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학(中醫學,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은 중국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전통 의학 지식과 치료법을 현대 중국이 체계화한 의학 체계다. 한의학, 일본 한방의학, 티베트의학 등과 역사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이들을 전부 중의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중국에서는 그냥 옛날 민간요법 몇 개 모아놓은 수준이 아니라 대학, 병원, 국가자격, 연구기관, 의약품 산업까지 갖춘 정식 의료체계의 하나로 운영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헌법과 법률에서 현대의학과 중의학을 함께 발전시키는 방침을 두고 있으며, 2016년에는 별도의 중화인민공화국 중의약법까지 제정했다.[1]
다만 여기서 존나 중요한 게 있다. 중의학이라는 체계가 수천 년 전부터 지금 모습 그대로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고대 중국에는 시대와 지역별로 서로 다른 의학 이론과 진료 전통이 있었고, 오늘날 사람들이 TCM이라고 부르는 표준화된 체계는 상당 부분 20세기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대학·교과서·병원·국가표준을 만들면서 정리된 것이다.[2]
그리고 또 하나. 중의학이 오래됐다고 해서 그 안의 모든 이론과 치료법이 과학적으로 사실이라는 뜻은 아니다. 침술처럼 특정 통증이나 증상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축적된 분야도 있고, 전통 약초에서 출발해 아르테미시닌 같은 현대 의약품이 발견된 사례도 있다. 반면 기·경락·음양오행 같은 전통 이론을 현대 해부학과 생리학적 실체로 그대로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중약 가운데는 임상근거가 부족하거나 심각한 독성을 가진 것도 있다.[3]
결국 옛날 거니까 다 미신이다라고 싸잡아 버리는 것도 병신 같고, 수천 년 살아남았으니 다 효과 있다라고 하는 것도 똑같이 병신 같은 분야다. 현대적으로 검증해서 효과 있는 건 쓰고, 없는 건 버리고, 위험한 건 막는 게 정상적인 접근이다.
명칭
중국어로는 中医学(중의학), 의료 전반과 약재까지 묶을 때는 中医药(중의약)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영어권에서는 일반적으로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을 줄여 TCM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영어 이름에도 약간 함정이 있다.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고 하면 진짜 중국 고대부터 존재한 의학을 그대로 지칭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현대의 제도화된 TCM은 1950년대 이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여러 전통을 선별·정리하고 대학 교육과 표준교과서를 만들면서 형성된 성격이 강하다.[4]
즉 역사적 뿌리는 존나 오래됐는데 지금의 제도와 분류법까지 2천 년 전에 완성돼 있었다고 보면 안 된다.
중의학과 한의학
한국에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다.
중의학 = 한의학은 아니다.
둘 다 고대 중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동아시아 의학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공통점이 많다.
예를 들어 다음 개념이 양쪽에 존재한다.
고전도 상당 부분 공유한다.
하지만 중국, 조선, 일본 등의 의학은 수백~수천 년 동안 각자 변화했다.
한국에서는 허준의 《동의보감》, 이제마의 사상의학처럼 중국과는 별도의 발전도 있었다.
현대에는 교육제도와 면허도 완전히 다르다.
한국에서는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국가시험을 통과한 한의사가 진료한다.
중국에서는 중의약대학을 중심으로 중의사 교육과 면허체계가 별도로 운영된다.
따라서
"한의학은 중국에서 왔으니까 그냥 중의학이다."
라고 하면 역사적 영향관계 하나로 현대 의학체계 전체를 뭉개는 셈이다.
반대로 한국 전통의학이 중국 의학과 아무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말이 안 된다.
역사
중국 전통의학의 역사는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됐다.
다만 초기 자료는 후대에 편집·전승된 것이 많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 어느 날 중의학을 발명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황제내경
《황제내경》은 중국 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전 가운데 하나다.
황제와 신하들이 의학에 대해 문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음양, 오행, 장부, 경락, 침구, 질병의 원인과 치료 등에 대한 고대 의학사상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
오늘날 중의학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세계관 상당수가 이 책과 연결된다.
물론 책 제목에 황제가 들어간다고 전설 속 황제가 실제로 저술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랜 기간 여러 의학사상이 축적되고 편집된 문헌으로 본다.
신농본초경
《신농본초경》은 중국 전통 약물학의 대표적인 고전이다.
식물·동물·광물 등을 약물로 분류하고 효능을 기록했다.
역시 전설 속 신농이 직접 쓴 책이라고 역사학계에서 보는 것은 아니다.
전통의학 문헌이 권위를 얻기 위해 전설적인 인물 이름을 붙이는 건 고대에 흔한 일이었다.
상한론
후한 말의 장중경과 연결되는 《상한론》은 임상치료 역사에서 특히 중요하다.
외감성 질환을 여러 단계와 증후로 나누고 처방을 선택하는 체계를 제시했다.
여기에서 발전한 처방 상당수가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용됐다.
일본의 한방의학은 특히 상한론 계열 처방을 중요하게 다뤘다.
본초강목
명나라 이시진이 편찬한 《본초강목》은 중국 본초학을 대표하는 대작이다.
16세기에 완성됐으며 수많은 약재와 기존 문헌을 정리했다.
당시 기준으로는 거대한 약물·자연사 백과사전이었다.
다만 여기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효능이 현대 과학에서 입증된 것은 아니다.
고대·중세 의학서에는 경험적으로 유용했던 지식도 있고 지금 보면 명백히 틀린 설명도 같이 들어 있다.
이건 중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같은 시대 유럽 의학책 펼쳐보면 사혈부터 별 희한한 짓이 다 나온다.
