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소(活性酸素, Reactive Oxygen Species, ROS)는 산소가 체내 또는 세포 안에서 화학반응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반응성이 높은 산소계 물질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슈퍼옥사이드 음이온(O₂⁻), 과산화수소(H₂O₂), 하이드록실 라디칼(·OH) 등이 포함된다.
이름만 보면 그냥 몸에 나쁜 산소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활성산소는 정상적인 세포 대사 과정에서도 계속 만들어지고, 면역반응이나 세포 신호전달에도 사용된다.
문제는 생성량이 너무 많아지거나 이를 제거하는 항산화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할 때다. 이 상태를 산화 스트레스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활성산소 자체가 악당이라기보다는, 너무 많아질 때 문제가 되는 물질이라고 보는 게 맞다.
종류
활성산소는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여러 종류를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 슈퍼옥사이드 음이온(O₂⁻)
- 과산화수소(H₂O₂)
- 하이드록실 라디칼(·OH)
- 일중항산소(¹O₂)
이 가운데 모든 활성산소가 라디칼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과산화수소는 자유라디칼은 아니지만 반응성이 높고 다른 더 강력한 활성산소를 만드는 데 관여하기 때문에 ROS에 포함된다.
반대로 하이드록실 라디칼은 반응성이 매우 강해 주변의 단백질, 지질, DNA와 거의 즉시 반응한다.
어떻게 만들어지나
활성산소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숨을 쉬고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정상적인 과정에서도 계속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미토콘드리아다.
세포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를 이용해 ATP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전자가 완전히 전달되지 않고 일부가 산소와 반응하면서 슈퍼옥사이드가 생길 수 있다.
즉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활성산소를 조금씩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 면역세포의 살균작용
- 염증반응
- 자외선
- 흡연
- 대기오염
- 일부 약물과 독성물질
- 과도한 운동
- 방사선
등에 의해 활성산소 생성이 증가할 수 있다.
면역반응과 활성산소
활성산소는 무조건 몸이 제거해야 하는 쓰레기가 아니다.
면역세포는 오히려 활성산소를 일부러 만들어 사용한다.
예를 들어 호중구와 대식세포는 세균을 잡아먹은 뒤 강한 산화성 물질을 만들어 세균을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슈퍼옥사이드와 과산화수소 같은 물질이 생성된다.
즉 활성산소는 몸 입장에서 세균 잡을 때 쓰는 화학무기 역할도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물질이 세균만 공격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 정상세포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면역반응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
산화 스트레스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만들어지거나 항산화 방어체계가 이를 충분히 처리하지 못하면 산화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활성산소는 세포의 여러 구성요소와 반응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 DNA
- 단백질
- 세포막의 지질
- 미토콘드리아
등이 손상될 수 있다.
특히 세포막에 존재하는 지방산이 산화되는 것을 지질과산화라고 한다.
지질과산화가 반복되면 세포막 구조와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DNA가 손상되면 돌연변이가 생길 가능성이 증가하고, 단백질이 산화되면 효소나 수용체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이 누적되면서 다양한 질병과 노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노화
활성산소는 오랫동안 노화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설명돼 왔다.
1950년대에는 자유라디칼 노화설이 제시되면서 세포에서 발생하는 자유라디칼이 시간이 지나면서 DNA와 단백질을 손상시키고 이것이 노화를 일으킨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졌다.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산화손상이 증가하는 현상은 여러 조직에서 관찰된다.
하지만 현대 연구에서는 활성산소 = 노화의 단일 원인처럼 단순하게 보지는 않는다.
활성산소는 세포 신호전달에도 필요하고, 적당한 산화 스트레스가 오히려 세포의 방어능력을 높이는 현상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는 노화를 유전적 변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염증, 단백질 항상성 변화 등 여러 과정이 함께 일으키는 복합현상으로 보고, 활성산소는 그중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보는 편이다.
질병과의 관계
산화 스트레스는 여러 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등에서 산화스트레스 증가가 관찰된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질병 환자에게 활성산소가 많다고 해서 활성산소가 항상 그 병의 최초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질병 때문에 염증이 생겨 활성산소가 늘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산화 스트레스가 질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원인과 결과가 서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활성산소가 모든 병의 원인이다” 같은 표현은 과장이다.
항산화 시스템
우리 몸은 활성산소가 생긴다고 그냥 맞고만 있는 게 아니다.
활성산소를 제거하거나 무독화하는 항산화 시스템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항산화 효소로는
-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아제(SOD)
- 카탈레이스
- 글루타티온 퍼옥시다아제
등이 있다.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아제는 슈퍼옥사이드를 과산화수소로 바꾸고, 카탈레이스와 글루타티온 퍼옥시다아제는 과산화수소를 물 등으로 처리한다.
또 체내에는
- 글루타티온
- 요산
- 빌리루빈
등 여러 비효소성 항산화 물질도 존재한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비타민 C와 비타민 E 역시 항산화 작용에 관여한다.
즉 사람 몸에는 활성산소 생성 시스템과 활성산소 제거 시스템이 동시에 존재한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둘 사이의 균형이 유지된다.
