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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대한민국의 화학 회사이자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옛날에는 플라스틱, 합성수지, 산업소재 만드는 정통 화학회사 이미지가 강했는데, 한때는 배터리로 미래기업 코스프레까지 하다가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집단 PTSD를 제조한 회사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석유화학으로 돈 벌고, 배터리로 꿈 팔고, 물적분할로 개미 멘탈을 증류한 회사다.
개요
LG화학은 1947년에 시작된 회사다.
원래 LG그룹의 뿌리가 럭키였고, 럭키하면 치약, 플라스틱, 화학제품, 생활소재 같은 냄새가 진하게 난다. 지금은 다들 LG 하면 전자제품부터 떠올리지만, 사실 LG의 조상님 감성은 화면 반짝이는 TV보다 공장 냄새나는 화학 쪽에 더 가깝다.
본사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있다. 여의도에서 정장 입고 ESG 보고서 쓰는 사람들이 있고, 지방 공장에서는 석유화학 설비가 돌아가는 구조다. 한쪽은 초록색 미래를 말하고, 다른 한쪽은 나프타를 쪼갠다. 이것이 현대 대기업의 아름다운 이중생활이다.
LG화학의 사업은 크게 다음과 같다.
- 석유화학
- 첨단소재
- 생명과학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 지분까지 얽히면서, 그냥 화학회사인지 배터리 지주회사인지 미래소재 회사인지 정체성이 살짝 복잡해졌다. 대기업이 크면 보통 이렇게 된다. 회사 소개자료는 깔끔한데 현실 사업구조는 족보가 길다.
석유화학
LG화학의 본체이자 오래된 밥줄이다.
석유화학은 쉽게 말하면 석유에서 나온 원료를 쪼개고 붙이고 비틀어서 플라스틱, 합성고무, 합성수지, 산업소재를 만드는 산업이다. ABS, PVC, PE, PP, 합성고무, 아크릴, 가소제 같은 것들이 이 동네에서 나온다.
이걸 모르는 사람도 LG화학 제품의 결과물은 매일 만지고 산다.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외장, 포장재, 전선, 건축자재, 생활용품, 전자제품 소재 등등 현대문명의 플라스틱 뼈대가 여기랑 연결된다.
즉 LG화학은 문명 뒤쪽에서 조용히 플라스틱을 뿜어내는 회사다. 사람들이 아이폰, 자동차, 냉장고, 에어컨 보고 감탄할 때, 그 안쪽 소재 공급망에는 이런 화학회사들이 끼어 있다. 무대 위 주연은 아니지만, 세트장과 의상과 소품을 다 대는 놈이다.
문제는 석유화학이 경기 사이클을 심하게 탄다는 점이다. 중국 증설, 글로벌 수요 둔화, 원료가격 변동, 스프레드 악화가 오면 바로 얼굴이 썩는다. 호황기에는 돈이 줄줄 나오지만, 불황기에는 공장 돌릴수록 한숨이 나온다.
석유화학은 낭만이 없다. 그냥 유가, 중국, 수요, 마진, 설비투자, 감가상각이 사람을 팬다.
첨단소재
LG화학이 미래 먹거리라고 미는 분야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소재, 양극재, 분리막 관련 소재, 전자소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같은 것들이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석유화학만 붙잡고 있으면 중국 물량공세와 경기순환에 처맞기 때문에, 더 고부가가치인 첨단소재로 올라가야 한다.
특히 배터리 소재는 매우 중요하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양극재 같은 배터리 핵심소재는 국가전략산업 냄새까지 나게 되었다. 그냥 공장재료가 아니라, 미국·중국·유럽이 서로 공급망 가지고 기싸움하는 물건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쪽도 만만하지 않다. 전기차 시장이 꺾이면 배터리 소재도 같이 얻어맞고, 원재료 가격이 요동치면 수익성이 흔들리고, 중국 업체들이 들어오면 가격경쟁이 지옥문을 연다.
즉 첨단소재라고 해서 돈이 우아하게 들어오는 건 아니다. 이름은 첨단인데 현실은 단가, 재고, 고객사, 원재료, 증설 타이밍으로 뺨 맞는 업종이다.
생명과학
LG화학은 생명과학 사업도 한다.
의약품, 백신, 당뇨·비만·항암 관련 신약 개발 같은 쪽을 건드린다. 과거 LG생명과학을 합병하면서 이 분야가 LG화학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처음 보면 좀 이상하다. 플라스틱 만들던 회사가 갑자기 약도 만든다. 석유화학 공장과 신약 연구소가 한 지붕 아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화학회사에서 제약·바이오로 확장하는 건 세계적으로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분자 만지는 기술, 합성, 분석, 소재, 생명과학은 어느 정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그래서 돈 언제 버냐"가 문제다.
