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젝트필리아(Objectophilia, Objectum Sexuality, OS)는 특정한 무생물이나 구조물에 대해 정서적·연애적 또는 성적 끌림을 느끼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대상은 자동차나 기계 같은 물건에 한정되지 않고 건물, 다리, 울타리, 조각상, 전자장비, 특정 단어나 기호 등 매우 다양할 수 있다.[1][2]
쉽게 말하면 물건을 그냥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 물건 자체를 연애상대나 성적 대상으로 느끼는 것이다. 특정 자동차 디자인이 존나 예쁘다고 느끼거나, 에펠탑 보면서 "와 존나 멋있다" 하고 사진 200장 찍는 정도까지 오브젝트필리아라고 부르면 건축덕후와 자동차덕후 대부분을 강제로 성적 소수자로 만들어버리는 병신 같은 분류가 되므로 당연히 그런 뜻은 아니다.
학술문헌에서는 Objectophilia와 Objectum Sexuality라는 표현이 함께 사용된다. 2019년 《Scientific Reports》 연구는 오브젝트필리아를 무생물이나 구조물에 정서적·연애적 또는 성적 감정을 경험하는 현상으로 정의했고, 실제 오브젝트필리아를 자처한 34명과 대조군 88명을 비교해 자폐 특성과 공감각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1]
다만 아직 연구 자체가 매우 적어 원인이나 유병률, 진단기준 등이 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2년 《Archives of Sexual Behavior》 논문 역시 오브젝트필리아의 원인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페티시즘·공감각·심상·자폐 스펙트럼 등 여러 가설을 검토했다.[2]
개념과 특징
단순한 물건 애착과는 다르다
사람은 누구나 특정 물건에 강한 애착을 가질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인형을 버리지 못하거나, 첫 차를 폐차하면서 눈물 흘리거나, 오래 사용한 카메라에 이름을 붙이는 정도는 흔한 인간행동이다.
하지만 오브젝트필리아에서는 특정한 사물에 대한 감정이 단순한 추억이나 애착을 넘어서 연애적·친밀감·성적 매력으로 경험되는 경우가 핵심이다.[1]
예를 들어 일부 당사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물을 파트너라고 표현하거나, 그 사물이 특정한 성격이나 성별을 가진 존재처럼 느낀다고 보고하기도 한다.[1]
냉장고 오래 써서 정들었다고 오브젝트필리아는 아니다. 냉장고랑 연애 중이라고 느끼기 시작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대상은 매우 다양하다
오브젝트필리아의 대상은 특정 종류로 제한되지 않는다.
학술문헌과 당사자 보고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상들이 언급돼 왔다.[1][2]
- 다리
- 건물
- 자동차
- 기차
- 울타리
- 조각상
- 전자장비
- 악기
- 특정 단어나 문자
- 기계
중요한 것은 사물의 종류보다 특정 대상과의 개인적인 관계다.
똑같이 자동차를 좋아해도 누군가는 기계적 성능 때문에 좋아하고, 누군가는 디자인 때문에 좋아하고, 오브젝트필리아를 경험하는 사람은 특정 자동차 자체를 연애적 또는 성적인 파트너처럼 느낄 수 있다.
특정한 하나의 사물에 끌리는 경우
오브젝트필리아에서는 사물이라는 카테고리 전체보다 특정한 개별 대상에 매우 강한 애착을 느끼는 경우가 자주 언급된다.[2]
예를 들어 "다리를 좋아한다"보다 특정 도시의 특정 다리에 장기간 강한 정서적 관계를 느끼는 식이다.
이 점에서는 일반적인 페티시즘과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가죽신발이라는 종류 전체가 성적 자극이 되는 것과 저 다리 하나랑 연애 중임은 심리적으로 꽤 다른 이야기다.
사물의 성격을 느끼는 경우
2019년 연구에서는 오브젝트필리아 참가자들이 자신이 애착을 가진 사물에 상당히 구체적인 성격특성을 부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1]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사물 파트너의 성격을 평가하게 한 뒤 시간이 지나 다시 같은 평가를 실시했다.
