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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라 일! 노력해라 노오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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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은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산업재해로 사망한 뒤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가리키는 별칭이다.

공식 법률명은 아니다. 법전에 “김용균법”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아니고, 김용균 사망사고 이후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사회적 요구 속에서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언론과 시민사회가 그렇게 부른 것이다.

한 줄로 말하면 사람이 죽고 나서야 겨우 업데이트된 산업안전 패치노트다. 문제는 패치가 됐다고 버그가 다 잡힌 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노동현장은 운영체제가 오래돼서 패치 한 번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개요

김용균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원청의 산업안전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다. 2018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19년 1월 15일 공포되었으며, 주요 내용은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되었다.[1]

김용균법의 핵심은 대충 이렇다.

  • 산재 예방을 위한 원청 책임 강화
  •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
  • 하청 노동자 보호 확대
  •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강화
  •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보장
  • 산업재해 처벌 수준 강화
  •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배달종사자 등 보호 범위 확대

말은 멋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법의 문장은 언제나 웅장하고, 현장의 현실은 늘 초라하다. 법에는 안전이 적혀 있고, 현장에는 단가표가 붙어 있다. 둘이 싸우면 대체로 단가표가 먼저 주먹을 날린다.

배경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김용균이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그는 24세였고, 입사한 지 3개월 정도 된 신입 노동자였다.[2]

사고 이후 드러난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위험한 업무가 하청 노동자에게 맡겨져 있었고, 야간 단독작업 문제가 있었고, 원청과 하청 사이에서 안전 책임이 흐려져 있었다.

즉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한국 노동현장의 종합선물세트였다.

  • 하청
  • 비정규직
  • 야간근무
  • 단독작업
  • 끼임 사고
  • 위험설비
  • 원청 책임 회피
  • 안전조치 부실
  • 사고 후 뒷북대책

포장지는 산업현대화였고, 내용물은 사람 잡는 구조였다. 이런 걸 두고 위험의 외주화라고 한다.

통과

김용균 사망 이후 여론이 크게 움직였고, 국회는 2018년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렸다.[3]

당시 개정안은 재적의원 185명 중 찬성 165표, 반대 1표, 기권 19표로 통과되었다.[4]

한국 정치에서 이렇게 빨리 법이 움직인 건 드문 일이다. 문제는 그 속도가 사람 목숨 하나가 사라진 뒤에야 나왔다는 점이다. 국회는 평소엔 거북이인데, 여론이 불타면 갑자기 부스터를 단다. 물론 그 부스터도 평소에 달았으면 사람이 덜 죽었을 것이다.

주요 내용

보호 대상 확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법의 보호 대상을 전통적인 근로자 중심에서 더 넓은 노무 제공자로 확장하는 방향을 담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배달종사자 등 기존 노동법 체계에서 애매하게 밀려나 있던 사람들도 산업안전보건 보호 논의 안으로 더 들어오게 되었다.[5]

쉽게 말해 “정규직 근로자 아니면 안전은 각자도생”이라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하는 방식은 바뀌었는데 법이 옛날 출근도장 시대에 멈춰 있으면, 플랫폼 노동자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몸으로 업데이트를 받게 된다.

원청 책임 강화

김용균법의 핵심 중 하나는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하청 노동자의 재해 예방을 위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진 도급인의 책임을 넓혔다.[6]

예전 원청의 전통 주문은 이거였다.

“우리 직원은 아닌데요?”

김용균법은 여기에 이렇게 답하려고 한 것이다.

“그래도 니가 현장 지배했잖아.”

이게 중요하다. 원청이 설비, 장소, 일정, 단가, 공정, 작업 조건을 쥐고 있는데 사고가 나면 “하청 일입니다”라고 빠지는 건 너무 편한 인생이다. 돈은 원청이 벌고 위험은 하청이 먹는 구조면, 그건 경영이 아니라 책임 세탁이다.

도급 제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일부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에 대해 도급을 금지하거나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8조는 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를, 제59조는 도급의 승인을 규정하고 있다.[7]

취지는 간단하다.

“진짜 위험한 작업은 아무 데나 던지지 마라.”

하지만 현실은 늘 예외와 범위의 싸움이다. 어떤 작업을 도급 금지 대상으로 볼 것인가, 어떤 작업은 승인만 받으면 되는가, 어떤 작업은 빠지는가를 두고 논란이 생긴다. 법에서 제일 무서운 단어는 “다만”이다. 앞에서 정의구현을 외치다가 뒤에서 다만으로 빠져나간다.

