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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콤(NOWCOM)은 1994년 설립된 대한민국의 인터넷 기업이다. 1990년대에는 PC통신 서비스 나우누리로 이름을 날렸고, 2000년대에는 피디박스, 클럽박스, 아프리카TV, 테일즈런너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한국 인터넷 역사에서 보면 꽤 특이한 회사다. PC통신 시대부터 시작해서 웹하드, 온라인 게임, 인터넷 개인방송까지 시대가 바뀔 때마다 뭔가 하나씩 갈아탔다.

하이텔·천리안이 역사책으로 들어갈 때 혼자 계속 변신해서 살아남은 놈.

현재 계보상으로는 나우콤의 인터넷방송·게임 사업을 이어받은 회사가 SOOP이며, 그 사이 오랫동안 회사 이름 자체도 아프리카TV였다.

역사

나우누리

나우콤은 1994년 4월 설립됐다.

같은 해 PC통신 서비스 나우누리를 시작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한국에는 하이텔, 천리안 같은 대형 PC통신 서비스가 이미 있었지만 나우누리는 비교적 젊은 이용자층과 다양한 동호회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인터넷이 아직 대중화되기 전이라 전화선에 모뎀을 연결하고

삐이이이이이익 끼리리리릭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접속해야 하던 시대였다.

접속한 뒤에도 지금처럼 웹페이지가 뜨는 게 아니라 글자밖에 없는 화면에서 게시판 번호 찍고 들어가던 시절이었지만, 당시에는 이것도 존나 신문물이었다.

나우누리에는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프로그래밍 등 각종 동호회가 활성화됐고 1990년대 한국 인터넷 문화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 시대

1990년대 후반부터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PC통신 시장은 급속히 망하기 시작했다.

이라는 놈이 등장해서 사진도 나오고 링크만 누르면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굳이 전화비 내면서 텍스트 화면에 접속할 이유가 없어졌다.

나우콤 역시 기존 나우누리만 붙잡고 있었다면 다른 PC통신 회사들과 함께 그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회사는 인터넷 기반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피디박스

2002년 나우콤은 웹스토리지 서비스 피디박스를 출시했다.

사용자가 인터넷 서버에 대용량 파일을 올리고 다른 이용자가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당시는 동영상 하나만 해도 수백 MB가 대용량 취급을 받던 시절이라 이메일이나 게시판 첨부파일로 공유하기 어려웠다. 피디박스는 이런 파일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물론 실제로 돌아다닌 파일 가운데 상당수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저작권 콘텐츠였다.

덕분에 나우콤은

PC통신 회사 → 웹하드 회사

라는 첫 번째 변신에 성공했다.

클럽박스

2004년에는 피디박스를 발전시킨 클럽박스를 출시했다.

피디박스가 개인용 저장공간에 가까웠다면 클럽박스는 특정 주제별 자료실을 만들어 이용자들이 파일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애니메이션, 드라마, 예능, 게임 같은 분야별 박스가 우후죽순 생겼으며 2000년대 중후반에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웹하드 서비스 가운데 하나가 됐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웹하드 + 인터넷 카페 + 불법자료 창고

를 적절히 섞어놓은 물건이었다.

무료 이용자는 다운로드 속도가 존나 느렸고 유료 결제를 하면 빨라지는 전형적인 웹하드 과금 모델도 사용했다.

게임 사업

나우콤은 웹하드만 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 사업에도 진출했다.

대표적인 게임이 테일즈런너다.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테일즈런너는 달리기를 소재로 한 캐주얼 온라인 게임으로, 초중딩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장수게임이 됐다.

오투잼 등 다른 게임 서비스도 운영했다.

그래서 한때 나우콤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 PC통신
  • 웹하드
  • 게임
  • 동영상
  • 인터넷 방송

등 온갖 인터넷 서비스를 다 하고 있었다.

일단 인터넷에서 돈 될 것 같으면 한번씩 찔러본 회사라고 봐도 된다.

아프리카TV

나우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업은 결국 아프리카TV가 됐다.

2005년 'W'라는 이름의 인터넷 개인방송 서비스를 시험 운영한 뒤 2006년 아프리카TV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Afreeca라는 이름은 원래

Anybody can Freely broadcast TV

에서 따온 것이다.

즉 "누구나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웹캠과 마이크만 있으면 일반인도 인터넷 방송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 보면 유튜브 라이브나 트위치 같은 서비스가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일반인이 자기 집에서 실시간 방송을 한다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신기한 일이었다.

이 서비스가 대박을 치면서 나우콤의 회사 정체성 자체가 점점 인터넷 방송 쪽으로 이동했다.

2008년 촛불집회

아프리카TV가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계기 중 하나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였다.

당시 개인 방송 진행자들이 현장에서 촛불집회를 생중계했고 많은 이용자가 아프리카TV를 통해 이를 시청했다.

기존 방송국이 아닌 일반 시민이 휴대용 장비를 들고 현장에서 실시간 방송을 한다는 것이 당시에는 상당히 새로운 모습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아프리카TV의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올라갔지만 동시에 나우콤 경영진이 저작권 문제 등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정치적 논란까지 섞였다.

