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실업야구.
일본에서 보통 사회인 야구(社会人野球)라고 하면 일본야구연맹(JABA)에 소속된 기업팀과 클럽팀이 하는 성인 아마추어 야구를 가리킨다. 특히 기업의 관리를 받으면서 일정한 월급까지 받는 기업팀의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한국에서 보면 사실상 실업야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만 쌩일반인들이 취미로 모여서 하는 야구까지 전부 JABA 사회인야구인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이런 동네야구는 보통 쿠사야큐(草野球)라고 따로 부른다. 넓은 의미에서는 직장인·성인이 하는 야구라 사회인 야구라고 묶어 말할 수 있지만, 야구계에서 그냥 '사회인야구'라고 하면 대개 JABA가 관할하는 경식 기업팀·클럽팀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일본프로야구와 대학야구 사이에 있는 엄청나게 중요한 선수 공급처이기도 하다. 대학이나 고교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 원하는 구단의 지명을 기다리는 선수, 혹은 프로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택한 선수들이 사회인야구로 들어온다. 그래서 아마추어라고는 해도 상위권 기업팀 선수들의 실력은 그냥 동네야구 수준하고 비교하면 실례다.
일본야구연맹에는 회사 등록팀과 클럽팀을 합쳐 수백 개 팀이 가입해 있다. JABA가 공개한 2023년 8월 기준으로는 344개 팀 중 회사 등록팀이 95개, 클럽팀이 249개였다.[1]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에는 꾸준히 사회인야구 대표팀을 출전시켜왔는데 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꾸준하게 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프로선수 위주 대표팀을 내보내는 대한민국이나 대만과 달리 일본은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을 아예 사무라이 재팬 사회인 대표로 구성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이름만 보면 일본 국가대표인데 선수 소속을 보면 토요타 자동차, 혼다, ENEOS, JR 동일본, NTT 동일본 같은 회사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당시 아시안게임에서 입대예정자들이 노골적으로 군머를 빼기 위해 눈물의 똥꼬쇼를 벌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자 일본이 이기길 바라는 댓글이 난무했다.
하지만 정작 이 대회 일본은 인천 대회급 전력을 갖춘 상황이라 일본보다는 대만이 이기길 바래야 할 판이었다.
그리고 실제 결과는 한국이 금메달, 일본이 은메달, 대만이 동메달이었다. 일본은 이 대회에도 프로가 아니라 JABA 사회인 대표를 내보냈는데 결승전까지 올라갔다.[2]
2023 항저우 아시안 게임
2022년에 열릴 예정이었다가 코로나 때문에 2023년으로 밀린 항저우 대회에서도 일본은 또 사회인 대표팀을 보냈다.
그런데 조별리그에서 중국에게 0:1로 패하는 사고를 쳤고 슈퍼라운드에서는 한국에도 패했다. 결국 3위 결정전에서 중국을 4:3으로 잡아 동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은 한국, 은메달은 대만.[3]
즉 프로야구 세계 최강급 전력을 보유한 나라가 아시안게임만 오면 회사원들 보내서 메달을 따오는 전통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
자국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에서도 똑같이 사회인 대표를 출전시켰다.
2026년 7월 발표된 24명 명단을 보면 토요타 자동차, ENEOS, NTT 동일본, 일본통운, 일본생명, JR 도카이, 왕자, JFE 니시니혼, 미쓰비시 자동차 오카자키 등 사회인야구의 유명 기업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4]
일본 입장에서는 그냥 사회인 대표가 정식 국가대표의 한 카테고리다. 사무라이 재팬 자체가 프로 대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톱팀, 사회인, 대학, U-18 등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인 야구의 구분
기업팀
기업이 운영하는 경식 야구부를 이른다. 기업에서 선수를 선발해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일정한 월급을 받으면서 야구를 하는 구조이다. 선수 본인이 드래프트에서 원하는 팀에 뽑히지 않거나 혹은 지명되지 못했을 때 입단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라고 해서 야구만 하고 돈을 받는 프로와는 조금 다르다. 회사에 정식 사원으로 입사하여 회사 업무를 하면서 야구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고, 야구부 활동이 사실상 본업처럼 운영되는 기업도 있다. 회사마다 방식은 제각각이다.