바이오는 꿈이 크다. 문제는 꿈이 큰 만큼 돈도 오래 태운다. 석유화학은 공장이라도 눈에 보이는데, 신약개발은 임상 실패하면 꿈이 증발한다.
배터리 사업
LG화학은 한때 전기차 배터리의 대표주자였다.
테슬라, GM, 현대자동차 같은 완성차 회사들과 연결되면서 "와 LG화학 배터리 대박 아님?" 하는 기대를 받았다. 주식시장에서도 배터리 성장주 느낌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2020년에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서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들었다.
회사 측 논리는 그럴듯했다. 배터리 사업이 커지려면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고, 별도 법인으로 전문성을 키우고, 자금조달을 쉽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돈 먹는 하마다. 공장 짓고, 연구개발하고, 고객사 대응하고, 글로벌 생산망 깔려면 돈이 미친 듯이 들어간다.
문제는 주주들 입장이다.
LG화학 주식을 산 사람들 중 상당수는 배터리 성장성을 보고 들어왔다. 그런데 그 배터리 사업을 따로 떼어내고, 나중에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해버리니 기존 LG화학 주주는 묘한 기분이 될 수밖에 없다.
"내가 배터리 보고 샀는데 배터리가 집 나갔네?"
이게 물적분할 논란의 핵심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합리적 구조조정이고, 개미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동력 분가쇼다.
물적분할
LG화학 하면 한국 주식시장에서 물적분할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방식의 분할이다. 이론상으로는 기존 주주가 간접적으로 신설회사를 계속 소유하는 구조다. 그러니까 회사는 "주주가치 훼손 아님 ㅎㅎ"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주식시장에서는 그렇게 곱게 안 본다.
문제는 신설회사가 나중에 따로 상장될 때다. 그러면 핵심 사업의 가치가 신설회사로 직접 평가받고, 기존 모회사는 지분을 가진 껍데기처럼 할인받을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이른바 지주사 할인 비슷한 게 붙는다.
LG화학은 이 논란의 대표 사례로 자주 소환된다. 개미투자자 입장에서는 아주 교육적인 사건이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회사가 말하는 주주가치 제고"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한국 증시에서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말은 고급스럽게 기업가치 제고인데, 투자자들 귀에는 "알짜사업 떼어내겠습니다"로 들린다. 역시 자본시장은 신뢰를 먹고 사는데, 한국은 그 신뢰를 김치냉장고에 넣어놓고 가끔 꺼내먹는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에서 분리된 배터리 회사다.
전기차 배터리, ESS, 소형전지 등을 담당한다. 분리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증시의 초대형주가 되었고,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와 석유화학, 생명과학을 중심으로 다시 정체성을 잡아야 했다.
LG화학은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남남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전기차 배터리 완제품을 보고 싶으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소재와 석유화학을 보고 싶으면 LG화학. 그리고 물적분할 PTSD를 보고 싶으면 한국 주식 게시판.
이렇게 정리하면 된다.
ESG
LG화학도 당연히 ESG,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친환경 소재 같은 말을 많이 한다.
화학회사가 ESG를 말하는 건 묘한 장면이다. 한쪽에서는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고, 다른 쪽에서는 친환경 소재와 순환경제를 말한다. 물론 현대 화학회사가 환경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플라스틱, 탄소배출, 폐기물, 유해물질, 공장 안전은 전부 화학회사의 숙명이다.
그래서 LG화학도 바이오 원료, 재활용 플라스틱, 생분해성 소재, 배터리 소재, 탄소감축 같은 걸 밀고 있다. 방향은 맞다.
다만 소비자와 투자자는 항상 의심해야 한다. 화학회사의 친환경은 진짜 전환일 수도 있고, 초록색 포장지일 수도 있다. 공장 굴뚝이 있는 회사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말할 때는, 일단 보고서보다 배출량과 투자금부터 봐야 한다.
ESG는 말로 하면 쉽다. 공정 바꾸고 원료 바꾸고 공급망 바꾸고 수익성 지키는 건 어렵다. 그러니까 다들 말부터 한다.
사고와 리스크
화학회사는 기본적으로 위험한 산업을 다룬다.
고압, 고온, 유독물질, 폭발성 물질, 대규모 공장, 복잡한 배관, 저장탱크, 반응기, 정기보수, 하청 작업까지 다 얽힌다. 사고 한 번 나면 그냥 "불났어요"가 아니라 인명피해, 환경오염, 지역사회 불안, 공장중단, 주가하락, 규제강화가 한 세트로 온다.