항산화제
활성산소가 노화와 여러 질환에 관련된다고 알려지면서 항산화제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특히
- 비타민 C
- 비타민 E
- 베타카로틴
- 폴리페놀
- 코엔자임 Q10
등이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로 홍보된다.
문제는 시험관에서 항산화 작용을 한다와 사람이 보충제로 먹으면 수명이 늘고 병을 예방한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는 항산화 보충제를 많이 먹는다고 모든 질환이 예방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항산화 보충제를 고용량으로 복용했을 때 오히려 건강위험이 증가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흡연자에게 고용량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투여한 연구에서는 폐암 위험이 증가한 결과가 보고된 적도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건강관리에서는 특정 항산화제를 왕창 먹기보다 채소, 과일, 견과류 등 다양한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더 권장된다.
운동과 활성산소
운동을 하면 산소 소비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활성산소 생성도 증가한다.
그래서 한때는 운동 → 활성산소 → 노화 라는 식으로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적당한 운동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몸의 항산화 방어체계를 강화한다.
운동으로 일시적인 산화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몸이 이에 적응하면서 항산화 효소와 세포 방어체계를 더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은 스트레스가 오히려 생물의 방어능력을 강화하는 현상을 호메시스라고 한다.
따라서 활성산소를 조금도 만들지 않는 것이 건강의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정상적인 생리 기능에 필요한 수준의 활성산소는 있어야 한다.
활성산소와 암
활성산소는 암과도 상당히 복잡한 관계를 가진다.
활성산소가 DNA를 손상시키면 돌연변이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암 발생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암세포 내부에서도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한다.
암세포는 빠르게 증식하고 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정상세포보다 산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암세포는 오히려 자신의 항산화 시스템을 강화해 살아남기도 한다.
또 항암치료 가운데 일부는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활성산소가 암을 만든다 → 항산화제 먹으면 암 예방 처럼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나친 항산화 작용이 암세포가 산화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활성산소와 염증
염증과 활성산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염증이 생기면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면서 활성산소가 증가한다.
활성산소는 다시 세포 안의 여러 신호전달경로를 자극해 염증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
그래서 만성염증에서는 염증 → 활성산소 증가 → 조직손상 → 추가 염증 같은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흡연, 비만, 만성감염 등에서 산화 스트레스와 만성염증이 함께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활성산소를 줄이려면
활성산소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은
- 금연
- 규칙적인 운동
- 충분한 수면
- 과도한 음주 피하기
- 채소와 과일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
- 비만 예방
- 만성질환 관리
- 과도한 자외선 노출 피하기
등이다.
결국 별 희한한 항산화 음료 하나 찾아먹는 것보다 평범한 건강생활을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활성산소 마케팅에서는 가끔 “이걸 먹으면 활성산소가 제거됩니다” 라는 표현을 쓰는데, 활성산소가 몸에 하나도 없어진다면 오히려 정상적인 면역반응과 세포 신호전달에 문제가 생긴다.
목표는 제거가 아니라 균형이다 병신들아.
오해
산소를 많이 마시면 활성산소가 많이 생긴다?
일상적인 호흡을 많이 한다고 활성산소가 위험하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산소 대사에는 원래 활성산소 생성과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이 함께 존재한다.
특수한 의료상황에서 장기간 고농도 산소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산소독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일반인이 깊게 숨 쉰다고 활성산소 때문에 늙는 것은 아니다.
항산화제를 많이 먹으면 좋다?
그렇지 않다.
항산화제 역시 적정량이 중요하다.
고용량 보충제가 반드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으며 특정 상황에서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활성산소는 몸에 필요 없다?
필요하다.
면역세포의 살균작용과 세포 신호전달에 사용된다.
활성산소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 문제이지 존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활성산소가 모든 노화와 질병의 원인이다?
과장이다.
산화 스트레스는 많은 질환과 노화 과정에 관여하지만 인간의 질병과 노화를 하나의 물질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여담
- 영어로는 Reactive Oxygen Species, 줄여서 ROS라고 한다.
- 한국어에서는 활성산소와 자유라디칼을 같은 의미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는 다르다. 활성산소 가운데 자유라디칼이 아닌 물질도 있다.
- 과산화수소도 활성산소의 일종이다.
- 하이드록실 라디칼은 반응성이 특히 강하다.
- 미토콘드리아는 대표적인 활성산소 생성 장소 가운데 하나다.
- 면역세포는 세균을 죽이기 위해 일부러 활성산소를 만든다.
- 운동 중에는 활성산소가 증가하지만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하면 오히려 체내 항산화 방어체계가 강화된다.
- 활성산소라는 단어가 워낙 건강식품 광고에 많이 등장하다 보니 뭔가 몸속에 들어온 독극물처럼 오해하기 쉽다. 실제로는 정상적인 세포대사의 부산물이자 신호물질이다.
- 활성산소 제거라는 표현은 광고에서 좋아하는 말이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적당한 활성산소까지 전부 제거하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다.
- 항산화제를 왕창 먹는다고 불로장생하지 않는다. 그렇게 간단했으면 노화 연구가 이미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