대부분은 프로를 바라보고 입단하는 케이스인지라 한 팀에서 10년 이상 뛰는 선수는 손에 꼽는다. 오뎅장수처럼 자기가 원하는 팀에 지명받기 위해 존버하는 경우도 있다.
초노는 대학 졸업 당시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의 지명을 거부하고 혼다에 입사한 뒤 사회인야구에서 뛰다가 다시 드래프트를 기다렸고, 결국 자기가 원하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일본의 독특한 드래프트 문화와 사회인야구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혹은 치열한 생존경쟁, 주전경쟁을 치러야하는 프로야구보다 봉급은 적지만 안전빵으로 직장에 다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회인야구에 오랫동안 몸담는 사례도 있다.
특히 유명 대기업 사회인팀이면 야구선수로 성공하지 못해도 회사원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장점이다. 프로야구에서 몇 년 뛰다 방출되고 인생 새로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안전한 선택지인 셈.
나무배트를 사용하며 대부분의 장비 및 규칙은 일본프로야구 기준에 준하고 있지만 콜드게임이나 승부치기 제도가 도입되는 등 다양한 규칙도 있다.
실력도 상당히 높아서 상위 기업팀들은 프로 신인 후보가 우글거린다. 일본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사회인 선수가 1라운드 지명을 받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클럽팀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경식 야구부. 이 중 기업들이 컨소시움을 만들어 운영하는 팀도 있고 유명인사가 팀원들을 모아서 운영하는 팀도 있다. 하나의 기업 소속팀이 아니다보니 월급이 없고, 오히려 팀에 참가비를 내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후원회나 지자체등지에서 후원금을 받는 팀도 있고, 여러 기업 사원들로 모인 컨소시엄 팀같은 경우는 각 회사의 지원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기업이 운영하지 않는다는 차이일 뿐이지 일본야구연맹에 정식 등록되었으며 일본야구연맹이 주최하는 도시대항야구대회 등에 출전할 수 있고 경식구를 사용한다.
클럽팀이라고 해서 반드시 조기축구회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JABA에 등록해서 도시대항 예선까지 나가는 엄연한 경식 야구팀이고, 일부 강팀은 기업팀을 잡아버리고 도시대항 본선까지 올라오기도 한다.
JABA 기준으로 기업팀보다 클럽팀 숫자가 훨씬 많아서 일본 사회인야구의 밑바닥을 깔아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풀뿌리 야구팀
한국의 사회인야구와 같은 성격을 띄는 사회인 야구부. 일반 동네야구 수준에서 전문적인 수준까지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풀뿌리 야구팀이 참가하는 대회들은 대부분 나무배트가 아닌 알루미늄 배트가 사용되며 주로 연식야구공을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야구를 일반적으로 쿠사야큐(草野球)라고 한다. 한국에서 말하는 '사회인야구'하고 가장 이미지가 비슷한 건 오히려 이쪽이다.
일본은 연식야구의 규모 자체가 워낙 커서 학교, 회사, 동호회 단위 연식팀도 엄청나게 많으며 JABA의 경식 사회인야구와는 별개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대회
일본야구연맹이 직접 주최하는 사회인야구의 대표적인 전국대회는 도시대항야구대회, 사회인야구일본선수권대회, 전일본클럽야구선수권대회이다.[5]
도시대항야구대회
줄여서는 도시대항전이라고 한다. 사회인 야구 대회 중 원탑 인기를 자랑하는 대회. 주 경기장으로는 도쿄 돔을 사용하며 일본야구연맹 소속팀들이 지역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다.
