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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대한민국 주재 기관 및 시설

주한미군 용산기지(Yongsan Garrison)는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있었던 주한미군의 핵심 군사기지다. 해방 이후 미군이 일본군 시설을 접수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군사령부, 미8군 등 주요 지휘부가 자리 잡았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규모의 외국군 기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특이했고, 용산 일대 도시계획에도 엄청난 영향을 줬다. 기지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 등으로 이전하면서 부지는 순차적으로 대한민국에 반환됐고, 반환된 지역 대부분은 용산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2026년 기준으로 용산기지 전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상당수 시설은 이전·반환됐지만 일부 미군 및 미국 정부 관련 시설은 남아 있고, 반환과 환경정화 절차도 아직 완전히 끝난 상태는 아니다.

역사

일본군 시절

용산 일대가 본격적으로 군사기지화된 것은 미군이 아니라 일본군 시절이다.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1904년 일본군은 용산 일대의 넓은 토지를 군용지로 확보하기 시작했고, 이후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군 제20사단을 비롯한 여러 군사시설이 들어섰다.

현재 옛 용산기지 내부에 남아 있는 도로 배치와 건축물 가운데 일부도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용산기지를 단순히 "미군이 70년 동안 쓴 땅"이라고만 설명하면 반쪽짜리다. 실제로는 일제강점기부터 100년 넘게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드나들기 어려운 군사공간으로 사용된 지역이다.

미군 주둔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미군이 서울에 진주했고, 일본군이 사용하던 용산기지를 접수했다.

이후 미군정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거치면서 용산은 미군의 주요 거점으로 계속 사용됐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서울이 몇 차례 점령과 수복을 반복하면서 기지 역시 전쟁의 영향을 받았다. 전쟁 이후에는 다시 미군 시설로 복구됐고, 냉전기 동안 주한미군의 지휘부가 집중된 핵심 기지로 자리 잡았다.

1957년 주한미군사령부가 공식 창설된 이후 용산에는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 미8군 지휘부가 함께 자리 잡았다.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창설된 뒤에는 연합사 역시 이곳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말 그대로 한반도에 있는 미군 지휘체계의 머리통이 수십 년 동안 용산에 박혀 있었던 셈이다.

위치와 규모

용산기지는 남산한강 사이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크게 메인 포스트(Main Post)사우스 포스트(South Post) 등으로 나뉘었으며, 내부에는 군 지휘시설뿐 아니라 미군 가족을 위한 학교, 병원, 숙소, 식당, 상점, 체육시설, 교회 등 각종 생활시설이 존재했다.

기지 안에 웬만한 소도시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 있었다고 봐도 된다.

미군 관계자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출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서울 시민 입장에서는 서울 한복판에 있음에도 내부 모습을 제대로 볼 일이 거의 없는 공간이었다.

특히 용산기지는 남산과 한강 사이의 거대한 면적을 차지하면서 주변 도로와 도시공간을 단절시키는 문제도 있었다.

서울이 수십 년 동안 엄청나게 팽창했는데도 용산만큼은 거대한 군부대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도시계획 측면에서는 늘 예외구역처럼 취급됐다.

주요 시설

용산기지에는 여러 미군 및 한미연합 지휘기관과 생활시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다음 시설들이 자리 잡았다.

드래곤 힐 로지는 용산기지 안에 있던 미군 호텔로, 주한미군과 그 가족 등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숙박시설이었다.

군사기지라기보다는 군 지휘부와 미국식 생활공간이 한데 섞인 작은 미국 도시 같은 성격이 강했다.

서울 속 미국

용산기지는 오랫동안 서울 안에 존재한 독특한 공간이었다.

기지 안에서는 영어 표지판과 미국식 도로 체계, 미군용 상점과 학교, 주거시설 등이 운영됐다.

냉전기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외부 한국 사회와 꽤 분리된 생활권을 형성했기 때문에 용산기지 주변 이태원 상권 역시 미군을 상대로 발전했다.

이태원에 외국 음식점과 술집, 맞춤 양복점, 각종 수입품 가게가 많았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용산기지였다.

서울 한복판에 미국인 수천 명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소비하는 공간이 수십 년 동안 존재했으니 주변 상권이 평범할 리가 없었다.

이전 논의

용산기지 이전 이야기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 서울 도심의 대규모 미군기지를 외곽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고, 1990년 한미 양국은 기지 이전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비용과 이전 부지 문제 등으로 실제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다시 협상이 진행됐고, 2004년 용산기지이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본격적인 이전 계획이 확정됐다.

주한미군 주요 시설을 평택시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고 용산기지 대부분을 대한민국 정부에 반환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미군기지 재배치는 용산기지뿐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있던 여러 주한미군 시설을 평택과 대구 등 몇 개의 대형 거점으로 통합하는 사업과 함께 추진됐다.[1]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

용산기지의 기능을 넘겨받은 핵심 시설은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다.

캠프 험프리스는 기존 기지를 대규모로 확장하면서 주한미군의 새 중심지로 개발됐다.

2007년 확장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차례로 이전했다.

미8군 사령부는 2017년 여름 용산에서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했다.[2]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 역시 2018년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용산기지는 사실상 주한미군의 본부 역할을 끝냈다.

캠프 험프리스는 약 3,500에이커 규모로 확장돼 세계 최대급 해외 미군기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3]

반환

미군이 빠졌다고 해서 용산기지 전체가 한 번에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것은 아니다.

