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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를 위한 스테이크 체험용 소고기 부위.

미국에서 말하는 Chuck Eye Roll 또는 여기서 잘라낸 Chuck Eye Steak 계열을 한국에서 대충 척아이롤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식 소고기 분할에서 목심인 chuck 쪽에 속하지만 등심 쪽과 맞닿아 있어서 윗등심 일부 성격도 같이 가진다. 한마디로 운좋으면 윗등심 비슷한 거 먹고 운 없으면 질긴 목살 먹는 부위다. 구분하고 싶으면 살치살 쪽 지방과 근육 모양을 확인해라.

삼겹살보다 싸게 풀릴 때도 있는 혜자부위다 ㄹㅇ. 스테끼 잘굽는 연습에는 이게 최고다.

어떤 부위인가

Chuck은 소의 목과 어깨 쪽 대분할이다. 척아이롤은 그중에서도 갈비 쪽에 붙어 있는 등심근을 포함하는 부위라 위치상 꽃등심과 바로 이어진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척아이 스테이크를 가끔 poor man's ribeye, 즉 가난한 자의 립아이라고 부른다.

이름만 보면 진짜 립아이 짝퉁 같지만 완전히 같은 부위는 아니다.

립아이 쪽으로 가까운 척아이를 잘 얻으면 지방도 적당하고 연해서 존나 가성비 좋은 스테이크가 되는데, 목 쪽으로 갈수록 결합조직과 여러 근육이 섞이면서 질겨진다.

그래서 척아이롤 한 덩어리를 사면 한쪽은 "와 이게 이 가격?" 싶은데 반대편은 "내가 지금 운동화 밑창 씹나?" 싶을 수도 있다.

척아이롤과 척아이 스테이크

한국에서는 이것저것 싸잡아서 척아이롤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 보면 조금 다르다.

척아이롤은 덩어리육 이름이고, 여기서 스테이크용으로 잘라낸 것 가운데 립아이와 가까운 부분을 척아이 스테이크라고 부른다.

미국 소고기 규격에서도 Chuck Eye Roll은 비교적 큰 근육 덩어리고 그 안에서 스테이크, 로스트, 샤브샤브용 등을 다양하게 뽑는다.

따라서 마트에서 척아이롤 스테이크라고 팔아도 어느 위치를 잘랐느냐에 따라 품질 차이가 꽤 난다.

살치살 부분이 크고 마블링이 괜찮은 조각을 고르면 성공확률이 높다.

가격

이 부위의 존재 이유.

코스트코나 미국계 마트, 온라인 정육점에서 종종 상당히 싸게 나온다.

특히 덩어리로 사면 등심, 채끝, 안심 같은 인기 스테이크 부위보다 훨씬 싸다.

다만 예전처럼 "무조건 삼겹살보다 싸다"는 건 시기와 나라에 따라 다르다. 미국 소고기 가격 자체가 크게 오른 시기에는 척아이도 같이 올라간다.

그래도 같은 소고기 안에서는 여전히 가성비 좋은 축에 든다.

스테이크 처음 연습하는데 한 장에 몇 만 원짜리 립아이 태워먹으면 정신적 데미지가 크지만 척아이롤은 좀 태워먹어도

아 씨발 다음 판

하고 다시 구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고르는 법

척아이롤은 아무거나 집으면 안 된다.

가능하면 다음을 보면 된다.

  • 지방이 너무 없어서 새빨갛기만 한 것보다는 마블링이 어느 정도 있는 것.
  • 여러 근육이 난잡하게 갈라져 있는 것보다는 큰 등심근이 깔끔하게 잡힌 것.
  • 가운데나 가장자리에 질긴 힘줄이 크게 박혀 있지 않은 것.
  • 살치살처럼 보이는 지방 많은 부분이 넓은 것.
  • 너무 얇게 썰린 것보다는 최소 2~3cm 정도 두께가 있는 것.

특히 덩어리육이면 립아이 쪽에 가까운 끝부분이 가장 스테이크용으로 좋다.

반대로 목 쪽 끝부분은 질긴 근육이 많아서 스테이크보다는 얇게 썰거나 장시간 조리하는 쪽이 낫다.

요리법

1. 밑간

소금 후추를 잘 뿌려준다.

