중국 업체들이 가격과 규모로 밀고 들어오면 무섭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싸고 많이 만드는 놈이다.
중국 배터리는 한때 싸구려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LFP로 보급형 전기차와 ESS 시장을 후려치고, 기술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배터리 시장은 기술전쟁이자 가격전쟁이고, 동시에 미중 패권전쟁의 부품 코너다. 화학식은 조용한데 국제정치가 시끄럽다.
한국 기업
한국도 리튬이온 배터리 강국이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있다. 여기에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같은 소재 기업들이 엮인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NCM, NCA 같은 삼원계 배터리와 고성능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하지만 중국의 LFP 공세, 전기차 수요 둔화, 미국 IRA, 원료 공급망, 고객사 재고조정이 겹치면서 쉬운 판은 아니다.
한때 한국 주식시장에서 배터리는 신앙이었다. “전기차 간다 → 배터리 간다 → 내 계좌 간다”라는 단순한 주문이 있었다.
그런데 시장은 기도원 아니다. 전기차 수요가 꺾이면 배터리도 맞고, 리튬 가격이 흔들리면 소재주도 맞고, 중국이 가격 후려치면 밸류에이션이 맞는다.
배터리는 미래산업이 맞다. 하지만 미래산업이라고 매수 버튼 누르면 천국 가는 건 아니다.
노벨상
리튬이온 배터리는 201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기술이다.
존 구디너프, 스탠리 휘팅엄, 요시노 아키라가 그 주인공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단순한 발명품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생활방식을 바꾼 기술이었다. 휴대용 전자기기, 모바일 인터넷, 전기차, 재생에너지 저장까지 영향을 줬다.
이 정도면 노벨상 받을 만하다. 인류가 화장실에서도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을 수 있게 만든 기술인데, 문명사적으로 영향력이 없을 수가 없다.
물론 노벨상 받은 기술이라고 집에서 뜯어보면 안 된다. 노벨상과 폭발상은 다르다.
재활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재활용이 중요하다.
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알루미늄 같은 값나가는 자원이 들어 있다. 전기차가 늘어나면 폐배터리도 늘어난다. 이걸 그냥 버리면 환경문제고, 잘 회수하면 자원이다.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뽑아 다시 배터리 원료로 쓰는 사업이 커지고 있다. 이건 환경문제이기도 하고 자원안보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배터리 재활용을 잘해야 한다.
전기차가 친환경이라고 하려면 배터리도 순환해야 한다. 그냥 새 광산 파고, 새 배터리 만들고, 다 쓰면 버리는 구조면 내연기관 욕할 때 목소리가 좀 작아진다.
재활용은 배터리 산업의 엔딩크레딧이다. 끝까지 잘 처리해야 영화가 완성된다.
전고체 배터리와의 관계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차세대 후보로 자주 언급된다.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쓰면 안전성과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회사들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가 나온다고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가 바로 멸종하는 건 아니다. 양산성, 가격, 수명, 저온성능, 계면저항 같은 문제가 남아 있다. 연구소에서 멋진 결과가 나와도 공장에서 싸게 대량생산하는 건 다른 차원의 지옥이다.
전고체는 배터리판의 메시아처럼 소비된다. 문제는 메시아가 상용화 일정표를 자주 미룬다는 것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도 계속 개선되고 있다. LFP는 싸지고, NCM은 고도화되고, 실리콘 음극재도 들어가고, BMS도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전고체가 오더라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한동안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 전환은 애니메이션 변신 장면처럼 한 방에 안 된다. 현실은 공장 감가상각과 고객사 인증과 원가 계산이 지배한다.
충전 습관
리튬이온 배터리를 오래 쓰려면 대충 다음이 낫다.
- 너무 자주 0%까지 방전하지 않는다.
- 항상 100%로 꽉 채워 오래 방치하지 않는다.
- 고온에 오래 두지 않는다.
- 싸구려 이상한 충전기를 피한다.
- 부풀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면 쓰지 않는다.
- 배터리를 찌르거나 구부리거나 분해하지 않는다.
특히 부푼 배터리는 장난감이 아니다. 그건 배터리가 조용히 “나 지금 정상 아님”이라고 외치는 상태다.
인터넷에서 배터리 부풀었다고 손으로 눌러보거나 바늘로 찌르는 놈들이 있는데, 그런 건 자연선택의 예고편이다. 배터리는 풍선이 아니다. 터뜨리면 파티가 아니라 화재다.
미래
리튬이온 배터리는 당분간 계속 중요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ESS, 로봇, 드론, 전동화 장비, 데이터센터 백업전원, 휴대용 전자기기까지 수요가 넓다. 배터리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고, 기술도 계속 개선되고 있다.
다만 시장은 쉽지 않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으로 밀고, 한국 업체들은 기술과 고객사로 버티고, 미국과 유럽은 공급망을 자기 쪽으로 끌어오려 한다. 원료 가격은 오르내리고, 전기차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거나 느리게 움직인다.
배터리 산업은 미래가 밝지만, 그 밝은 미래에 들어가는 길은 진흙탕이다. 돈도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크고, 경쟁자도 많다.
인류는 전기를 저장하고 싶어 한다. 그 욕망은 점점 커질 것이다. 그래서 리튬이온 배터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는 더 싸고, 더 안전하고, 더 오래가고, 더 재활용 잘 되는 배터리가 살아남을 것이다. 그냥 많이 만드는 시대에서 잘 만드는 시대로 넘어가는 중이다.
평가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대문명의 핵심 기술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붙이고 살게 만들었고, 노트북을 진짜 휴대용으로 만들었고, 전기차를 현실로 만들었고, 재생에너지 저장장치의 핵심 후보가 되었다. 이 정도면 그냥 배터리가 아니라 문명 인프라다.
하지만 동시에 문제도 많다. 화재 위험, 원료 공급망, 환경문제, 재활용, 중국 의존, 전기차 수요 변동, 가격경쟁, 배터리 열화가 다 붙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깨끗한 미래의 상징처럼 팔리지만, 그 안에는 광산, 화학공장, 전력망, 소방서, 주식시장, 국제정치가 다 들어 있다. 겉은 매끈한 스마트폰이고, 속은 글로벌 산업전쟁이다.
결론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대인의 두 번째 심장이다.
핸드폰 배터리 1%가 되면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 보조배터리를 가진 자는 문명인이고, 없는 자는 콘센트를 찾아 떠도는 유목민이 된다.
기술적으로는 엄청난 발명이다. 사회적으로는 모바일 문명과 전기차 시대를 연 핵심 부품이다. 산업적으로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유럽이 서로 물어뜯는 전략 산업이다.
하지만 안전하게 써야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네 주머니 속 작은 발전소다. 잘 쓰면 문명이고, 막 쓰면 뉴스다.
한마디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인류에게 자유를 줬다. 콘센트에서 벗어날 자유. 그리고 충전기 찾으러 카페를 배회할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