청나라 말과 서양의학
19세기 이후 서양의학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전통의학의 위치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세균학, 해부학, 마취, 외과수술 같은 현대의학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중국 지식인 일부는 전통의학을 낡은 것으로 보고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화민국 시기에는 중의를 국가 의료체계에서 배제하거나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5]
반대로 중의계에서는 수천 년 동안 형성된 중국 의학을 없애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싸움은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에서도 형태만 바뀌어 계속됐다.
중화인민공화국 이후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뒤 중국 정부는 서양의학만 유지하고 전통의학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오히려 중서의 병중 즉 중의와 서양의학을 함께 발전시키는 정책을 채택했다.[6]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당시 중국은 인구는 존나 많은데 현대식 의사와 병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전국에 이미 존재하던 전통의사를 모조리 폐업시켜버리면 의료공백이 더 심해질 수 있었다.
또 중국 고유 문화를 강조하는 정치적·민족주의적 가치도 있었다.
마오쩌둥은 중국 전통의학을 중요한 문화적 자산으로 평가했고,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을 결합하는 방향을 추진했다.[5]
현대 중의학의 탄생
이 부분 때문에 역사학에서는 현대 TCM을 단순히 고대의학이 그대로 살아남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
1950년대 중국에서는 중의학 대학과 연구기관, 병원 등이 국가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역마다 배우는 이론과 처방이 다르면 대학에서 대량으로 의사를 키울 수가 없다.
그래서 국가 차원의 표준화 작업이 진행됐다.
1959년에는 중국 보건부 주도로 중의학 통일 교재가 편찬됐고 1963년 개정판이 만들어졌다. 관련 의학사 연구에서는 이 시기의 교과서 편찬을 현대 중의학 이론체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중요한 계기로 평가한다.[2]
즉 지금 중국 중의약대학 학생이 배우는
음양오행 장부 경락 변증논치 방제 중약학
같은 내용은 고전에서 뿌리를 가져왔지만, 이걸 일관된 대학 교과과정으로 정리한 것은 존나 현대적인 작업이다.
전통을 현대 국가가 다시 편집하고 표준화한 것이다.
문화대혁명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중국 의료체계 자체가 큰 혼란을 겪었다.
한편 농촌 의료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맨발의 의사 제도가 확대됐다.
이들은 짧은 의료교육을 받고 농촌에서 기본적인 현대의학과 전통요법을 함께 사용했다.
맨발의 의사가 전부 전통의학 의사는 아니었다.
예방접종, 위생교육, 기본적인 의약품 사용 같은 현대 공중보건 업무도 수행했다.
서구에서 1970년대 중국의 침술과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 시기와 겹친다.
개혁개방 이후
덩샤오핑 시대 이후 중국 의료체계가 현대화되면서 중의학도 대학, 병원, 연구기관, 제약산업을 갖춘 하나의 전문분야로 발전했다.
전통 이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등 현대 의학과학도 같이 배우는 방향이 확대됐다.
중의병원에서도 현대식 혈액검사, CT, MRI 같은 진단기술을 이용한다.
환자한테 맥 한 번 잡고 음양이 어쩌고 한 다음 현대검사 다 거부하는 식으로만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다.
실제 중국에서는 중의와 서의가 동일 병원 또는 협진체계 안에서 같이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중의약법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016년 12월 25일 중화인민공화국 중의약법을 통과시켰다.[1]
법은 중의약을 중국 각 민족의 전통의약을 포함하는 체계로 정의하고 국가가 중의약 발전을 지원하며 현대의학과 중의학을 함께 중시한다고 명시한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중의 의료서비스
- 중약재 관리
- 인재양성
- 과학연구
- 전통지식 계승
- 중의약 문화 확산
- 정부 지원
- 관련 법적 책임
그러니까 중국에서 중의학은 대체의학 동호회 같은 지위가 아니라 국가가 법으로 관리·육성하는 의료산업이다.
기본 이론
중의학은 현대 생의학과 질병을 바라보는 기본 틀이 다르다.
현대의학은 세포, 조직, 장기, 병원체, 유전자, 생화학적 경로 같은 것으로 질병을 설명한다.
전통 중의학에서는 다음 개념들이 핵심이다.
- 음양
- 오행
- 기
- 혈
- 진액
- 장부
- 경락
- 정
- 신
- 변증
이 중 일부는 실제 해부학적 구조 이름과 겹치지만 의미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중의학의 비(脾)를 그냥 현대 해부학의 비장 하나라고 번역하면 여러 설명이 안 맞는다.
전통 장부 개념에는 소화와 영양운반 등 훨씬 넓은 기능이 묶여 있다.
음양
음양은 중국 전통철학 전반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다.
서로 반대되면서도 의존적인 두 성질이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세상을 설명한다.
중의학에서는 인체 기능과 질병도 음양의 균형과 변화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열·활동성·외향적 성질을 양으로, 냉·정적·내향적 성질을 음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이걸 현대 물리학에서 양성자와 전자처럼 실제 측정 가능한 두 물질이 몸속에 존재한다고 이해하면 안 된다.
전통의학적 분류와 설명모델이다.
오행
오행은 목·화·토·금·수 다섯 요소의 관계를 이용해 자연현상과 인체기능을 설명하는 체계다.
중의학에서는 장부, 계절, 감정, 색, 맛 등을 오행과 연결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대응관계에는
- 목 - 간
- 화 - 심
- 토 - 비
- 금 - 폐
- 수 - 신
같은 체계가 있다.