2026년 제97회 대회까지는 본선 32팀 체제이며, 2027년 제98회 대회부터는 무려 56년 만에 참가팀을 36개로 늘리기로 결정했다.[6]
서스펜디드 게임, 승부치기 제도를 시행중이며 본선 진출 이후엔 타 팀 선수 3명을 추가적으로 데려 올 수 있는 보강선수제도라는 특이한 제도도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말 그대로 도시 대표라는 대회 성격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팀이 도쿄 대표로 본선에 나가면 지역예선에서 떨어진 다른 도쿄 팀의 잘하는 선수들을 빌려다가 전력을 보강할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시스템이다.
원래 고시엔 일정을 피해서 대회 기간이 7월 중순~8월 초에 열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개최시기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2026년 대회는 8월 26일부터 9월 6일까지 도쿄 돔에서 열렸고, 2027년에는 다시 7월 14~26일 개최가 예정되어 있다.[7]
사회인 야구 대회 중 인기가 가장 많아서 유명 기업팀 경기에는 회사 임직원 응원단이 대규모로 몰려온다. 결승전은 도쿄 돔을 가득 채울 정도이며 응원전 자체가 도시대항의 볼거리로 취급된다.
기업팀 입장에서는 일본선수권보다 오히려 도시대항 우승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우승팀에는 흑사자기(黒獅子旗)가 수여된다.
사회인야구일본선수권대회
본래 명칭은 일본 산업 대항 야구대회였지만 1974년부터 사회인야구일본선수권대회가 시작되었다. 현재 주 경기장은 교세라 돔 오사카.
도시대항전의 인기에 밀리는 감이 있지만 일본 사회인야구의 또 하나의 전국 최상위 대회다.
본선은 32팀이 참가하며 각 지역 최종예선 통과팀 외에도 JABA가 지정한 주요 대회 우승팀에게 출전권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26년 제51회 대회 역시 32개 팀이 참가한다.[8]
도시대항이 도시 이름을 걸고 싸우는 약간 특이한 대회라면 이쪽은 그냥 사회인야구 전국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라는 느낌이 강하다.
전일본클럽야구선수권대회
말 그대로 JABA에 가입한 클럽팀들의 전국대회.
원문의 "도시대항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팀을 위해 만든 대회"라는 설명처럼 기업팀과 싸우는 도시대항과 달리 클럽팀끼리 전국 최강을 가린다는 성격이 강하다.
본선 진출이 결코 쉽지는 않다. 전국에 클럽팀이 200개가 넘는데 평년 본선은 16팀뿐이라 지역예선을 뚫는 것부터 상당히 빡세다.
도시대항전은 물론이고 사회인야구선수권보다도 인기가 없다.
다만 2026년은 제50회 기념대회라 본선 출전팀을 기존 16개에서 24개로 늘렸고, 처음으로 준결승과 결승을 도쿄 돔에서 개최했다.[9]
그리고 2027년부터는 다시 16팀 체제로 돌아간다.
팀
아래에 후술된 팀은 기업팀을 중심으로 한다. 일본 사회인야구는 기업의 야구부 통폐합, 회사 합병, 스폰서 변경 때문에 이름이 은근히 자주 바뀐다.
특히 2010년대 후반~2020년대에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 계열이 일본제철로 이름을 바꾸고, 미쓰비시 중공업이 여러 지역 야구부를 East와 West로 통합하면서 옛 팀명이 상당수 사라졌다.
