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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는 아다를 못 떼 마법을 쓰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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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잼파파 하고 싶은 거 다 해~!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고 선언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풀어 쓰면 Renewable Electricity 100% 정도다. 이름은 간단하다. 전기 100%를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같은 재생에너지로 쓰겠다는 뜻이다.

듣기만 하면 멋있다. 기업이 지구를 위해 전기를 깨끗하게 쓰겠다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문제는 현실에 들어가면 이게 발전소 짓는 이야기인지, 인증서 사는 이야기인지, ESG 보고서 예쁘게 꾸미는 이야기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RE100은 기업용 녹색 성적표다. 문제는 시험공부를 한 놈도 있고, 족보만 산 놈도 있다는 것이다.

개요

RE100은 The Climate GroupCDP가 운영하는 국제 기업 캠페인이다.

가입 기업들은 일정 시점까지 자기 회사가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전체 에너지가 아니라 전기라는 점이다. 공장 열원, 물류, 항공, 공급망, 원재료, 소비자가 제품 쓰면서 나오는 배출까지 전부 해결한다는 뜻은 아니다.

즉 RE100은 탄소중립 전체 패키지가 아니라, 그중에서도 전기 사용량에 대한 캠페인이다.

이 차이를 모르면 바로 선동당한다. 어떤 기업이 RE100 달성했다고 해서 그 기업이 갑자기 무공해 천사가 되는 게 아니다. 그냥 자기 사업장에서 쓰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맞췄다는 뜻에 가깝다.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부 해결한 것처럼 포장하면 그건 광고팀의 손기술이다.

왜 생겼냐

기업들이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현대 기업은 전기를 퍼먹는다. 공장, 사무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매장, 서버, 반도체 라인, 배터리 공장, 냉난방, 조명, 충전시설까지 전부 전기를 먹는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철강, 화학, IT, 유통 같은 업종은 전력 사용량이 장난 아니다.

그래서 기업이 쓰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면 전력시장에 꽤 큰 신호를 줄 수 있다. 대기업들이 "우리 재생에너지 전기 살게요"라고 하면 발전사업자와 정부 입장에서도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릴 명분이 생긴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기업들이 항상 순수한 마음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은 지구를 사랑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규제, 고객사 요구, 수출시장, 투자자, 브랜드 이미지, 주가, 리스크 관리 때문에 움직인다. 지구는 명분이고 엑셀이 본체다.

작동 방식

RE100을 달성하는 방법은 대충 다음과 같다.

  • 자기 공장이나 건물에 태양광 같은 발전설비를 직접 설치한다.
  •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 전력구매계약, 즉 PPA를 맺는다.
  • 전력회사에서 재생에너지 요금제를 산다.
  • 재생에너지 인증서, 즉 REC나 비슷한 에너지속성인증서를 산다.
  • 나라별 제도에 맞춰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회계상 증명한다.

직접 발전하거나 PPA를 맺으면 그나마 실물감이 있다. 발전소가 새로 지어지고, 전기가 실제로 공급되고, 기업의 수요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밀어주는 구조가 된다.

그런데 인증서만 사는 방식은 좀 애매하다. 전력망에는 석탄, 가스, 원전, 태양광, 풍력이 다 섞여 들어가는데, 기업은 종이상으로 "나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쓴 것으로 처리함"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인증제도 자체가 완전히 무의미한 건 아니다. 추적과 시장 형성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게 과해지면 전기판 NFT가 된다. 전자는 회색인데 인증서만 초록색이다.

좋은 점

RE100의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첫째, 기업 수요를 통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끌어낸다. 정부만 움직이는 것보다 대기업 고객들이 재생전력을 요구하면 시장이 더 빨리 반응한다. 돈 냄새 맡은 자본은 생각보다 빠르다.

둘째, 기업들이 자기 전력 사용량을 공개하고 관리하게 만든다. 측정하지 않는 것은 줄일 수 없다. 일단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어디서 쓰는지, 어떤 계약으로 조달하는지 까보게 만드는 건 의미가 있다.

셋째, 공급망 압박 효과가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재생전력을 요구하면 하청과 협력사들도 영향을 받는다. 좋게 말하면 산업 생태계 전환이고, 나쁘게 말하면 대기업이 친환경 숙제를 협력사에게 토스하는 것이다.

넷째,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생존 이슈가 된다. 해외 고객사가 "너희 제품 만들 때 재생에너지 썼냐?"고 묻는 시대가 왔다. 예전에는 품질, 가격, 납기만 맞추면 됐는데 이제 전기 족보까지 제출해야 한다. 제조업 입장에서는 진짜 피곤한 세상이다.

문제점

문제는 RE100이 너무 자주 녹색 회계게임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실제로 전력망을 바꾸는 대신 인증서만 사서 목표를 맞출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전환인지 서류놀음인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이미 오래전부터 있던 수력발전소나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인증서만 사서 "우리 전기는 100% 재생에너지"라고 하면 뭔가 찝찝하다.