고대 자연철학으로서는 나름 체계적인 사고방식이었지만 현대의학에서 심장이 진짜 불속성을 가지고 신장이 물속성을 가진다는 식으로 검증된 것은 당연히 아니다.
기
기(氣)는 중의학뿐 아니라 중국 철학 전반에서 사용하는 핵심 개념이다.
인체의 생명활동과 기능을 설명하는 일종의 전통적 개념이다.
기허, 기체, 기역 등 상태에 따라 여러 변증이 존재한다.
대중적으로는
"몸에 흐르는 신비한 에너지"
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의학에서 기의 의미는 그보다 존나 넓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현대 과학에서 기라는 독립적인 에너지 물질이 해부학적으로 발견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ATP나 전기신호를 기와 동일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과학적으로 확립된 설명이 아니다.
혈
중의학에서 혈은 실제 혈액과 관계된 개념이지만 현대 생리학의 blood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
혈허, 혈어 같은 전통적 진단개념이 있다.
예를 들어 혈허를 무조건 현대의학의 빈혈과 1:1로 번역할 수 없다.
중의학적으로 혈허라고 진단된 사람이 혈액검사에서는 정상 헤모글로빈 수치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번역문제 때문에 전통의학 논문을 현대의학적 질병명처럼 읽을 때 혼란이 발생한다.
장부
중의학에는 오장육부라는 개념이 있다.
대표적인 오장은 다음과 같다.
- 간
- 심
- 비
- 폐
- 신
이름은 실제 장기와 같지만 전통 이론의 기능범위가 더 넓다.
예를 들어 중의학에서 '신'은 단순히 혈액을 여과해 소변을 만드는 현대 해부학적 콩팥만 의미하지 않고 성장, 생식, 노화 등의 기능까지 연결한다.
그래서
"한의사가 신이 약하다고 했는데 병원에서 신장검사는 정상이라고 한다."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둘이 같은 단어로 서로 다른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락
경락은 기와 혈이 이동한다고 설명되는 통로체계다.
침술의 경혈도 경락 이론과 연결된다.
전통적으로 12정경과 기경팔맥 등 여러 경락체계가 발전했다.
다만 현대 해부학에서 혈관이나 신경처럼 경락이라는 독립적인 관 구조가 발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침술의 생리학적 효과가 실제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고대 경락이 물리적 관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자동으로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침 자극이 통증조절 신경계와 내인성 진통기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별도의 현대 생리학적 문제다.[3]
변증논치
중의학의 대표적인 진료방식이다.
같은 현대의학적 질병을 가진 환자라도 증상과 체질, 맥, 혀 상태 등을 종합해 서로 다른 '증'으로 분류하고 다른 처방을 선택한다.
이를 변증논치라고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두통 환자라도 중의학에서는 풍한, 풍열, 간양상항, 혈어 등 서로 다른 패턴으로 나눌 수 있다는 식이다.
반대로 서로 다른 현대의학 질환이라도 같은 증으로 판단되면 비슷한 처방을 사용할 수 있다.
중의학 지지자들은 이런 개인화가 장점이라고 주장한다.
반대쪽에서는 진단자 사이 일치도가 떨어지고 표준화된 임상시험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대 중의학은 이런 문제 때문에 변증 용어와 진단기준을 국가표준으로 만들려는 작업을 오랫동안 진행해왔다.[7]
진단
전통적으로 중의학 진단은 이른바 사진(四診)을 사용한다.
- 망진
- 문진
- 문진(聞診)
- 절진
한국어로 발음하면 '문진'이 두 개라 좀 헷갈린다.
망진
환자의 얼굴색, 체형, 피부, 혀 등을 눈으로 관찰한다.
특히 설진이 유명하다.
혀의 색깔, 형태, 설태 등을 살펴본다.
문진(聞診)
목소리, 호흡, 기침 등의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관찰한다.
문진(問診)
환자에게 증상, 수면, 식욕, 배변, 통증, 월경 등을 질문한다.
현대 진료에서도 병력청취가 존나 중요하므로 질문을 자세히 하는 것 자체는 당연히 이상할 게 없다.
절진
몸을 만져보는 진찰이다.
대표적으로 맥진이 있다.
맥진
손목의 요골동맥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맥의 특징을 구분한다.
전통 중의학에서는 부맥, 침맥, 삭맥, 지맥, 활맥, 삽맥 등 수많은 형태로 분류한다.
맥박수와 리듬을 보는 것 자체는 현대의학에서도 기본 진찰이지만, 중의학의 세부적인 맥 분류와 장부·증후 연결이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재현 가능한지는 논쟁이 있다.
의사마다 맥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진단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현대 중의학 연구에서는 센서와 AI 등을 이용해 맥진을 객관화하려는 시도도 진행된다.
AI까지 동원해서 2천 년 된 맥 짚기를 표준화하는 광경이 벌어지는 셈이다.
침술
침술은 가느다란 침을 특정 경혈에 삽입해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중의학의 국제적 인지도를 올린 대표적인 치료다.
침술 효과를 둘러싼 연구는 존나 많다.
미국 NCCIH는 일부 만성 통증, 예를 들어 요통·목통증·무릎 골관절염 등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설명한다.[3]
다만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진짜 경혈에 놓은 침과 가짜 침(sham acupuncture)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지 않은 연구도 있다.
따라서 효과 가운데 얼마가 특정 경혈의 효과이고 얼마가 피부자극, 신경자극, 치료과정의 기대효과, 플라시보 등에서 오는지를 놓고 논쟁이 계속된다.[3]
즉
"침은 다 가짜다."
도 지나치게 단순하고,
"침 효과가 있으니 경락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도 논리점프다.