냉장고 밖에 놔둬서 미지근하게 하면 더 좋다고 흔히 알려져 있는데 사실 두꺼운 고기를 완전히 실온까지 올리려면 생각보다 존나 오래 걸린다. 20~30분 꺼내놓는다고 속까지 실온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표면을 최대한 말리는 것이다.

키친타월로 물기를 존나 잘 닦아라.

소금은 굽기 직전에 치거나, 아예 1시간 이상 전에 미리 쳐서 냉장고에 두는 것이 낫다. 어중간하게 10~20분 전에 소금 치면 표면에 물만 올라온 상태로 팬에 들어갈 수 있다.

가능하면 하루 전 소금 뿌려 냉장고에서 uncovered 상태로 말려두는 드라이 브라인도 좋다.

2. 기름

팬을 조온나 뜨겁게 만든 뒤 기름을 살짝 두른다.

ㄴ 올리브유 쓰지마라. 탄다. 포도씨유 추천함.

정확히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향도 강하고 발연점 문제도 있어서 초고온 시어링용으로 굳이 쓸 이유가 별로 없다.

포도씨유, 아보카도유, 카놀라유, 일반 식용유처럼 발연점 높은 기름 쓰면 된다.

기름을 존나 많이 넣을 필요는 없다. 팬 표면에 얇게 코팅될 정도면 충분하다.

3. 시어링

양면을 30초 정도 튀기듯이 구워준다.

ㄴ 근데 30초만 믿고 하지 마라.

고기 두께와 팬 온도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2.5~3cm짜리면 센 불에서 한 면당 1분 안팎으로 색을 낸 뒤 여러 번 뒤집으면서 내부 온도를 맞추는 방식이 실패가 적다.

스테이크는 한 번만 뒤집어야 한다는 옛날 미신도 있는데 여러 번 뒤집어도 문제 없다. 오히려 자주 뒤집으면 내부가 좀 더 균일하게 익는다.

중요한 건 갈색 껍질, 즉 마이야르 반응을 제대로 만드는 것.

회색으로 삶아놓고 "미디엄 레어입니다" 하면 안 된다.

4. 빠다

빠다를 손가락 정도 넣어준다. 굽다가 마늘이랑 타임 있으면 넣어준다.

버터는 처음부터 넣으면 탄다.

고기 겉면이 어느 정도 갈색이 된 다음 불을 조금 낮추고 버터를 넣는 게 좋다.

마늘을 으깨서 넣고 타임이나 로즈마리를 넣으면 뭔가 유튜브 셰프처럼 보인다.

팬을 살짝 기울여서 숟가락으로 뜨거운 버터를 퍼다가 고기 위에 계속 뿌려주는 걸 버터 베이스팅이라고 한다.

맛은 확실히 좋아진다.

근데 버터 태워서 시커먼 탄내 나는 기름을 계속 끼얹으면 그냥 고기 망치는 거니까 불 조절은 해라.

5. 내부온도

척아이롤은 눈대중으로 굽다가 실패하기 쉬우므로 가능하면 고기 온도계 하나 사라.

만원도 안 하는 게 많고 스테이크 성공률이 존나 올라간다.

대략 중심온도 기준으로

  • 레어 : 약 50~52℃
  • 미디엄 레어 : 약 54~57℃
  • 미디엄 : 약 60~63℃
  • 미디엄 웰 : 약 65℃ 전후
  • 웰던 : 70℃ 이상

정도로 보면 된다.

팬에서 꺼낸 뒤에도 내부온도가 조금 더 올라가는 캐리오버 쿠킹이 있기 때문에 목표온도보다 약간 일찍 빼는 것이 좋다.

척아이롤은 부위 특성상 지방과 결합조직이 좀 있어서 완전 레어보다는 미디엄 레어~미디엄 정도가 먹기 편한 경우가 많다.

6. 레스팅

잘 익었으면 꺼내서 좀 놔둔다.

원문처럼 알루미늄 포일로 덮어도 되는데 완전히 꽁꽁 싸면 바삭하게 만든 표면이 수증기 때문에 눅눅해진다.

그냥 느슨하게 덮거나 아예 안 덮고 5~10분 정도 쉬게 해도 된다.

구운 시간의 절반 같은 절대적인 법칙은 없다. 두꺼운 스테이크일수록 좀 더 쉬게 하고 얇으면 짧게 쉬면 된다.

레스팅 후 결 반대방향으로 썰어서 먹는다.