새 발전소가 생긴 것도 아니고, 전력망이 더 깨끗해진 것도 아니고, 그냥 누군가의 기존 재생에너지 사용권을 서류상으로 가져온 것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추가성 문제다. 내가 돈을 냈기 때문에 새로운 재생에너지 설비가 생겼는가? 아니면 원래 있던 걸 이름표만 바꿔 달았는가?

후자면 그냥 초록색 명찰갈이다.

인증서 장사

RE100에서 가장 냄새나는 부분은 인증서 장사다.

재생에너지 인증서는 필요하다. 전기가 물리적으로 섞이는 이상, 누가 어떤 발전량의 환경가치를 주장할 수 있는지 추적하려면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정상이다.

그런데 인간은 증명서가 생기면 반드시 장사를 한다. 그리고 장사가 생기면 반드시 꼼수가 생긴다.

전기는 석탄 섞인 전력망에서 받아 쓰면서, 어디 멀리 있는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사서 "우리 전기는 친환경입니다"라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뭔가 속은 느낌이 든다. 물론 회계상으로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세탁기 돌린 느낌이다.

RE100은 그래서 점점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오래된 재생에너지 설비의 인증서만 사서 실적 채우는 걸 줄이고, 더 새로운 발전설비와 연결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서류로만 친환경 하지 말고 발전소 좀 새로 늘려라”는 압박이다.

PPA

PPA는 Power Purchase Agreement, 즉 전력구매계약이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맺고 전기를 사는 방식이다. 이건 인증서만 사는 것보다 훨씬 실물감이 있다. 발전사업자는 장기 구매자가 있으니 투자하기 쉽고, 기업은 안정적으로 재생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아무 나라에서나 잘 되는 게 아니다.

전력시장이 자유화되어 있고, 송전망이 있고, 재생에너지 설비가 충분하고, 계약제도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비교적 잘 굴러가지만, 한국이나 일본처럼 전력시장 구조가 복잡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곳에서는 쉽지 않다.

즉 글로벌 기업이 "우리 RE100 해야 함"이라고 외치면, 각국 지사와 협력사는 갑자기 현지 전력제도라는 벽에 머리를 박게 된다. 본사는 선언하고, 현장은 욕한다. 이것이 글로벌 경영이다.

한국에서

한국에서 RE100은 꽤 골치 아픈 주제다.

한국은 제조업 국가다. 반도체, 배터리,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이 먹여살린다. 문제는 이 산업들이 전기를 미친 듯이 먹는다는 것이다. RE100을 하려면 깨끗한 전기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땅이 좁고, 재생에너지 입지가 빡세고, 송전망도 문제고, 주민 반발도 크고, 전력시장 구조도 복잡하다. 태양광 깔자 하면 산림훼손, 풍력 하자 하면 어민 반발, 송전탑 세우자 하면 지역갈등, 전기요금 올리자 하면 전 국민 분노. 난이도가 지옥이다.

그래도 수출기업은 피할 수 없다. 해외 고객사들이 공급망 탄소와 재생에너지 사용을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우리는 전기 싸게 써야 해서 석탄도 좀 씁니다"라고 해도 글로벌 고객사가 "그럼 너 말고 다른 공급사 찾을게" 하면 끝이다.

RE100은 착해서 하는 게 아니다. 수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낭만이 아니라 납품조건이다.

정치 떡밥

한국에서 RE100은 정치 떡밥으로도 유명해졌다.

대선 토론에서 RE100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 뒤로 RE100은 갑자기 에너지정책 용어가 아니라 정치 상식 퀴즈처럼 소비됐다. 원래는 기업 전력조달 캠페인인데, 한국에서는 "너 이거 모름? ㅋㅋ" 하는 용도로 쓰인 것이다.

이게 한국 정치의 위엄이다. 전력망, PPA, 인증서, 산업경쟁력, 재생에너지 공급 같은 어려운 문제는 사라지고, 단어 아냐 모르냐 싸움만 남는다.

RE100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한국 기업이 실제로 재생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다. 단어 외우는 건 쉽다. 송전망 까는 게 어렵다.

원자력과의 충돌

RE100은 원자력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여기서 논쟁이 터진다.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낮은 전원이다. 기후변화 대응 관점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카드다. 그런데 RE100은 이름 그대로 renewable electricity, 즉 재생에너지 전기 100%를 목표로 한다. 원전은 저탄소지만 재생에너지는 아니다.

그래서 원전 비중이 높은 나라나 기업 입장에서는 좀 빡친다. "우리는 탄소 적게 배출하는 원전 전기를 쓰는데 왜 인정 안 해줌?"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일리 있다. 기후목표만 보면 원전도 저탄소 전원이다. 하지만 RE100은 탄소중립 전체 캠페인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 캠페인이다. 그러니 원전을 안 넣는 것도 자기 논리 안에서는 맞다.