침의 부작용
숙련된 시술자가 멸균된 일회용 침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은 비교적 드물다.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잘못 시술하면 다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3]
- 감염
- 출혈
- 신경손상
- 장기손상
- 기흉
특히 흉부나 등 부위에 침을 너무 깊게 찔러 폐를 손상시키면 기흉이 생길 수 있다.
침은 얇다고 무조건 안전한 이쑤시개가 아니다.
뜸
뜸은 쑥 등을 태워 특정 부위를 열로 자극하는 치료다.
중국에서는 침과 함께 침구라는 하나의 치료범주로 다뤄져 왔다.
열자극 자체가 통증과 근육긴장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질환치료 효과는 질환별로 근거를 봐야 한다.
당연히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효과 보겠다고 피부를 숯불구이처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중약
중약(中藥)은 중의학에서 사용하는 약물을 말한다.
식물성 약재가 가장 많지만 동물성·광물성 재료도 역사적으로 사용됐다.
한국의 한약과 비슷해 보이지만 약전, 허가체계, 처방 및 제약산업은 중국 제도에 따라 운영된다.
중약은 한 가지 약재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약물을 조합한 방제가 중요하다.
탕약뿐 아니라 현대에는 다음 제형으로도 만든다.
- 정제
- 캡슐
- 과립
- 환
- 시럽
- 주사제
특히 중국에서는 전통 처방을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중성약 산업이 매우 크다.
천연이니까 안전하다?
아니다.
진짜 존나 위험한 착각이다.
독버섯도 천연이고 비소도 자연에 있다.
약초에는 실제 생리활성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NCCIH는 일부 중국계 약초제품에서 중금속, 농약, 미표기 의약품, 잘못된 식물종 등이 발견됐고 심각한 장기손상 사례도 보고됐다고 설명한다.[3]
전통약이라고 처방약과 상호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항응고제, 면역억제제, 항암제 등과 같이 복용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리스톨로크산
중약 안전성 문제에서 악명 높은 사례다.
아리스톨로크산(aristolochic acid)은 Aristolochia 계열 식물 등에 존재하는 물질로 강한 신독성과 발암성이 있다.
미국 FDA는 아리스톨로크산 함유 전통약 사용으로 신부전이 발생한 사례들이 보고됐으며 이를 강력한 발암물질이자 신장독성물질로 경고한다.[8]
과거에는 이 물질을 함유한 약재가 전통 처방에 사용되거나 비슷한 이름의 다른 약재와 혼동돼 유통된 사례가 있었다.
전통 문헌에 몇백 년 적혀 있었다고 신장이 "역사가 깊으니 이번만 봐드리겠습니다" 해주는 건 아니다.
방제
중의학 처방은 여러 약재를 조합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으로 군신좌사라는 개념을 사용해 약재의 역할을 설명한다.
- 군약 - 주된 작용
- 신약 - 군약 보조
- 좌약 - 부작용 조절 또는 보완
- 사약 - 약효를 특정 부위로 유도하거나 전체 처방 조화
이런 복합처방은 개인별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대 임상연구에서는 골치 아픈 점도 있다.
약재가 10개 들어 있는데 효과가 나타났다면 어느 성분이 효과를 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약재 산지·수확시기·가공방법에 따라 유효성분 함량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현대 중약 연구에서는 성분분석과 품질표준화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아르테미시닌
중의학 옹호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성공사례 가운데 하나다.
투유유는 1960~70년대 말라리아 치료제를 찾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중국 전통 약초문헌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개똥쑥(Artemisia annua)을 이용한 고대 기록에서 단서를 얻었다.
초기 추출법은 효과가 일정하지 않았는데, 투유유는 고문헌의 낮은 온도로 처리하는 방법에서 힌트를 얻어 추출법을 개선했다.
결국 유효성분 아르테미시닌이 발견됐고 이는 현대 말라리아 치료의 핵심 약물이 됐다.[9]
투유유는 이 공로로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다.[10]
다만 이 사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
아르테미시닌은
"고대 처방 그대로 먹었더니 노벨상 치료제가 됐다."
가 아니다.
전통문헌에서 후보를 찾고 → 식물을 정확히 확인하고 → 추출법을 개선하고 → 활성물질을 분리하고 → 화학구조와 약효를 검증하고 → 투여량과 안전성을 연구해 현대 의약품으로 만든 것이다.
이건 전통지식이 신약개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훌륭한 사례다.
동시에 전통요법도 검증과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례이기도 하다.
"아르테미시닌이 있으니 중의학 전체가 과학이다"
이런 주장이 가끔 나온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아스피린이 버드나무 관련 전통지식에서 발전했다고 중세 유럽 의학의 사혈까지 같이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전통의학에서 유용한 치료법이나 약물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그 개별 치료법의 가치에 대한 증거다.
그 체계 안의 모든 이론이 동시에 참이라는 증거는 아니다.
반대로 전통의학에 틀린 이론이 있다고 아르테미시닌 같은 실제 성과까지 부정하는 것도 병신짓이다.
개별적으로 검증하면 된다.
태극권
태극권은 원래 중국 무술이지만 건강운동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중의학·전통건강관리 범주에 포함되기도 한다.
NCCIH는 태극권과 기공이 비교적 안전한 신체활동이며 일부 연구에서 삶의 질이나 건강상태 개선 가능성이 조사되고 있다고 설명한다.[3]
사실 천천히 움직이고 균형 잡고 몸을 쓰는 운동이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존나 신비로운 기의 힘을 끌어올 필요는 없다.
운동 자체로 설명 가능한 이점이 상당할 수 있다.