작업중지권

개정법은 노동자의 작업중지권도 강화했다. 급박한 위험이 있으면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작업중지권이 종이에만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노동자가 “위험해서 못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관리자가 “그래, 안전이 먼저지”라고 해야 권리다.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하면 그건 권리가 아니라 함정카드다.

작업중지권은 헌법책에 적힌 멋진 문장이 아니라, 밥줄이 걸린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처벌 강화

김용균법은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처벌과 법인 벌금 수준도 강화했다. 고용노동부는 전부개정의 주요 내용으로 도급인의 책임 확대, 사내도급 제한, 사업주의 의무 강화 등을 설명했다.[8]

이론상으로는 “사람 죽으면 회사도 제대로 책임져라”는 방향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법을 만나면 항상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법무팀 소환이다. 노동자는 안전모 쓰고 일하는데, 회사는 변호사 쓰고 방어한다. 장비빨 차이가 심하다.

한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김용균법의 가장 큰 비판 중 하나는 정작 김용균이 했던 발전소 설비 운전·점검 업무가 도급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9]

이건 거의 블랙코미디다. 어떤 사람의 죽음을 계기로 법이 만들어졌는데, 막상 그 사람이 했던 일은 법의 핵심 보호 범위에서 빠진다는 것이다.

패치 이름은 김용균인데, 김용균 케이스는 패치노트에 누락된 셈이다. 게임이면 유저들이 난리칠 버그인데, 현실에서는 사람이 죽는다.

도급 금지 범위가 좁다

도급 금지는 듣기에는 강력하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작업이 도급 금지인지가 좁게 정해지면 효과도 좁아진다. 위험한 작업은 많은데, 법이 금지하는 작업은 일부라면 위험은 여전히 옆길로 빠져나간다.

자본은 길을 찾는다. 공룡도 아니고 맨날 길을 찾는다.

법이 “이쪽은 안 됩니다”라고 하면, 현실은 “그럼 이쪽은 되나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되면 간다. 위험도 같이 간다.

원청 책임 입증의 어려움

원청 책임을 강화했다고 해도 실제 사건에서 원청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쉽지 않다. 김용균 사망사고 재판에서도 2023년 대법원은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에게 무죄를 확정했다.[10]

법원은 법리로 판단한다. 감정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족과 시민들이 보기에는 “사람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어디 있냐”는 분노가 남는다.

여기서 법의 한계가 드러난다. 현장은 원청이 지배하는 것 같은데, 법정에서는 그 지배를 아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현실의 권력은 공기처럼 퍼져 있는데, 법정의 책임은 서류처럼 딱 잘라야 한다. 그 사이에서 책임이 증발한다.

법보다 현장이 느리다

법이 바뀌어도 현장이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청 구조, 낮은 단가, 인력 부족, 무리한 일정, 안전교육 형식화, 작업중지권 무력화 같은 문제는 계속 남는다.

법은 문장이고, 현장은 관성이다. 문장은 하루 만에 고칠 수 있지만, 관성은 사람을 갈아넣으면서 버틴다.

중대재해처벌법과의 관계

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자주 같이 언급되지만 같은 법은 아니다.

  • 김용균법 -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별칭
  • 중대재해처벌법 -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별도 법률

김용균법은 주로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안에서 원청 책임과 도급 제한을 강화한 것이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 한 법이다.

쉽게 말하면 김용균법은 “현장 안전관리 좀 제대로 해라”에 가깝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람 죽으면 윗선도 책임져라”에 가깝다.

둘 다 같은 문제의 다른 칼이다. 다만 칼이 있다고 항상 베이는 것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은 방패도 잘 만들고, 법무팀은 방어구 강화에 진심이다.

의의

김용균법은 한국 산업안전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약 30년 만에 전면적으로 개정되었고, 하청 노동자 보호와 원청 책임이 사회적 의제로 크게 떠올랐다.

특히 이 법은 “산재는 현장 노동자 개인의 실수”라는 낡은 프레임에 균열을 냈다. 산재는 개인이 조심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원청·하청 구조, 작업환경, 인력배치, 안전예산, 관리책임이 얽힌 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드러냈다.