척아이롤은 특히 결이 선명한 부분이 있으므로 질기다고 느껴지면 결 반대로 얇게 써는 게 존나 중요하다.

리버스 시어링

두껍게 썬 척아이롤이면 오히려 이 방법이 쉽다.

오븐을 100~120℃ 정도로 낮게 맞춘 뒤 고기 중심온도가 목표보다 5~10℃ 낮아질 때까지 천천히 익힌다.

그 다음 존나 뜨거운 팬에 앞뒤로 짧게 구워 겉면만 갈색으로 만든다.

이게 리버스 시어링이다.

두꺼운 고기를 처음부터 팬으로만 굽다가 겉은 탄 숯이고 가운데는 냉동육 상태가 되는 사고를 막기 좋다.

특히 척아이롤처럼 싸서 두껍게 잘라도 부담 없는 고기에 연습하기 좋다.

수비드

척아이롤은 수비드와도 궁합이 좋다.

부위에 결합조직이 있는 편이라 54~57℃ 정도에서 몇 시간 천천히 익혀주면 일반 팬 조리보다 질긴 부분이 부드러워질 수 있다.

다만 너무 오래 돌리면 스테이크 특유의 씹는 맛이 사라지고 햄 같은 식감이 될 수도 있다.

수비드 끝난 뒤에는 표면을 존나 잘 닦고 팬을 최대한 뜨겁게 해서 짧게 시어링하면 된다.

스테이크 말고 먹는 법

모든 척아이롤을 억지로 스테이크로 먹을 필요는 없다.

질긴 조각 걸렸으면 얇게 썰어서 불고기나 샤브샤브처럼 먹어도 되고, 큼직하게 잘라서 카레나 스튜에 넣고 오래 끓이면 된다.

Chuck 자체가 원래 미국에서 포트 로스트나 브레이징에 존나 많이 쓰는 부위다.

압력솥에 넣고 오래 익히면 질긴 결합조직이 젤라틴화돼서 완전히 다른 고기가 된다.

그래서 척아이롤 한 덩어리를 샀는데 립아이 가까운 좋은 부분은 스테이크로 먹고, 질긴 부분은 카레나 장조림에 갈아넣으면 버릴 게 거의 없다.

척아이롤 vs 립아이

립아이가 당연히 평균적으로 더 부드럽고 마블링도 좋다.

척아이롤의 장점은 립아이와 비슷해서가 아니라 가격에 비해 립아이 비슷한 부분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립아이 한 장 가격으로 척아이롤 두세 장을 살 수 있으면 척아이롤의 가치가 생긴다.

가격차이가 얼마 안 나면 그냥 립아이 사라.

척아이롤을 립아이보다 비싸게 파는 정육점에서 "가난한 자의 립아이"라는 설명 듣고 사면 가난한 자가 아니라 호구가 된다.

영양

6. 혈관에 지방 살살녹는다.

척아이롤은 부위마다 지방량 차이가 큰 편이다.

살치살 쪽이 많이 붙은 조각은 지방이 상당하고, 반대로 목 쪽의 마른 부분은 생각보다 지방이 적다.

소고기이므로 단백질, 철분, 아연, 비타민 B12 등이 들어 있지만 스테이크라고 건강식 치트키가 되는 건 아니다.

특히 버터 존나 넣고 소금 존나 치고 지방 많은 척아이를 매일 500g씩 먹으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여담

  • 미국 마트에서는 Chuck Eye Steak라고 따로 잘라 파는 경우가 있다.
  • Chuck Eye Roll 자체는 덩어리육이라 한국 수입육 코너에서는 대용량 진공포장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 코스트코에서 가성비 소고기 찾는 사람들이 자주 사는 부위 중 하나다.
  • 마블링 좋은 놈 잘 걸리면 가격 대비 존나 맛있다.
  • 반대로 꽝 걸리면 씹다가 턱 운동 된다.
  • 스테이크 굽기 연습용으로 매우 좋다. 비싼 안심이나 꽃등심 태워먹으면서 배우는 것보다 정신건강에 좋다.
  • 지방과 근막을 정리해서 직접 소분할 줄 알면 덩어리로 사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
  • 미국식 정형과 한국식 정형이 정확히 1:1로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척아이롤을 그냥 목살 또는 그냥 윗등심이라고 번역하면 둘 다 조금씩 틀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