기공
기공은 호흡, 자세, 움직임, 정신집중 등을 결합하는 전통 수련법이다.
건강관리, 무술, 종교·수련 등 목적에 따라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일부 기공은 그냥 느린 체조와 호흡훈련에 가깝다.
반면 손도 안 대고 기를 쏴서 암을 치료한다든지, 상대를 멀리 날려버린다든지 하는 단계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에서도 기공 열풍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초능력·신비주의 주장과 결합한 적이 있었고 논란이 컸다.
운동으로서의 기공과 초능력 주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추나
중국에는 추나(推拿)라는 전통 수기치료가 있다.
관절과 근육을 손으로 밀고 당기거나 자극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한의학에서 시행하는 추나요법과 역사적으로 관련이 있다.
근골격계 증상에서 마사지·도수치료와 비슷한 물리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개별 적응증과 시술법에 따라 근거와 위험이 다르다.
목을 존나 세게 꺾는다고 기가 뚫리는 것은 아니다.
부항
부항도 중국을 포함한 여러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사용됐다.
컵 내부의 압력을 낮춰 피부를 당겨 올리는 방식이다.
피부가 시뻘겋고 자주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독소가 빠져나왔다."
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멍이 생긴 것을 독소 배출의 직접적인 증거로 볼 수는 없다.
부항 자국은 압력에 의한 모세혈관 손상과 혈액의 피부 아래 유출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방의학
중의학에는 치미병(治未病)이라는 개념이 있다.
질병이 심해진 뒤 치료하기보다 병이 생기기 전이나 초기부터 관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 중국 정부도 이를 중의학의 예방·건강관리 기능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11]
예방이 중요하다는 말 자체는 당연히 현대의학에서도 맞다.
문제는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검증되지 않은 약이나 건강상품을 존나 팔기 시작할 때다.
운동, 예방접종, 금연, 혈압관리처럼 효과가 명확한 예방과 "당신 몸에 기가 허하니 이 300만원짜리 약을 드세요"는 같은 수준의 주장이 아니다.
효과에 대한 연구
중의학은 하나의 치료법이 아니다.
침, 약초, 운동, 마사지 등 완전히 다른 치료들이 묶여 있다.
그래서
"중의학은 효과가 있냐?"
라는 질문 자체가
"서양의학은 효과 있냐?"
만큼 너무 넓다.
어떤 질환에 어떤 치료를 어떤 용량으로 사용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미국 NCCIH의 정리를 보면 침술은 일부 통증질환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중국계 약초제품은 여러 질환에서 연구됐지만 결과가 혼재돼 있다.[3]
즉 침이 무릎 통증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고 어떤 중약이 암을 치료한다는 주장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게 아니다.
임상시험의 문제
전통의학 연구에서 자주 지적되는 문제가 연구의 질이다.
일부 연구는 다음 문제가 있다.
- 표본이 작음
- 무작위배정 부실
- 맹검 어려움
- 적절한 위약군 부재
- 연구등록 미흡
- 선택적 결과보고
- 동일 처방의 성분 차이
- 출판편향
특히 침술은 치료자가 진짜 침인지 가짜 침인지 알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완전한 이중맹검이 어렵다.
중약은 맛과 냄새가 강해 위약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연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대 임상시험 방법을 최대한 적용해 효과 크기와 부작용을 확인해야 한다.
플라시보
중의학 비판에서 모든 효과를 플라시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것도 지나치게 단순하다.
플라시보 효과 자체도 통증이나 주관적 증상에서 실제 체감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침처럼 물리적 자극을 사용하는 치료는 완전히 비활성인 가짜치료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
반면 플라시보보다 못하거나 차이가 거의 없는 치료를
"환자가 좋아졌다고 했으니까 경락은 사실이다."
라고 해석하는 것도 안 된다.
치료의 특정효과와 비특이적 효과를 구분하는 게 임상시험의 목적이다.
근거중심의학과 중의학
근거중심의학에서 중요한 건 치료법의 국적이나 나이가 아니다.
중국에서 2천 년 썼든 미국 회사가 지난달 개발했든 다음을 본다.
- 효과가 있는가
- 효과 크기가 얼마나 되는가
- 부작용은 무엇인가
- 다른 치료보다 나은가
- 비용은 적절한가
- 연구가 재현되는가
전통이라는 이유로 검증을 면제해 줄 필요도 없고 전통이라는 이유로 연구 자체를 거부할 필요도 없다.
중의학을 둘러싼 논쟁이 존나 피곤해지는 이유는 의학적 질문이 자꾸 문화전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효과 검증 얘기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중화문명 5천년을 모욕하냐"
하고 다른 쪽에서는
"중국산이니까 다 미신"
이라고 하면 연구결과를 볼 이유가 없어진다.
WHO와 전통의학
세계보건기구는 전통의학 자체를 전면 배척하지 않는다.
2025년 세계보건총회에서는 WHO 세계 전통의학 전략 2025~2034가 채택됐다.[12]
다만 WHO가
"전통의학은 다 효과 있으니 믿고 먹어라."
라고 선언한 것이 아니다.
전략의 핵심에는 오히려
- 근거 강화
- 안전성과 품질관리
- 적절한 규제
- 자격 있는 의료인력
- 근거가 있는 경우 보건의료체계와 통합
이 들어 있다.[13]
WHO가 전통의학 전략을 만든 것을
"WHO가 기와 경락의 과학성을 공식 인증했다."
라고 이해하면 존나 잘못 읽은 것이다.