오브젝트필리아 집단은 일반 대조군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물에 부여한 성격보다 훨씬 일관된 성격묘사를 보였다.[1]
연구진은 이것이 사물 의인화 공감각(object-personification synaesthesia)과 연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즉 본인이 억지로 "이 기차는 내성적인 성격임 ㅋㅋ"이라고 설정놀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특정 물체에서 안정적으로 성격이나 젠더 같은 특성을 느끼는 경험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이 자신에게 반응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일부 오브젝트필리아 당사자는 자신과 사물 사이에 상호적인 관계가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다만 이런 경험이 반드시 망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사물을 인격화하거나 감정적으로 관계를 느끼는 것과, 현실적으로 사물이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의식과 의도를 가진다고 굳게 믿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학술적으로도 오브젝트필리아를 정신병적 망상과 동일시하지 않는다.[2]
연구와 원인 가설
연구가 존나 적다
오브젝트필리아는 인터넷과 다큐멘터리에서는 상당히 유명하지만 학술연구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
2019년 Scientific Reports 논문은 자신들의 연구를 오브젝트필리아를 행동실험으로 조사한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1]
연구에는 오브젝트필리아를 자처한 34명과 대조군 88명이 참여했다.
34명짜리 연구가 이 분야의 대표적인 대규모 연구 취급을 받는다는 것만 봐도 연구상황이 얼마나 황량한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오브젝트필리아의 정확한 유병률이나 성비, 발달과정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자폐 스펙트럼과의 연구
2019년 연구에서 오브젝트필리아 참가자들은 대조군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자폐 관련 특성을 보였다.[1]
34명의 오브젝트필리아 참가자 가운데 13명, 약 38%가 자폐 진단을 받았다고 보고했으며 연구 당시 대조군 88명에서는 자폐 진단자가 없었다.[1]
또한 Autism Spectrum Quotient를 이용한 검사에서도 오브젝트필리아 집단이 모든 하위영역에서 더 높은 자폐 특성을 보였다.
2022년 논문은 이러한 연구를 검토하면서 오브젝트필리아를 설명하는 여러 가설 가운데 자폐의 사회적·비사회적 특성이 하나의 가능한 요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2]
하지만 이것을
오브젝트필리아 = 자폐
또는
자폐가 있으면 사물을 사랑함
이라고 해석하면 완전히 틀린다.
연구 표본이 매우 작고 상관관계를 관찰한 연구이므로 인과관계가 확립된 것이 아니다. 연구진 역시 오브젝트필리아와 자폐 특성의 관계가 원인인지 결과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한다.[1]
특히 자폐인은 인간보다 사물을 좋아한다는 식의 단순한 고정관념으로 확대하면 연구결과를 거의 반대로 읽는 셈이다.
공감각
2019년 연구에서는 공감각도 오브젝트필리아와 관련된 특징으로 나타났다.[1]
특히 사물 의인화 공감각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사물 의인화 공감각은 특정 사물이나 문자·숫자 등에 자동적으로 성격이나 성별 같은 특성이 느껴지는 경험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숫자 7을 이기적인 남성처럼 느끼거나 특정 시계를 수줍은 성격으로 느낄 수 있다.
연구진은 오브젝트필리아 참가자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서 느끼는 성격특성이 시간에 따라 매우 일관되게 나타난 점을 근거로, 공감각적인 의인화가 일부 사람에게서 사물과의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했다.[1]
사물에 성격이 느껴지고 그 성격이 계속 유지된다면 인간이 상대방의 성격을 알아가면서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과 어느 정도 비슷한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페티시즘 가설
오브젝트필리아를 단순한 페티시즘으로 설명하려는 접근도 있다.
특정한 무생물에 성적 흥분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페티시즘과 겹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연구는 오브젝트필리아가 단순한 페티시즘으로 모두 설명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2]
오브젝트필리아 당사자에게서는 성적 흥분뿐 아니라 장기간의 정서적·연애적 관계와 사랑, 충성심 같은 경험도 보고되기 때문이다.
즉
물건 보고 꼴림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물건을 사랑하고 내 파트너라고 생각함
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성적 페티시즘보다 넓은 개념으로 다뤄진다.
성적 지향으로 보는 견해
일부 오브젝트필리아 당사자와 연구자는 이를 하나의 성적·연애적 지향으로 설명한다.
2019년 Scientific Reports 논문 역시 Objectum Sexuality를 sexual orientation이라는 틀에서 연구했다.[1]
반면 이를 의학적으로 독립된 성적 지향으로 공식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학술적인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 자체가 너무 적고 정의도 아직 일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브젝트필리아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제N의 성적 지향이다라고 확정적으로 쓰는 것도 과하고, 반대로 그냥 정신병임이라고 퉁치는 것도 현재 연구수준과 맞지 않는다.