LG화학 같은 대형 화학회사는 안전관리가 생명이다. 그런데 안전은 돈을 벌어줄 때는 조용하고, 사고가 나야 존재감이 폭발한다. 현장에서는 안전투자가 비용처럼 보이고, 사고가 나면 그 비용을 아꼈던 게 얼마나 멍청한지 뒤늦게 깨닫는다.
화학산업은 문명을 만든다. 동시에 문명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공장 옆에 사는 사람들은 회사 홍보영상보다 사이렌 소리에 더 민감하다.
중국 변수
LG화학의 오래된 적은 중국이다.
석유화학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설비를 왕창 깔면 공급과잉이 터진다. 그러면 제품 가격이 내려가고, 마진이 박살난다. 한국 화학회사들은 한때 중국 성장의 수혜를 봤지만, 이제는 중국 증설의 피해도 같이 맞는다.
배터리 소재 쪽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배터리 완제품까지 밸류체인을 무섭게 키웠다. 가격경쟁력도 세고, 내수시장도 크고, 정부 지원도 있다. 한국 업체들이 기술력만 믿고 편하게 갈 수 있는 판이 아니다.
결국 LG화학은 고부가 제품, 고객사 관계, 미국·유럽 공급망, 기술력, 품질관리로 버텨야 한다. 중국과 싸우는 건 체급 차이 나는 상대와 복싱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 방 맞으면 아프고, 오래 맞으면 정신이 나간다.
투자자 관점
LG화학은 투자자 입장에서 꽤 복잡한 종목이다.
석유화학 경기민감주 성격이 있고, 배터리 소재 성장주 성격도 있고, LG에너지솔루션 지분가치도 있고, 생명과학의 바이오 옵션도 있다. 말은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뜻인데, 나쁘게 말하면 뭐 하나 깔끔하게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대충 이렇다.
- 석유화학 스프레드가 살아나는가
- 배터리 소재 수익성이 버티는가
- LG에너지솔루션 지분가치가 어떻게 평가받는가
- 전기차 수요 둔화가 얼마나 오래 가는가
- 중국 공급과잉을 이겨낼 수 있는가
- 생명과학이 돈 먹는 꿈인지 진짜 성장동력인지
- 회사가 주주환원을 얼마나 진심으로 하는가
특히 마지막이 중요하다. 한국 대기업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개미투자자는 그 말을 들으면 자동으로 지갑을 만져야 한다. 물적분할을 겪은 시장은 쉽게 잊지 않는다.
평가
LG화학은 한국 산업화의 진짜 뼈대 같은 회사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처럼 소비자 눈에 잘 띄는 회사는 아니지만, 소재와 화학은 산업의 밑바닥을 깔아준다. 플라스틱, 합성수지, 산업소재, 배터리 소재 없이 현대 제조업은 굴러가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LG화학은 꽤 중요한 회사다.
하지만 이미지가 깔끔하지만은 않다.
석유화학은 환경문제와 경기순환을 안고 있고, 배터리 사업은 물적분할 논란을 남겼고, 첨단소재는 중국과 전기차 시장에 흔들리고, ESG는 항상 진정성 검증을 받는다.
즉 LG화학은 과거의 굴뚝산업과 미래의 첨단소재가 한 몸에 붙어 있는 회사다. 한쪽 발은 나프타에 담그고, 다른 발은 전기차 배터리에 올려놓고, 입으로는 탄소중립을 말한다. 현대 산업의 모순을 아주 정직하게 보여준다.
결론
LG화학은 그냥 화학회사가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오래된 엔진이자, 배터리 성장주의 추억이자, 물적분할 논란의 교과서이자, ESG 시대에 살아남으려고 몸 비트는 거대 화학회사다.
칭찬할 부분도 많다. 한국에서 이런 규모의 소재·화학 회사를 키운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배터리, 첨단소재, 생명과학까지 손대는 기술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깔 부분도 많다. 특히 주식시장에서는 LG화학을 보면 많은 개미들이 아직도 "내 배터리 어디 갔냐" 하는 표정을 짓는다. 물적분할은 합법이었고 회사 논리도 있었지만, 투자자 감정은 법조문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LG화학은 한국 대기업의 장단점을 압축한 회사다. 기술력은 있다. 규모도 있다. 미래사업도 있다. 그런데 주주들이 믿고 자면 꼭 이상한 꿈을 꾸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