ICD 논란
WHO가 ICD-11에 전통의학 관련 분류를 포함시키면서 큰 논쟁이 일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WHO가 중의학 질병개념을 현대의학과 동등한 과학적 진단으로 인정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질병분류체계에 코드가 있다는 것과 치료효과나 병태생리학적 이론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의료이용과 통계를 기록하기 위해 어떤 진료행위를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그것이 자동으로 과학적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코로나19 유행 당시 중국 정부는 일부 환자 치료에 중의약을 현대의학과 병행해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여러 중약 처방이 사용됐고 중국 내 연구도 많이 발표됐다.
하지만 코로나 초기 연구 상당수는 연구설계와 근거 수준에 제한이 있었고, 중약이 백신·산소치료·항바이러스제 같은 검증된 치료를 대체한다는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중의약 정책과 의학적 효과 평가는 별도로 볼 필요가 있다.
현대 중국 병원의 중의학
외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시스템이 훨씬 현대적이다.
중의병원이라고 해서 나무 책상에 수염 긴 할아버지가 앉아서 맥만 짚는 곳은 아니다.
대형 중의병원에는 현대식 검사장비, 입원병동, 약국, 연구실이 있고 중의학과 현대의학을 함께 활용한다.
중국 정부는 1949년 이후부터 중서의 결합을 공식적인 의료정책 가운데 하나로 추진해왔다.[6]
문제는 이런 병용체계가 중의학의 효과를 평가할 때 오히려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항생제, 수액, 수술, 현대 의약품을 다 같이 사용하고 중약도 먹였는데 환자가 나았다고 중약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중약이 추가적인 효과를 냈을 가능성도 연구 없이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비교 임상시험이 필요한 것이다.
중의학 대학
중국에는 중의학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대학이 여러 곳 있다.
대표적으로
- 베이징중의약대학
- 상하이중의약대학
- 광저우중의약대학
- 난징중의약대학
- 청두중의약대학
등이 있다.
교육과정에서는 고전 이론, 침구, 중약, 방제뿐 아니라 현대 기초의학과 임상과목도 함께 배운다.
중국 정부가 1950년대부터 중의학 고등교육기관을 조직적으로 구축했고 이것이 현재의 현대 중의학 체계를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14]
중의학의 표준화
전통의학의 난점 가운데 하나가 지역과 스승마다 용어와 처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중의학 용어와 질병·증후 분류, 진단 및 치료기준 등을 표준화해왔다.
1990년대부터 중의 질병·증 분류와 진료용어에 대한 국가표준이 만들어졌고 이후 수백 종의 각종 중의약 표준이 제정됐다.[7]
이건 꽤 재미있는 과정이다.
원래 전통의학은 개별 의사의 경험과 사승관계가 존나 중요했는데 현대 국가가 의료보험, 대학시험, 병원 전산시스템에 넣으려면
"기허가 정확히 뭔데?" "이 사람하고 저 사람이 말하는 습열이 같은 거 맞냐?"
부터 정의해야 한다.
결국 전통의학이 살아남기 위해 현대 관료제와 표준화의 옷을 입게 된 것이다.
중의학 산업
중국에서는 중의약이 거대한 산업이기도 하다.
중약재 재배, 제약, 병원, 건강식품, 침구, 의료관광 등 여러 산업이 연결돼 있다.
중국 정부도 중의약의 산업화와 해외진출을 국가정책으로 적극 지원해왔다.[6]
따라서 중의학 논쟁은 순수한 의학논쟁만이 아니다.
문화유산, 국가정체성, 농업, 제약산업, 의료시장, 외교까지 존나 많이 얽혀 있다.
산업이 커지면 당연히 이해관계도 커진다.
효과 없는 제품을 효과 있다고 팔려는 사업자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실제 유용한 약물 후보를 연구하는 과학자도 있다.
둘을 싸잡아 하나로 보면 제대로 분석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와 문화정책
중국 정부는 중의학을 단순한 의료기술뿐 아니라 중국 전통문화의 대표적인 자산으로 취급한다.
공식 백서에서도 중의학을 중국 문명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로 설명한다.[6]
시진핑 정부에서도 중의약 계승과 혁신, 해외확산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런 국가적 지원은 연구와 의료인프라를 확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의학의 과학적 검증이 민족적 자존심 문제로 연결될 경우 비판적 연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의학에서
"우리 조상이 만든 거니까 맞아야 한다."
는 논리는 제일 위험하다.
약은 애국심에 반응하지 않는다.
서양에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TCM이 주로 보완·대체의학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침술은 비교적 널리 사용되고 일부 국가에서는 의료전문가 자격이나 별도 면허체계를 갖추고 있다.
반면 중약은 국가에 따라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전통약 등 규제방식이 다르다.
미국 NCCIH도 TCM을 연구대상으로 다루지만 검증된 현대 의료를 대체하거나 진료를 지연시키지 말라고 권고한다.[3]
이 말이 상당히 중요하다.
허리가 좀 아픈 사람이 침 맞아보는 것과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나는 자연의 기운으로 치료할 거다."
하고 응급실을 안 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국에서
한국에서는 중국식 TCM 자체보다 한의학이 제도화돼 있기 때문에 중의학을 직접 접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중국 유학을 통해 중의학을 공부하거나 중국 중약 연구와 교류하는 경우는 있다.
중국에서 중의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자동으로 대한민국에서 한의사로 진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의료행위를 하려면 대한민국 법령에 따른 면허가 필요하다.
양국의 교육체계와 의료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 한방과 차이
일본에서는 중국 의학이 전래된 뒤 독자적으로 발전한 한방의학(漢方医学)이 있다.