결국 문제는 용어다. RE100은 저탄소 100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100이다. 원전 지지자들이 빡치는 건 이해되지만, 이름부터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

공급망 압박

RE100의 진짜 무서운 점은 대기업 혼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RE100을 선언하면 자기 사업장 전기만 보는 게 아니다. 점점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한다. 특히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서는 고객사가 "너희 공장에서 우리 부품 만들 때 전기 뭐 썼냐?"고 묻는다.

이러면 중소기업은 환장한다.

대기업은 ESG 보고서에 멋있게 선언한다. 협력사는 전기요금과 인증서 비용을 맞는다. 본사는 박수 받고, 하청은 엑셀 파일 채운다.

물론 공급망 전체를 바꾸려면 이런 압박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힘의 관계가 비대칭이면 친환경도 갑질처럼 내려온다. 녹색 채찍이다.

데이터센터

RE100에서 요즘 중요한 업종이 데이터센터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전기를 엄청나게 먹는다. 클라우드, 검색, 동영상, 광고, 인공지능, 챗봇, 추천 알고리즘, 데이터 저장, 모델 학습이 다 전기다.

AI 시대가 오면서 전력 사용량은 더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화면에서 귀여운 챗봇을 보지만, 뒤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빨아먹고 있다. 고양이짤 하나 추천받는 데도 지구 어디선가 서버가 땀 흘린다.

그래서 빅테크가 RE100을 내세우는 건 의미가 있다. 동시에 웃기기도 하다. 자기들이 만든 서비스가 전력수요를 폭증시키고, 다시 자기들이 재생에너지 구매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불 지르고 소방차도 사는 느낌이다.

재생에너지 부족

RE100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간단하다.

재생에너지 전기가 충분해야 한다.

기업들이 아무리 RE100을 외쳐도, 해당 국가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하면 답이 없다. 인증서 가격은 오르고, PPA는 경쟁이 붙고, 좋은 프로젝트는 대기업이 쓸어간다. 그러면 중소기업은 더 비싸게 사거나 아예 못 산다.

이건 마치 전교생이 갑자기 유기농 급식 먹겠다고 선언했는데, 동네에 유기농 농장이 몇 개 없는 상황이다. 말은 멋있는데 공급이 없다.

그래서 RE100은 결국 전력망과 발전설비 문제로 돌아온다. 보고서가 아니라 송전선. 선언문이 아니라 발전소. 마케팅이 아니라 계통접속.

현실은 늘 낭만보다 무겁다.

그린워싱

RE100은 그린워싱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실제로 산업구조를 바꾸거나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고, 재생에너지 인증서만 사서 "100% renewable electricity"라고 홍보하면 소비자는 속기 쉽다. 특히 전체 탄소배출에서 전기 사용이 일부에 불과한 기업이라면 더 그렇다.

예를 들어 패션기업이 본사와 매장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맞췄다고 치자. 그런데 진짜 배출은 원단 생산, 염색, 봉제, 물류, 폐기에서 나온다면? 그 기업은 RE100을 달성했지만, 제품 하나하나가 친환경이라는 뜻은 아니다.

즉 RE100은 좋은 지표지만, 전체 그림은 아니다. 기업들은 이 빈틈을 잘 안다. 그래서 홍보자료에는 큰 글씨로 RE100, 작은 글씨로 범위와 조건을 넣는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ESG는 각주에 있다.

그래도 필요한가

필요하다.

짜증나지만 필요하다. 이게 RE100의 묘한 점이다.

인증서 장사, 서류놀음, 그린워싱, 대기업 갑질, 원전 논쟁, 전력망 한계가 다 있지만, 그래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수요를 공개적으로 만들고 전력시장을 압박하는 효과는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문제는 RE100을 성배처럼 빨면 안 된다는 것이다. RE100은 도구다. 도구를 신앙으로 만들면 바로 병신된다.

기업이 진짜로 의미 있는 RE100을 하려면 다음을 봐야 한다.

  • 실제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렸는가?
  • 단순 인증서 구매에만 의존하지 않는가?
  • 전력 사용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도 하는가?
  • 공급망 배출을 숨기지 않는가?
  • 지역 전력망과 같은 시장 안에서 조달하는가?
  • 목표연도만 던지고 당장 할 일을 미루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 못 하면 그냥 녹색 명함이다.

결론

RE100은 기업들이 쓰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맞추겠다는 운동이다.

취지는 좋다. 방향도 맞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증서 장사, ESG 홍보, 공급망 압박, 전력망 한계, 정치 떡밥이 다 섞여서 굉장히 지저분해진다.

RE100은 지구를 구하는 마법 주문이 아니다. 그냥 기업 전력조달을 재생에너지 쪽으로 밀어붙이는 압박 장치다.

진짜 RE100은 발전소와 송전망과 장기계약으로 증명된다. 가짜 RE100은 보고서 표지와 인증서 파일명으로 증명된다.

한마디로 RE100은 좋은 취지의 시험이다. 그런데 어떤 기업은 공부를 하고, 어떤 기업은 답안지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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