어쨌든 이 시기를 지나면서 아프리카TV는 단순한 실험적 서비스가 아니라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저작권 문제

피디박스와 클럽박스가 워낙 커지면서 나우콤은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 등 불법 복제물이 대량으로 공유됐고 저작권자들은 나우콤이 이를 방치하며 수익을 올린다고 주장했다.

2008년에는 당시 나우콤 대표였던 문용식이 불법 저작물 유통 방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나우콤 측에서는 이용자가 올린 파일일 뿐 회사가 직접 불법 콘텐츠를 제공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지만, 당시 한국 웹하드 사업자 대부분이 비슷한 문제로 쳐맞고 있었다.

이후 웹하드 업계에는 저작권 필터링과 제휴 콘텐츠 제도 등이 점점 강화됐다.

야생의 인터넷 시대가 슬슬 끝나기 시작한 것이다.

윈스테크넷과 합병

2008년 나우콤은 네트워크 보안업체 윈스테크넷과 합병했다.

상장법인이었던 윈스테크넷이 나우콤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지만 회사 이름은 나우콤을 사용했다.

덕분에 하나의 회사 안에

인터넷 방송 + 웹하드 + 온라인 게임 + 네트워크 보안

이라는 존나 정체불명의 사업 조합이 만들어졌다.

결국 이 결혼은 오래 가지 않았다.

회사 분할

2011년 나우콤은 회사를 다시 분할했다.

인터넷 방송과 게임 사업을 담당하는 상장회사와 웹하드·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는 별도 회사로 나뉘었다.

기존 나우콤에는 아프리카TV, 테일즈런너 등의 사업이 남았고, 나우누리, 피디박스, 클럽박스 등은 신설회사인 제타미디어 쪽으로 넘어갔다.

결국 PC통신과 웹하드라는 회사의 과거를 떼어내고 아프리카TV라는 잘나가는 사업에 몰빵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맞았다.

아프리카TV로 사명 변경

2013년 회사 이름을 아예 주식회사 아프리카TV로 변경했다.

회사 이름인 나우콤보다 서비스 이름인 아프리카TV의 인지도가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1994년 나우누리 만들던 회사가 약 20년 만에 인터넷 방송 회사로 완전히 변신한 것이다.

이후 아프리카TV는 별풍선 기반의 후원 시스템과 BJ 문화를 중심으로 한국 인터넷 개인방송 시장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2024년에는 회사와 서비스의 글로벌 브랜드 개편을 진행하면서 회사명도 다시 SOOP으로 변경됐다.

그래서 회사 계보를 간단히 적으면 대략

나우콤 → 아프리카TV → SOOP

이 된다.

이름이 두 번이나 갈렸지만 법인 계보상으로는 같은 회사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나우누리와의 결말

회사 분할 후 나우누리는 제타미디어로 넘어갔고 2013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1994년부터 약 19년 동안 이어졌던 한국 1세대 PC통신 서비스의 마지막이었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 3대장이 모두 사라졌지만 나우누리를 만들었던 회사 계보만큼은 살아남아 인터넷 방송 회사가 됐다.

모뎀으로 글 올리던 회사가 수십 년 뒤 여캠 방송으로 별풍선 받는 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 인터넷 30년 역사를 한 회사에 압축하면 대충 이런 그림이 나온다.

평가

나우콤은 한국 인터넷 산업에서 꽤 중요한 회사다.

나우누리를 통해 PC통신 시대를 경험했고, 피디박스와 클럽박스로 초고속 인터넷과 파일 공유 시대를 탔으며, 아프리카TV를 통해 개인방송 시대까지 넘어갔다.

특히 대부분의 PC통신 업체가 인터넷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우콤 계열의 생존력은 상당히 독특하다.

물론 그 과정이 아름답기만 했던 건 아니다.

웹하드 저작권 문제, 아프리카TV의 각종 방송 논란, 별풍선 과금 구조 등 사업을 바꿀 때마다 욕먹을 거리도 꾸준히 만들어냈다.

그래도 적어도

시대 바뀌는 줄 모르고 기존 사업 붙잡다가 같이 뒤진 회사는 아니었다.

주요 서비스

여담

  • 회사명 NOWCOM은 말 그대로 NOW + Communication 계열의 이름이었다.
  • 1994년 설립됐으므로 한국 인터넷 기업 가운데 상당히 오래 살아남은 축에 속한다.
  • 나우누리의 이름은 '나, 우리 그리고 함께하는 세상'이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 피디박스클럽박스가 나우콤 서비스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프리카TV 세대 이용자들도 많다.
  • 반대로 나우누리 세대에게 "나우콤이 지금 아프리카TV다"라고 하면 꽤 충격받는 경우가 있다.
  • 2011년 회사가 분할되면서 나우누리·피디박스·클럽박스와 아프리카TV의 운영 주체가 갈라졌다. 따라서 후기 서비스 이력을 전부 같은 회사가 끝까지 운영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 아프리카TV는 훗날 별풍선과 BJ라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면서 한국 인터넷 방송의 상징적인 서비스가 됐다.
  • 2024년 회사명이 SOOP으로 다시 바뀌었다. 30년 동안 회사 이름만 봐도 한국 인터넷 유행의 변천사가 보인다.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