일본 한방은 특히 고전 처방을 표준화된 엑스제제로 만들어 현대 의료체계 안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한방약은 일본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며 의사가 처방한다.
중국의 중의학이 변증론치와 다양한 처방조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 비해 일본 한방은 상대적으로 처방 중심이고 실용주의적인 전통을 발전시켰다는 평가가 있다.
셋을 존나 단순하게 정리하면
중국 → 중의학 한국 → 한의학 일본 → 한방의학
으로 각자 현대화된 체계가 있는 셈이다.
같은 조상을 두고 수백 년간 따로 살다가 서로 말투까지 달라진 친척 같은 관계다.
과학인가?
인터넷에서 제일 싸움나는 질문이다.
답은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다.
중의학이라는 거대한 묶음 안에는
- 실제 약리활성을 가진 식물
- 효과가 일부 확인된 치료법
- 아직 근거가 불충분한 치료법
- 현대 과학과 맞지 않는 전통 이론
- 위험성이 확인된 약재
- 운동과 생활관리
- 문화적 철학
이 다 섞여 있다.
그러므로
"중의학은 과학이다."
라는 문장도 너무 크고,
"중의학은 전부 미신이다."
라는 문장도 너무 크다.
예를 들어 아르테미시닌은 과학이다.
아리스톨로크산을 먹으면 신장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도 과학이다.
침술이 특정 통증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연구하는 것도 과학이다.
간이 목속성이고 신장이 수속성이라는 전통 분류가 현대 생물학의 검증된 장기생리학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별도의 증거가 필요하다.
결국 치료법 하나씩 까봐야 한다.
존나 귀찮지만 의학은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전통의 권위
중의학 옹호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수천 년간 사용됐는데 효과가 없으면 살아남았겠냐."
완전히 틀린 논리는 아니다.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사용된 치료경험은 새로운 연구가설을 만드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아르테미시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오래 사용됐다는 사실 자체는 효과의 최종 증명이 아니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점성술도 믿었고 사혈도 했고 수은도 약으로 먹었다.
효과 없는 치료가 문화적 믿음, 자연경과, 플라시보, 선택적 기억 때문에 존나 오래 살아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현대의학은 전통을 참고하되 임상시험이라는 귀찮은 절차를 만든 것이다.
현대의학의 오만이라는 비판
반대 방향의 비판도 있다.
중의학을 무조건 미신이라고 조롱하는 사람 가운데 현대 의학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현대의학이 지금 수준까지 온 건 생각보다 최근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서양에서도 감염병 원인을 제대로 몰랐고 사혈과 수은 같은 위험한 치료가 널리 사용됐다.
현대의학이 강력해진 것은 '서양 전통'이라서가 아니라 세균학, 통계학, 생리학, 임상시험, 영상의학, 약리학 같은 검증방법을 받아들이면서부터다.
따라서 중국 전통에서 나온 치료라고 무시할 이유는 없다.
검증하면 된다.
효과 있으면 현대의학에 들어오는 것이고 효과 없으면 버리면 된다.
현대의학은 어느 민족의 문화재가 아니라 검증방법에 가까운 체계다.
중서의결합
중국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적 개념이다.
중서의결합은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장점을 결합하겠다는 접근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초기부터 국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다.[6]
이상적으로 보면 상당히 합리적으로 들린다.
- 응급수술은 현대외과
- 감염병은 항생제
- 필요한 경우 침·재활치료 병행
- 전통 약초에서 신약 후보 발굴
같은 방식이라면 굳이 둘이 종교전쟁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효과 없는 치료까지
"동서양 융합"
이라는 이름으로 슬쩍 같이 집어넣을 경우다.
결합한다고 둘 다 자동으로 좋은 게 되는 것은 아니다.
라면에 아이스크림 섞었다고 장점만 결합되는 건 아니다.
응급의학
중의학이 현대 의료체계와 병행되더라도 응급질환에서는 치료 지연이 특히 위험하다.
대표적으로
같은 상황은 신속한 현대 응급의료가 생존과 직접 연결된다.
이런 환자를 맥 짚고 한약부터 먹이느라 시간 보내는 것은 전통 존중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 죽을 수 있다.
중국의 현대 대형 중의병원도 이런 상황에서 현대 진단과 응급치료를 함께 사용한다.
암
중의약이 가장 위험하게 과장될 수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중국에서는 암 치료 과정에서 증상관리나 삶의 질을 목적으로 중약을 병행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항암치료 필요 없고 중약만 먹으면 암이 없어진다."
같은 주장은 매우 강한 근거가 필요하다.
항암제와 중약 사이에 상호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암환자가 어떤 약초나 보충제를 먹는다면 담당 종양내과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검증된 암 치료를 미루다가 병기가 올라가면 나중에 중약이고 뭐고 선택지가 줄어든다.
건강보조식품
중의학 이름을 달고 팔리는 제품과 실제 의료인이 사용하는 중약 처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는
황제비법 천년황실처방 기혈대보 간독소 제거 면역력 300%
같은 개소리를 붙인 제품이 존나 많다.
중국 전통의학 문구 몇 개 넣었다고 중의학 학술체계가 그 제품을 인증한 것이 아니다.
건강보조식품 사업자가 전통의 권위를 마케팅에 갖다 붙이는 경우도 많다.
중의학 비판
대표적인 비판은 다음과 같다.
전통 이론의 과학적 실체 문제
기·경락·음양오행 등을 현대 생리학적으로 직접 검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연구 품질
일부 중의약 연구는 연구설계와 보고 품질이 낮고 출판편향 가능성이 지적된다.