메카노필리아와의 차이
기계에 한정되지 않는다
메카노필리아는 자동차·오토바이·기계 같은 대상과 성적 흥분이 연결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오브젝트필리아는 훨씬 넓다.
건물, 다리, 조각상 등 기계가 아닌 사물도 대상이 될 수 있다.[2]
| 구분 | 오브젝트필리아 | 메카노필리아 |
|---|---|---|
| 영어 | Objectophilia / Objectum Sexuality | Mechanophilia / Mechaphilia |
| 대상 | 다양한 무생물·구조물 | 자동차·기계·탈것 등 |
| 주요 특징 | 정서적·연애적·성적 끌림 | 주로 기계와 관련된 성적 흥분 |
| 범위 | 넓음 | 비교적 좁음 |
다만 용어 자체가 아직 완전히 표준화되지 않아 일부 문헌과 인터넷에서는 두 개념의 경계가 다르게 사용되기도 한다.
성행동이 필수는 아니다
메카노필리아 증례에서는 특정 기계와의 성적 행동이 중심적으로 보고되는 경우가 있지만 오브젝트필리아에서는 반드시 사물과 성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26년 메카노필리아 증례보고 역시 메카노필리아와 오브젝트필리아를 구분하면서, 오브젝트필리아 당사자가 자신이 사랑하거나 이상화하는 사물과 반드시 성적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3]
이 점에서는 오브젝트필리아의 연애·정서적 관계 측면이 좀 더 강조된다.
알려진 사례
베를린 장벽
오브젝트필리아 관련 문헌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Eija-Riitta Eklof Berliner-Mauer다.
2019년 연구는 그가 베를린 장벽에 강한 연애적 매력을 느꼈다고 알려진 사례를 소개한다.[1]
그는 자신의 이름에 독일어로 베를린 장벽을 뜻하는 Berliner-Mauer를 붙였고 오브젝트필리아라는 용어의 초기 확산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 언급된다.
인터넷에서는 그가 1979년 베를린 장벽과 결혼했다고 흔히 소개되는데, 이 이야기는 법적으로 국가기관이 혼인신고를 승인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본인이 상징적인 결혼관계를 선언했다는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베를린 장벽이 1989년에 무너졌다는 역사까지 생각하면 연애대상 선정 하나는 존나 드라마틱했다.
에펠탑
또 하나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Erika Eiffel이다.
그는 에펠탑에 강한 애착과 연애적 관계를 느낀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으며 성을 Eiffel로 바꾸기도 했다.
이 역시 언론에서 흔히 에펠탑과 결혼한 여자라고 자극적으로 소개됐다.
2026년 메카노필리아 논문도 Eija-Riitta와 Erika Eiffel을 오브젝트필리아의 널리 알려진 사례로 언급했다.[3]
다만 이런 유명사례는 미디어를 통해 상당히 단순화됐기 때문에 개별인의 실제 경험 전체를 몇 줄짜리 엽기뉴스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다리와 구조물
오브젝트필리아 문헌에서는 다리, 울타리, 조각상 등의 구조물에 강한 연애감정을 느끼는 사례도 언급된다.[1]
특히 크기가 크고 인간보다 오랫동안 존재하는 구조물에서 안정감이나 강인함, 특정한 성격을 느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대상은 인간처럼 대화를 할 수 없지만 일부 당사자에게는 바로 그 예측가능성과 변화가 적다는 점이 정서적으로 중요한 특성이 될 수도 있다는 가설이 제시돼 왔다.[2]
미디어의 과장
오브젝트필리아 관련 기사는 거의 항상
자동차와 결혼한 남자
다리와 사랑에 빠진 여자
에펠탑을 사랑하는 여성
같은 제목으로 나온다.
왜냐하면 특정한 무생물에 장기간 정서적 관계를 경험하는 사람의 심리라는 제목보다 저게 조회수가 백배 잘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사례를 볼 때는 당사자가 실제로 어떤 표현을 했는지와 언론이 붙인 제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신질환인가
자동으로 정신질환은 아니다
특정한 비전형적 성적·연애적 관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정신질환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브젝트필리아 자체는 DSM이나 ICD에 독립적인 정신질환 진단명으로 정식 등재돼 있지 않다.
