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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2018년 1월 26일 오전, 경상남도 밀양시 가곡동의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다.
불 자체보다도 병원에 쌓여 있던 각종 안전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최종적으로 47명이 사망하고 145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병원 화재 가운데서도 손꼽히게 많은 희생자를 낸 사고다.
사고
2018년 1월 26일 오전 7시 30분경 세종병원 1층 응급실 인근 환복·탕비실 천장에서 불이 시작됐다. 이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 천장 내부의 콘센트용 전기배선이 절연파괴로 합선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났다.
문제는 불이 1층에서 시작됐다는 점이었다. 발생한 연기와 유독가스가 중앙계단과 엘리베이터 통로, 배관 공동구 등을 타고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고, 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을 잇는 연결통로까지 연기가 퍼졌다. 특히 일부 방화문이 열려 있었고 불법 증축된 공간과 연결통로까지 있었던 것으로 조사돼, 사실상 연기가 건물 안을 관광하듯 돌아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셈이었다.
병원이다 보니 환자 상당수가 고령자이거나 거동이 불편했고, 자력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갈 수 없는 환자도 많았다. 의료진과 소방대원들이 환자들을 옮기며 구조에 나섰지만 짙은 연기와 정전까지 겹치면서 구조가 쉽지 않았다. 화재는 당일 오전 10시 26분 완전히 진화됐다.
왜 이렇게 피해가 컸나
화재 이후 조사하면 할수록 병원 상태가 아주 총체적 난국이었다.
스프링클러 부재
세종병원에는 당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법령상 해당 규모의 병원은 기존 건축물에 대한 설치 유예기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스프링클러가 없었으니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초기 화재를 자동으로 억제할 장치가 없었다. 병원 측은 설치 공사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법대로 했으니 됐다고 하기에는 사람이 47명이나 죽었고, 이 사고를 포함한 여러 대형화재를 거치면서 법에서 요구하는 최소 기준과 실제로 안전한 상태는 전혀 같은 말이 아니다라는 사실만 다시 확인됐다.
비상발전기 미작동
화재와 함께 병원 전기가 끊겼는데 비상발전기가 있었음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발전기의 용량 자체도 병원에서 필요한 전력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전으로 병원 내부가 어두워졌고 엘리베이터도 멈췄다. 정부는 이후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 비상발전기 미작동이 인명피해를 확대시킨 사례로 이 사고를 명시하기도 했다. 더 골때리는 건 과거 시설 조사 과정에서 10kW짜리 발전기를 20kW짜리라고 허위로 작성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발전기가 있는 것처럼 기록한 정황까지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는 점이다. 안전점검이 아니라 서류상으로만 병원이 안전한 평행우주를 하나 만들어 놓은 수준이다.
불법 증축과 시설 관리
병원과 요양병원을 연결하는 통로를 비롯해 병원 내부 여러 곳에서 불법 증축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또한 과밀 병상과 노후 전기시설 관리 소홀 등 병원 운영 과정의 여러 문제를 확인했다. 사고의 직접적인 발화 원인은 전기배선 합선이었지만, 평범한 전기화재 하나가 47명을 죽이는 대형 참사로 발전한 데에는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수사와 처벌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단순히 화재 안전관리 문제만 나온 게 아니었다. 의료법 위반과 불법 증축, 시설점검 관련 허위 공문서 작성 등 병원 운영과 감독 전반의 문제들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병원 관계자와 공무원 등이 입건됐다. 세종병원을 운영하던 효성의료재단의 이사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결국 징역 8년과 벌금 1,000만 원이 확정됐다.
여파
사고 직후 정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 등을 구성해 부상자 치료와 희생자 장례, 유가족 지원에 나섰다. 사고 초기에 집계된 사망자는 30여 명이었으나 치료 중이던 부상자들이 추가로 숨지면서 사망자 수가 계속 늘었고 최종적으로 47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처럼 불이 나도 입원자들이 알아서 뛰쳐나올 수 없는 시설의 소방 안전기준을 다시 손보게 만든 대표적인 참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특히 스프링클러와 비상발전기처럼 평소에는 돈만 먹는 것처럼 보이는 시설들이 사고 한 번 나면 왜 필요한지가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고 증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