약재 안전성
중금속, 농약, 식물 오인, 불법 의약품 혼입, 간·신장독성 등의 위험이 존재한다.[3]
표준화 문제
같은 처방 이름이어도 약재 품질과 배합이 다르면 연구 재현성이 떨어진다.
민족주의
중의학 비판을 중국문화 비판으로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중국이 싫다는 이유로 의학적 연구 자체를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희귀동물 이용
역사적으로 일부 전통약에서 야생동물 유래 재료를 사용하면서 동물보호와 멸종위기종 거래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 중국에서도 관련 규제가 강화됐지만 전통약 수요가 야생동물 불법거래와 연결된 사례는 국제적으로 계속 비판받는다.
중의학 옹호
옹호하는 쪽에서는 다음을 강조한다.
수천 년 임상경험
오랜 기간 축적된 방대한 처방과 임상기록은 신약과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연구자원이라는 주장이다.
개인화 치료
변증논치를 통해 환자별 증상차이를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성질환과 증상관리
현대의학에서 완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만성 통증이나 기능성 증상 등에 보완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신약개발 가능성
아르테미시닌처럼 전통지식에서 현대 약물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문화적 접근성
환자들이 익숙한 전통적 의료방식을 현대 보건의료와 안전하게 연결하면 의료접근성과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WHO 역시 전통의학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안전성·근거·규제를 강화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12]
중의학과 현대의학의 가장 좋은 관계
서로 누가 진짜 의학인지 존나 싸우는 것보다 현실적으로는 간단하다.
중의학에서 나온 치료법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검증한다.
효과가 있으면 사용한다.
효과가 없으면 안 쓴다.
위험하면 금지한다.
성분이 유용하면 분리해서 약으로 개발한다.
기존 현대치료에 추가했을 때 도움이 되면 보조치료로 쓴다.
이 과정에서 이론을 수정해야 하면 수정한다.
아르테미시닌이 살아남은 이유는 고대 중국인이 맞았다고 국제사회가 예의상 인정해준 게 아니라 실제로 말라리아 원충을 죽였기 때문이다.[9]
반대로 아리스톨로크산이 퇴출되는 이유도 서양의학이 중국문화를 탄압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신장을 조지고 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8]
의학에서는 이 정도로 냉정한 기준이 오히려 가장 공평하다.
여담
- 영어권에서는 주로 TCM이라고 줄인다.
- 중국에서는 중의학을 대학과 병원, 면허, 연구기관을 갖춘 정식 의료체계로 운영한다.
- 현대 TCM의 제도적 형태는 1950년대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의 표준화 작업에서 크게 형성됐다.[4]
- 1959년 국가 차원의 통일 중의학 교재가 편찬됐고 1963년 개정판이 나왔다.[2]
- 중국은 중의학과 서양의학을 함께 발전시키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다.[6]
- 2016년 중의약법이 제정됐다.[1]
- 중의학과 한국의 한의학은 역사적 뿌리와 이론을 상당히 공유하지만 동일한 현대 의료제도는 아니다.
- 일본의 한방의학 역시 같은 동아시아 의학 전통에서 갈라져 발전했다.
- 중의학의 대표적인 치료에는 중약, 침, 뜸, 추나, 부항, 기공 등이 있다.
- 기와 경락은 중의학의 핵심 개념이지만 현대 해부학에서 혈관처럼 독립된 구조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 침술은 일부 만성 통증에서 효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지만 질환마다 근거 수준이 다르다.[3]
- 중약 연구 결과 역시 질환별로 상당히 혼재돼 있다.[3]
- 천연 약재도 독성이 있을 수 있다.
- 아리스톨로크산은 신독성과 발암성이 명확한 대표적인 사례다.[8]
- 투유유는 전통 약초문헌에서 단서를 얻어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고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10]
- 아르테미시닌 사례는 전통지식의 연구가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증거이지 음양오행 전체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증거는 아니다.
- WHO는 2025~2034년 세계 전통의학 전략을 운영하고 있지만 핵심 전제는 근거, 안전성, 품질과 적절한 규제다.[12]
- 현대의학과 전통의학 중 하나를 종교처럼 믿을 필요는 없다. 환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그 치료가 실제로 효과가 있고 안전한지다.
같이 보기
각주
- ↑ 1.0 1.1 1.2 《中华人民共和国中医药法》, 北京市人民政府·全国人民代表大会常务委员会.
- ↑ 2.0 2.1 2.2 History of the trial textbook compilation of the first and second editions of the college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ubMed.
- ↑ 3.00 3.01 3.02 3.03 3.04 3.05 3.06 3.07 3.08 3.09 3.10 3.11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What You Need To Know, U.S. 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
- ↑ 4.0 4.1 Re-writing traditional medicine in post-Maoist China, Cambridge University Press.
- ↑ 5.0 5.1 Which medicine? Whose standard? Critical reflections on medical integration in China, PMC.
- ↑ 6.0 6.1 6.2 6.3 6.4 6.5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in China, 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 ↑ 7.0 7.1 Current Status of Standardization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in China, PMC.
- ↑ 8.0 8.1 8.2 Import Alert 54-10: Products Containing Aristolochic Acid,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 ↑ 9.0 9.1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2015, Nobel Prize.
- ↑ 10.0 10.1 Tu Youyou – Facts, Nobel Prize.
- ↑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in China – Prevention and health care, 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 ↑ 12.0 12.1 12.2 Global traditional medicine strategy 2025–2034, World Health Organization.
- ↑ Seventy-eighth World Health Assembly – 26 May 2025, World Health Organization.
- ↑ The quest for modernisation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