또한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비전형적 성적 관심 자체보다 당사자가 심각한 고통이나 기능손상을 경험하는지, 또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지가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특정 사물에 연애감정을 느끼지만 본인이 고통받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것만 가지고 정신질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남들이 보기 존나 이상하다는 건 정신과 진단기준이 아니다.
망상과는 다르다
오브젝트필리아에서 사물을 인격적으로 경험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망상이나 정신병적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물에 성격이나 감정을 투영하는 것은 일반인에게도 어느 정도 나타난다.
자동차한테 "오늘 왜 이러냐" 하고 욕하거나 컴퓨터가 먹통이면 "얘 삐졌네" 하는 인간이 존나 많지만 아무도 그걸 조현병 진단기준으로 쓰지 않는다.
오브젝트필리아에서는 이런 의인화와 애착이 훨씬 강하고 지속적일 수 있지만 현실검증력의 상실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치료가 필요한가
오브젝트필리아 자체를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심한 불안이나 우울감, 사회생활 문제, 충동조절 문제 등이 발생하거나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다.
치료의 목적 역시 사물을 좋아하는 취향을 인간 좋아하게 고쳐놓음 같은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경험하는 고통과 기능문제를 줄이는 데 있다.
인터넷과 사회
사람들은 왜 그렇게 충격받나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연애와 성적 관계의 상대를 인간으로 전제한다.
그래서 무생물과의 연애라는 개념은 그 전제 자체를 박살낸다.
일부 연구자는 인간만이 적절한 연애대상이라고 가정하는 사회적 규범을 설명하기 위해 humanonormativity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3]
다만 이 개념 역시 주류 심리학에서 확립된 진단용어나 이론이라기보다 비판적·철학적인 논의에서 사용되는 표현에 가깝다.
당사자 커뮤니티
오브젝트필리아를 경험한다고 밝히는 사람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경험을 공유해 왔다.
2026년 메카노필리아 논문도 오브젝트필리아 당사자들이 자신을 성적 소수자로 규정하고 온라인 포럼이나 단체를 형성해 왔다고 설명한다.[3]
학술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초기 연구 참가자 모집 역시 이런 커뮤니티를 통해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사회적 낙인
오브젝트필리아는 일반 대중에게 이해하기 상당히 어려운 현상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조롱과 사회적 낙인을 경험할 수 있다.[1]
2019년 연구진은 이런 사회적 낙인 때문에 오브젝트필리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하는 것과 무조건 긍정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지만, 적어도 이상하니까 병신 한 줄로 끝내면 과학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없다.
법적으로 사물과 결혼할 수 있나
일반적으로 법적 혼인은 법률상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언론에서 에펠탑과 결혼했다, 베를린 장벽과 결혼했다라고 표현되는 사례는 국가가 정식 혼인신고를 승인했다는 뜻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식이나 상징적 결혼을 의미한다.
사물은 법적으로 혼인의사 확인하러 구청에 출석할 수 없으니 당연한 얘기다.
오해와 여담
물건 아끼면 오브젝트필리아인가
아니다.
특정 물건에 애착을 갖는 것은 매우 흔하다.
오래된 자동차, 악기, 인형, 휴대전화, 집 같은 물건에 이름을 붙이고 버릴 때 슬퍼하는 것도 일반적인 인간행동이다.
오브젝트필리아에서는 단순한 애착보다 연애적 또는 성적인 감정이 핵심이다.[2]
자동차 좋아하면 메카노필리아고 건물 좋아하면 오브젝트필리아인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유가 디자인이나 성능이면 그냥 자동차 취미다.
건축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역사적·미학적 관심이면 그냥 건축덕후다.
오브젝트필리아와 메카노필리아에서 말하는 것은 대상이 성적·연애적 관계의 대상이 되는 경우다.
랜드마크 사진 찍으러 전국 돌아다니는 인간을 전부 오브젝트필리아로 분류하면 여행 유튜버 절반이 갑자기 성의학 연구대상이 된다.
애착인형과는 다른가
어린아이가 특정한 인형이나 담요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애착물 현상은 정상적인 발달과정에서 흔하다.
오브젝트필리아는 이와 달리 성인에서도 특정 사물에 연애적·성적인 관계를 경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둘을 같은 현상이라고 보는 근거는 없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오브젝트필리아인가
이건 애매하다.
