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익산박물관은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362, 미륵사지 안에 위치한 국립박물관이다. 익산 지역의 선사·고대문화와 함께 백제의 마지막 왕도 익산, 왕궁리 유적, 제석사지, 쌍릉, 그리고 무엇보다 미륵사와 미륵사지 석탑을 핵심으로 다룬다.[1]
현재 박물관의 정체성은 상당히 명확하다. 국립공주박물관이 웅진백제, 국립부여박물관이 사비백제를 보여준다면 국립익산박물관은 백제 무왕대 익산 경영과 미륵사를 깊게 파고드는 곳이다.
특히 미륵사지 석탑에서 나온 사리장엄구와 금제사리봉영기가 박물관의 대표 문화유산이다. 금제사리봉영기에는 백제 왕후가 재물을 내어 가람을 세우고 639년에 사리를 봉안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미륵사의 창건과 무왕대 왕실 불교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자료가 됐다.[2]
게다가 박물관 자체가 미륵사지에 붙어 있다. 전시실에서 사리장엄구를 본 뒤 밖으로 나오면 그 유물이 실제로 발견된 미륵사지 석탑이 그대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이런 식으로 유적과 박물관이 거의 한 몸처럼 붙어 있는 국립박물관은 드물다.[3]
역사
국립익산박물관의 출발은 현재 박물관보다 훨씬 작은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었다.
1980년부터 1996년까지 미륵사지에 대한 대규모 발굴조사가 진행됐고, 이를 통해 백제 당시 사찰의 규모와 가람배치가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창건기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약 1만9천여 점의 문화유산이 출토됐다.[1]
이 유물들을 현장에서 보존·전시하기 위해 1997년 5월 9일 전라북도가 운영하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 문을 열었다.[4]
이후 2009년 1월 미륵사지 석탑 해체·보수 과정에서 사리장엄구가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전시관의 체급이 갑자기 존나 커졌다.[1]
그리고 2015년 7월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구성요소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같은 해 12월 기존 전라북도립 전시관이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으로 전환됐고, 2019년 2월 26일 국립익산박물관으로 승격됐다.[4]
현재 사용하는 신축·증축 박물관은 2020년 1월 10일 재개관했다.[5]
박물관 건물은 미륵사지 경관을 방해하지 않도록 높이를 최대한 낮춘 형태로 설계됐다.[6]
멀리서 보면 박물관이 유적 앞에 떡하니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땅속으로 약간 숨어 있는 느낌이다.
세계유산 앞에 건물 하나 크게 세워놓고 풍경 다 가리는 병신짓은 피한 셈이다.
전시
상설전시는 크게 익산과 전북 서북부의 역사와 문화, 백제의 마지막 왕도 익산, 미륵신앙의 성지 미륵사라는 흐름으로 이어진다.[7]
첫 부분에서는 익산과 전북 서북부지역의 선사문화와 마한·백제문화, 그리고 백제 멸망 이후의 역사를 보여준다.
익산은 금강과 만경강 유역을 통해 충청·호남지역을 연결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고, 평야도 넓어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 마한계 정치집단이 성장한 뒤 백제 영역으로 들어갔으며, 무왕대에는 단순한 지방도시가 아니라 왕궁과 대형 사찰이 들어서는 국가적 중심지로 발전했다.
이후 전시의 중심은 백제의 마지막 왕도 익산으로 넘어간다.[7]
왕궁리 유적에서는 대규모 궁성 담장과 건물터, 공방, 정원, 후원, 심지어 대형 화장실까지 확인됐다.[6]
왕궁 유적에서 화장실까지 발견됐다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고고학에서는 이런 생활시설이 존나 중요하다. 왕궁에 누가 살았고 건물이 어떻게 배치됐으며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궁리 유적과 제석사지, 익산 쌍릉 등을 함께 보면 무왕대 익산이 상당히 계획적으로 조성된 왕도급 공간이었다는 점이 드러난다.[7]
마지막 핵심은 당연히 미륵사다.
미륵사지와 사리장엄구
미륵사는 백제 최대 규모의 사찰이었다.[7]
현재 남아 있는 미륵사지 석탑은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가장 크고 오래된 백제 석탑이며, 국보로 지정돼 있다.