김용균법이 완벽해서 중요한 게 아니다. 완벽하지 않은데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전에는 이 정도의 문제의식조차 법 안에 제대로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판

이름만 앞세운 법이라는 비판

김용균이라는 이름은 강력한 상징이다. 그래서 법이 통과될 때는 사회적 의미가 컸다. 하지만 이후 하위법령과 실제 적용 과정에서 보호 범위가 좁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법 이름이 오히려 무거워진다. 사람 이름을 붙였으면 적어도 그 사람이 겪은 구조적 문제는 제대로 건드려야 한다. 이름은 추모인데 내용이 반쪽이면, 그건 추모가 아니라 포장지다.

사고 이후 입법이라는 한계

김용균법은 결국 사람이 죽은 뒤 만들어졌다. 한국 노동법의 슬픈 전통이다. 누군가 죽고, 유족이 싸우고, 여론이 들끓고, 국회가 움직이고, 법 이름이 붙는다.

이쯤 되면 입법 시스템이 아니라 부고장 자동생성기 같다. 사람이 죽어야 법이 움직이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기업 부담론

일부 기업과 경영계에서는 김용균법이 기업 부담을 키우고, 도급 활용을 어렵게 하며, 처벌 중심으로 흐른다고 비판했다. 안전도 중요하지만 산업 현장의 현실과 기업 활동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기업 운영도 중요하다. 그런데 노동자가 죽지 않고 집에 돌아가는 건 더 중요하다. 기업 부담은 회계장부에 남지만, 산재 사망은 가족의 인생에 남는다. 둘을 같은 저울에 올리면 저울이 썩은 것이다.

평가

김용균법은 한국 사회가 위험의 외주화를 정면으로 보게 만든 법이다. 원청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에 넘기고, 사고가 나면 책임을 흐리는 구조에 최소한의 제동을 걸려 한 시도였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도급 금지 범위는 좁고, 원청 책임 입증은 어렵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하청 노동자가 위험을 떠안는다. 법은 바뀌었지만 구조는 끈질기다. 한국 노동현장의 악습은 잡초 같다. 뽑으면 옆에서 또 난다.

그래도 김용균법은 의미가 있다. 이 법은 “하청 노동자의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라는 사실을 사회에 박아넣었다. 그리고 원청 책임, 도급 제한, 작업중지권, 산재 예방이라는 단어들을 대중의 언어로 끌어냈다.

결론적으로 김용균법은 완성된 해결책이라기보다 시작점이다. 사람 죽고 만든 법이 또 다른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면, 그 법은 이름값을 못 하는 것이다.

법 이름이 많아지는 사회보다, 법 이름이 될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사회가 낫다.

관련 문서

각주

  1.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2020.1.16.시행]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 주요내용 안내」, https://www.moel.go.kr/local/seoulseobu/info/dataroom/view.do?bbs_seq=20191200396
  2. 연합뉴스, 「'故김용균 사건' 원청대표 무죄 확정…'중대재해법 필요한 이유'」, 2023.12.07, https://www.yna.co.kr/view/AKR20231207065153004
  3. 연합뉴스, 「원청책임·처벌 강화 '김용균법' 본회의 통과」, 2018.12.27, https://www.yna.co.kr/view/AKR20181227161251001
  4. 연합뉴스, 「원청책임·처벌 강화 '김용균법' 본회의 통과」, 2018.12.27, https://www.yna.co.kr/view/AKR20181227161251001
  5.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2020.1.16. 시행」, https://www.moel.go.kr/local/yeosu/news/reportexplan/view.do?bbs_seq=20191200976
  6.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2020.1.16. 시행」, https://www.moel.go.kr/local/yeosu/news/reportexplan/view.do?bbs_seq=20191200976
  7. 국가법령정보센터, 「산업안전보건법」 제58조·제59조,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d=001766
  8.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2020.1.16. 시행」, https://www.moel.go.kr/local/yeosu/news/reportexplan/view.do?bbs_seq=20191200976
  9. 한겨레,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일용직 '안전모 쓸 권리'도 주지 않았다」, 2019.12.11,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920229.html
  10. 연합뉴스, 「'故김용균 사건' 원청대표 무죄 확정…'중대재해법 필요한 이유'」, 2023.12.07, https://www.yna.co.kr/view/AKR20231207065153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