인공지능이나 챗봇은 물리적으로는 컴퓨터 시스템이지만 사람과 대화하고 반응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오브젝트필리아의 반응하지 않는 무생물과는 상당히 다르다.
AI 챗봇이나 가상 캐릭터에 연애감정을 느끼는 현상은 인간-컴퓨터 관계, parasocial relationship, technosexuality 등의 별도 연구주제로 다뤄질 수 있다.
그래서 ChatGPT랑 연애한다고 오브젝트필리아라고 바로 분류하면 개념을 너무 넓혀버리게 된다.
로봇은?
로봇도 비슷하게 애매하다.
단순한 산업기계에 성적 매력을 느낀다면 메카노필리아와 겹칠 수 있지만, 인간처럼 움직이고 말하고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애대상으로 느끼는 것은 별도의 로봇 성애나 technosexuality 개념과 더 가까울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경계는 앞으로 존나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
사물을 사랑하면 인간관계가 없는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일부 오브젝트필리아 당사자는 인간과의 연애보다 사물과의 관계를 선호한다고 말하지만 모든 당사자가 인간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근거는 없다.
연구표본 자체가 매우 작아 오브젝트필리아 사람들의 인간관계 유형을 일반화하기도 어렵다.[1]
자폐인이면 사물을 사람보다 좋아한다는 뜻인가
아니다.
2019년 연구에서 오브젝트필리아 집단의 자폐 특성이 높게 나타났지만 이는 특정 소규모 표본에서 관찰된 연관성이다.[1]
대부분의 자폐인이 오브젝트필리아를 경험한다는 증거도 없고, 오브젝트필리아의 원인이 자폐라고 확정된 것도 아니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매우 넓은 신경발달 특성을 사람 싫어하고 물건 좋아하는 병 정도로 요약하면 연구결과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냥 편견을 생산하게 된다.
연구가 더 필요한 이유
현재 오브젝트필리아 연구는 표본이 작고 당사자 자가보고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어떻게 발생하는지, 얼마나 흔한지, 성별 차이가 있는지, 공감각이나 자폐 특성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대부분 명확하지 않다.[2]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실제로 보고되고 있고 몇 가지 흥미로운 연관성이 관찰됐다 정도까지가 비교적 안전한 설명이다.
주요 용어
| 용어 | 설명 |
|---|---|
| 오브젝트필리아 | 특정한 사물에 정서적·연애적 또는 성적 끌림을 느끼는 현상. |
| Objectophilia | 오브젝트필리아의 영어명. |
| Objectum Sexuality | 오브젝트필리아를 가리키는 또 다른 표현. 흔히 OS로 줄임. |
| 사물 의인화 | 무생물에 성격·감정·의도 같은 인간적 특성을 부여하거나 느끼는 현상. |
| 공감각 | 하나의 감각이나 개념 자극이 다른 감각적 경험을 자동적으로 유발하는 현상. |
| Object-personification synaesthesia | 특정 사물에서 일관된 성격이나 젠더 등을 경험하는 형태의 공감각. |
| 메카노필리아 | 기계·자동차·탈것 등에 주로 성적 흥분을 느끼는 현상. |
| 페티시즘 | 특정 물체나 신체부위 등이 강한 성적 흥분의 대상이 되는 현상. |
검색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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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사물 성애만 검색하면 일반적인 페티시즘이나 인터넷 엽기기사까지 한꺼번에 섞여 나오기 때문에 학술자료를 찾으려면 Objectophilia 또는 Objectum Sexuality라는 영문명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
같이 보기
외부 링크
- Scientific Reports - Objectum sexuality: A sexual orientation linked with autism and synaesthesia
- PubMed Central - Objectum sexuality
- PubMed - Loving Objects: Can Autism Explain Objectophilia?
- Frontiers in Psychiatry - Mechanophilia: a case report of a specific fetishistic disorder
- ↑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Scientific Reports - Objectum sexuality: A sexual orientation linked with autism and synaesthesia
- ↑ 2.00 2.01 2.02 2.03 2.04 2.05 2.06 2.07 2.08 2.09 2.10 Archives of Sexual Behavior - Loving Objects: Can Autism Explain Objectophilia?
- ↑ 3.0 3.1 3.2 3.3 Frontiers in Psychiatry - Mechanophilia: a case report of a specific fetishistic disor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