미륵사의 가람배치는 매우 독특했다. 중앙의 목탑과 동·서쪽의 석탑을 중심으로 각각 금당을 배치한 삼원식 가람 구조였다.
하나의 거대한 절 안에 사실상 세 개의 사찰구역을 나란히 배치한 셈이다.
2009년 1월 미륵사지 서석탑을 해체·보수하던 중 심주석 내부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됐다.[1]
여기서 나온 대표 유물이
- 금제사리봉영기
- 금동제 사리외호
- 금제 사리내호
- 각종 금제 장식품과 구슬
- 사리를 봉안한 용기
등이다.
이 사리장엄구는 2022년 12월 27일 국보로 지정됐다.[4]
특히 금제사리봉영기가 역사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하다.
금판 앞뒤에 글자를 새겼는데, 내용에는 좌평 사택적덕의 딸인 백제 왕후가 재물을 희사해 가람을 세우고 기해년인 639년 사리를 봉안했다는 사실이 적혀 있다.[2]
이 기록 하나 때문에 미륵사 창건 연구가 크게 바뀌었다.
《삼국유사》의 유명한 서동요 설화에서는 무왕의 왕비를 신라 선화공주라고 설명하고, 왕비의 발원으로 미륵사를 세웠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석탑 안에서 나온 동시대 기록에는 왕비가 사택적덕의 딸이라고 적혀 있었다.[2]
이 때문에 선화공주가 실제 무왕의 왕비였는가? 라는 오래된 논쟁이 다시 커졌다.
다만 이것만으로 선화공주 관련 전승 전체가 완전히 거짓이라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륵사가 세 개의 사원구역으로 나뉜 삼원식 가람이기 때문에 각 원마다 서로 다른 발원자가 있었을 가능성 등 여러 해석이 여전히 존재한다.[2]
그래도 고대사 연구에서 전설보다 639년에 직접 써서 탑 안에 넣은 금판이 훨씬 강력한 증거인 것은 사실이다.
왕궁리 유적과 익산 왕도
익산이 백제의 왕도였다는 논의를 이해하려면 왕궁리 유적이 중요하다.
왕궁리 유적은 남북 약 490m, 동서 약 240m 규모의 직사각형 담장으로 둘러싸인 대규모 유적이다.[6]
내부에서는 대형 건물터와 석축, 공방, 정원과 후원, 화장실 등이 발견됐다.
특히 '수부'라는 글자가 찍힌 기와를 비롯해 왕실과 중앙행정조직의 존재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출토됐다.
이 때문에 무왕이 사비의 왕궁 외에 익산에 별도의 왕궁을 건설했거나, 장차 천도할 새로운 왕도를 조성하려 했다는 해석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현재 국립익산박물관도 익산을 백제의 마지막 왕도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전시한다.[7]
왕궁리 유적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재가 또 하나 있다.
왕궁리 오층석탑의 사리장엄구다.
석탑 내부에서는 금제 사리상자와 유리 사리병, 금강경판, 금동불 등이 발견됐다.[8]
특히 높이 7.7cm의 유리제 사리병은 고대 유리제 사리병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작품으로 평가된다.[8]
금제 사리상자와 19매로 구성된 금강경판도 함께 전시된다.[9][10]
익산에서는 절 하나 파면 사리장엄구 나오고, 탑 하나 열면 또 사리장엄구가 나온다.
백제 왕실과 불교가 얼마나 밀접했는지 보여주는 지역이다.
미륵사지와 함께 보기
국립익산박물관은 주변 유적과 반드시 같이 보는 편이 좋다.
가장 먼저 볼 것은 박물관 바로 앞 미륵사지다.
박물관에서 사리장엄구를 보고 밖으로 나오면 실제 미륵사지 석탑이 있다.
유물과 출토지가 몇백 미터도 안 떨어져 있어서 설명이 매우 직관적이다.
익산의 백제 왕도까지 제대로 보려면
을 함께 보는 게 좋다.
이 가운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은 공주·부여 지역의 백제 유적들과 함께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1]
국립익산박물관을 중심으로 보면 미륵사는 왕실 사찰, 왕궁리는 궁성, 쌍릉은 왕릉급 무덤으로 이어진다.
