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 대한민국.
쪽본에 감벽의 함대가 있다면 머한민국엔 이 소설이 있다고 봐도 된다.
박대성이 쓴 대체역사소설로, 자음과모음에서 2003년부터 출간되었다.
국뽕 한사발 꺼윽한 정도가 아니라 환뽕을 아주 몇십사발 쳐먹은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전개부터가 정신나갔다.
개요
그냥 말 그대로 2004년 대한민국이 통째로 1904년으로 타임슬립한다는 내용이다.
정확히는 작중 2004년의 대한민국은 북한 체제가 붕괴한 뒤 이미 통일을 이룬 상태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계속 지진과 이상 현상이 일어나더니 어느 날 나라 전체가 100년 전인 1904년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1904년이면 한창 러일전쟁이 벌어지던 시절이다.
당연히 21세기 국가 하나가 군대, 산업시설, 과학기술과 역사 지식까지 들고 20세기 초로 떨어졌으니 밸런스가 맞을 리가 없다.
결과는?
당연히 쪽본이고 뭐고 다 줘패고 다닌다.
내용
타임슬립 이후 대한민국은 1904년의 대한제국과 접촉하고, 이후 세계사의 흐름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다.
고종도 그냥 퇴장시키지 않고 광무황제로 다시 등장시키며 입헌군주제 체제의 상징으로 만들어 버린다.
현대 한국이 가진 군사력과 기술력도 사기인데 미래의 역사까지 알고 있으니 당시 열강 입장에서는 거의 미래에서 치트키 켜고 온 국가를 상대하는 꼴이다.
작품이 진행될수록 무대도 한반도를 벗어나 러시아, 중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전체로 확대된다.
1부는 광무황제편으로 5권까지 나왔으며, 이후 2부까지 합쳐 총 9권이 출간되었다.
특징
이 작품의 존재 이유는 사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100년 전으로 현대 대한민국을 보내면 어떻게 될까?
라는 대체역사 독자라면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상상을 그냥 국가 단위로 실행해버린 작품이다.
당시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답답함을 느낀 작가가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국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100년 전 세계사를 한국이 주체가 되어 다시 쓴다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대체역사물처럼 경제, 물류, 산업생산력 같은 걸 하나하나 따져가며 현실적인 국가 운영을 묘사한다기보다는 대한민국이 압도적인 국력으로 근현대사를 다시 써버리는 맛에 보는 작품에 가깝다.
읽어보면 재밌긴 한데 좀 구멍인 부분들이 많이 있다.
특히 현대 국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석유, 원자재, 반도체와 각종 부품의 공급망을 생각하면 1904년으로 이동한 순간부터 국가 전체가 난리가 나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런 현실적인 문제보다 "미래의 대한민국이 과거로 가서 세계사를 갈아엎는다"는 전개 자체에 훨씬 집중한다.
그러니까 하드한 대체역사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태클 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고, 그냥 2000년대식 국뽕 대체역사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의외로 술술 읽힌다.
기타
특이하게도 독자 참여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받았던 작품이다.
연재 당시 독자들이 작가의 연재 사이트에 가상의 신문 기사나 설정 자료 등을 제공했고, 작가가 이를 작품에 반영하기도 했다. 실제 단행본 부록에도 독자들이 작성한 '대한신문' 기사가 들어갔다.
2000년대 초반 한국 대체역사물의 감성을 아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지금 보면 여러 의미에서 시대의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