홋카이도 지역 연맹
홋카이도
항공자위대 치토세
일본제철 무로란 샤크스
홋카이도 가스
도호쿠 지역 연맹
이와테 현
JR 모리오카
토요타 자동차 히가시니혼
미야기 현
JR 히가시니혼 토호쿠
일본제지 이시노마키
77은행(시치쥬시치 은행)
아키타 현
JR 아키타
TDK
호쿠신에츠 지구 연맹
나가노 현
FedEx
니이가타 현
바이탈넷
JR 니이가타
토야마 현
후시키 해륙운송
로키테크노 토야마
칸토 지구 연맹
이바라키 현
일본제철 카시마
히타치 제작소
이바라키 닛산
토치기 현
에이젝
군마 현
사이타마 현
일본통운
Honda
치바 현
JFE 히가시니혼
일본제철 카즈사 매직
도쿄 도
사기노미야 제작소
JR 히가시니혼
도쿄 가스
메이지 야스다
NTT 동일본
세가 사미
2026년 도쿄도 기업 춘계대회 참가팀도 메이지 야스다, NTT 동일본, 도쿄 가스, 사기노미야 제작소, JR 동일본, Honda, 세가 사미의 7개 팀이었다.[10]
가나가와 현
ENEOS
도시바
미쓰비시 중공업 East
과거의 JX-ENEOS는 현재 ENEOS, 미쓰비시 히타치 파워 시스템즈는 조직개편을 거쳐 미쓰비시 중공업 East 계통으로 정리되었다.
토카이 지구 연맹
시즈오카 현
아이치 현
왕자
JR 토카이
토카이 이화
토호 가스
토요타 자동차
미쓰비시 자동차 오카자키
일본제철 토카이 REX
J프로젝트
기후 현
세이노 운수
미에 현
Honda 스즈카
킨키 지구 연맹
교토 부
시마즈 제작소
일본신약
니치다이
오사카 부
NTT 니시니혼
오사카 가스
파나소닉
일본생명
미키하우스
효고 현
일본제철 세토우치
미쓰비시 중공업 West
예전 신일본제철 히로하타는 현재 일본제철 세토우치로 이름이 바뀌었다. 미쓰비시 중공업 고베·다카사고 역시 미쓰비시 중공업의 사회인야구부 통합 과정에서 미쓰비시 중공업 West로 재편되었다.
주고쿠 지역 연맹
오카야마 현
시티라이트 오카야마
미쓰비시 자동차 쿠라시키 오션스
히로시마 현
츠네이시 블루 파이레츠
하쿠와 빅토리즈
JFE 니시니혼
JR 니시니혼
과거 있던 미쓰비시 중공업 히로시마는 2021년 미쓰비시 중공업의 야구부 재편 과정에서 폐부되어 현재는 독립된 팀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야마구치 현
일본제철 야마구치
시코쿠 지구 연맹
카가와 현
JR 시코쿠
코치 현
시코쿠 은행
큐슈 지역 연맹
후쿠오카 현
JR 큐슈
세이부 가스
닛산 자동차 큐슈
닛산 자동차 야구부 계열은 한동안 휴부 상태였지만 큐슈 팀이 다시 활동하면서 사회인야구에 복귀했다.
쿠마모토 현
Honda 쿠마모토
미야자키 현
미야자키 우메다 학원
신카이야
오키나와 현
오키나와 전력
여담
사회인야구가 일본 프로야구의 마이너리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NPB 산하가 아니라 별도의 아마추어 조직인 JABA 소속이며 선수들도 프로구단과 계약한 선수가 아니다.
그래도 프로 스카우트들이 매년 도시대항과 일본선수권을 죽어라 보러 다니기 때문에 사실상 프로야구 취업박람회 역할도 한다. 여기서 잘하면 그해 가을 드래프트에서 바로 뽑혀간다.
반대로 사회인야구 자체에 남는 것도 충분히 하나의 진로다. 특히 토요타, Honda, JR, NTT, 일본생명 같은 대기업 팀이면 프로에 도전했다가 몇 년 만에 방출되는 것보다 인생 전체로 보면 훨씬 안전빵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회사원들이 모인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대만의 프로선수들을 상대로 메달을 따온다.
그러니까 일본 사회인야구를 한국 동네 사회인야구 생각하고 보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