시설별로 철수 여부와 환경조사, 한미 협상 등을 거쳐 순차적으로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주한미군은 용산기지 내 이미 비워진 여러 구역이 반환 가능한 상태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시 기준으로 2014년부터 반환 가능한 두 구역과 2019년 추가로 비워진 세 구역 등 총 다섯 개 구역이 반환 가능한 상태였다.[4]

이후 2020년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용산기지 일부 부지를 단계적으로 반환받기 시작했고, 2022년에는 대통령실 인근과 사우스포스트 지역 등을 포함한 상당한 면적이 추가 반환됐다.

반환받은 부지 가운데 일부는 정식 공원 조성에 앞서 용산어린이정원으로 개방됐다.

용산공원

용산기지 이전이 중요한 이유는 이 땅 대부분이 용산공원으로 바뀔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제정하고 반환되는 미군기지 부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용산공원은 약 300만㎡ 규모의 대형 공원이 되며,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서울 도심의 핵심 녹지축 역할을 하게 된다.

과거 군사시설 일부를 철거하지 않고 역사문화시설로 활용하는 계획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군과 미군이 사용했던 건물을 어디까지 보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용산기지 자체가 한국 근현대사를 압축해놓은 공간이라는 점 때문에 일부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환경오염 문제

용산기지 반환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 가운데 하나다.

100년 넘게 군사시설로 사용되면서 기름 저장시설, 차량 정비시설, 주유소 등이 운영됐고 이 과정에서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된 지역이 다수 확인됐다.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벤젠, 납, 비소 등 여러 오염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가 보고됐다.

특히 녹사평역 일대에서는 2001년부터 지하수에서 기름 성분이 발견돼 논란이 커졌고, 이후 조사에서 용산기지 내부가 오염원으로 지목됐다.

미군기지 반환 협상에서도 환경정화 비용을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쪽이 부담해야 하는지가 계속 문제로 남았다.

한미 SOFA 규정과 환경 기준 해석이 달라 비용 부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산어린이정원

2023년 5월 반환된 용산기지 일부 약 30만㎡가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과거 미군 학교와 운동장, 숙소 등이 있던 지역을 정비해 잔디마당과 어린이 시설, 전시공간 등을 만들었다.

정부는 약 120년 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됐던 공간이 시민에게 개방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개방 지역의 토양오염 문제를 두고 환경단체 등이 안전성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는 흙을 추가로 덮고 잔디를 심는 등 안전조치를 실시했으며 임시 이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이전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옛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용산기지 주변의 정치적 중요성도 크게 높아졌다.

대통령실 바로 앞에는 반환된 미군기지 부지가 위치하고 있고, 해당 지역 일부가 용산어린이정원으로 개방됐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 경호와 공원 동선, 미군기지 반환 문제가 서로 얽히게 됐다.

용산기지라는 군사공간이 사라지는 동시에 바로 옆에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이라는 새로운 국가 핵심시설이 들어선 셈이다.

용산공원 주택 공급 논란

2026년에는 반환된 용산기지 및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정부 발언이 나오면서 새로운 논란이 발생했다.

정부는 공원 전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축물이 있거나 녹지 기능이 낮은 일부 부지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특별시는 용산공원의 녹지 기능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논쟁 과정에서 과거 미군 장교숙소와 군인아파트, 방위사업청 부지 등이 주택 후보지로 언급됐으며, 토양오염 정화 문제 역시 중요한 쟁점이 됐다.

용산기지가 단순히 옛 군사시설 문제가 아니라 서울의 미래 도시계획과 주택정책까지 영향을 주는 땅이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 사례다.

문화적 영향

용산기지는 주변 지역 문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남겼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이태원이다.

미군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식당, 술집, 의류점, 수입품점 등이 이태원에 집중되면서 이 지역은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외국인 상권으로 발전했다.

한국에 아직 해외 음식과 문화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도 이태원에서는 미국 음식이나 외국 상품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이태원 상권 역시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평가

용산기지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매우 상징적인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사용한 군사기지를 해방 이후 미군이 이어받았고, 이후 한미동맹의 핵심 지휘부가 수십 년 동안 자리 잡았다.

동시에 서울 한복판의 막대한 토지가 군사기지로 묶이면서 도시공간 단절과 환경오염 같은 문제도 남겼다.

미군기지 이전 이후에는 이 땅을 어떤 방식으로 시민에게 돌려줄 것인지를 두고 용산공원 조성, 역사시설 보존, 환경정화, 주택 공급 등 새로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여담

  • 영문 명칭은 Yongsan Garrison이다.
  • 미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Yongsan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 기지 내부에는 도로명과 건물번호가 따로 존재했고, 학교와 호텔, 음식점, 쇼핑시설까지 있어 사실상 독립적인 생활권이었다.
  • 드래곤 힐 로지는 미군이 운영하는 군용 호텔로 유명했다.
  • 예전 용산기지 내부에는 18홀 골프장도 있었다. 이후 해당 부지 일부는 국립중앙박물관 등으로 바뀌었다.[5]
  • 2017년 미8군 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용산기지는 급격하게 비기 시작했다.
  • 캠프 험프리스는 용산기지 이전을 위해 대규모로 확장됐으며, 현재 주한미군의 사실상 본진 역할을 한다.
  • 미군이 떠난 뒤에도 토양오염 정화와 시설 반환이 남아 있기 때문에 철조망 걷고 바로 공원 만드는 식으로 끝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 과거 기지 내부의 일본군 및 미군 건축물 가운데 일부는 역사적 가치가 있어 보존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같이 보기

  1. USFK Basing and Relocation Program, United States Forces Korea, 2019-09-17.
  2. Eighth Army, U.S. Army.
  3. History, U.S. Army Garrison Humphreys.
  4. USFK Basing and Relocation Program, United States Forces Korea, 2019-09-17.
  5. The Seoul Survivor 2014-2015, United States Forces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