따로 보면 그냥 절터와 돌무더기처럼 보이는 유적들이 박물관 설명을 거치면 하나의 왕도 구조로 연결된다.
특히 미륵사지 석탑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이 훨씬 크다.
백제 사람들이 목조건축 형태를 돌로 옮겨 만든 초기 석탑이라 후대의 깔끔한 삼층석탑과는 인상이 완전히 다르다.
국립경주박물관 보고 신라 석탑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오면 더 차이가 잘 보인다.
관람
2026년 현재 관람시간은 화요일~일요일 09:00~18:00이며 입장은 17:30까지 가능하다.[11]
휴관일은
- 매주 월요일
- 1월 1일
- 설날 당일
- 추석 당일
이다.[11]
상설전시는 무료다.
어린이박물관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며 회차별 운영시간은 요일에 따라 다를 수 있어 방문 전 예약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11]
주소는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362이다.[4]
국립익산박물관은 공식적으로도 국내 유일의 유적 밀착형 국립박물관이라는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3]
실제로 박물관 보고 나오자마자 미륵사지 석탑이 보이는 구조라 이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2025년부터는 미륵사지 사리장엄구와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 등 주요 문화재에 대한 수어영상과 자막·화면해설도 제공하고 있다.[3]
평가
국립익산박물관은 전국 국립박물관 가운데 유적과 전시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곳 중 하나다.
특히 백제에 관심이 있다면 국립공주·부여박물관과 함께 묶어서 볼 가치가 크다.
공주에서는 무령왕릉을 통해 웅진백제 왕실을 보고, 부여에서는 백제금동대향로와 사비도성을 본다. 익산에서는 무왕이 왜 이곳에 왕궁과 거대한 미륵사를 만들었는지를 볼 수 있다.
같은 백제인데도 전시 내용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가 강력하다.
화려한 금속공예품이어서 볼거리도 있지만, 금제사리봉영기에 창건 주체와 639년이라는 연대가 직접 적혀 있다는 점 때문에 역사적 가치가 훨씬 크다.[2]
천 년 넘게 전설로 전해지던 이야기에 갑자기 당대 작성 문서가 튀어나온 셈이다.
고고학에서 이런 물건은 거의 치트키다.
또한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가 모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고, 박물관 자체가 그 사이에 위치해 있어 익산 백제문화 전체를 이해하기 좋다.
다만 익산시내 중심부와는 거리가 있다. 미륵사지가 있는 금마면까지 따로 이동해야 해서 그냥 시내 구경하다 우연히 들어가는 박물관은 아니다.
대신 미륵사지까지 찾아왔다면 박물관을 안 보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입장료도 없다.
백제 최대 사찰터 보고, 국보급 사리장엄구 보고, 무왕 이야기까지 다 듣는데 공짜다.
여담
- 박물관의 전신은 1997년 개관한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다.[4]
- 미륵사지 발굴조사는 1980년부터 1996년까지 장기간 진행됐다.[1]
- 발굴과정에서 약 1만9천여 점의 문화재가 수습됐다.[1]
- 2009년 미륵사지 석탑 해체·보수 중 사리장엄구가 발견됐다.[1]
- 2015년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 같은 해 말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으로 전환됐다.[4]
- 2019년 2월 26일 국립익산박물관으로 승격됐다.[4]
- 현재 박물관은 2020년 1월 10일 재개관했다.[5]
- 박물관 건물은 미륵사지 경관을 가리지 않도록 낮게 설계됐다.[6]
-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는 2022년 국보로 지정됐다.[4]
- 금제사리봉영기에는 639년이라는 정확한 사리봉안 연대가 적혀 있다.[2]
- 봉영기에는 무왕의 왕비가 좌평 사택적덕의 딸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 이 때문에 선화공주 설화의 역사성 논쟁이 크게 일어났다.
- 왕궁리 오층석탑에서도 사리장엄구가 발견됐다.
- 왕궁리 사리병은 고대 유리제 사리병의 걸작으로 평가된다.[8]
- 금강경을 금판 19장에 새긴 금강경판도 있다.[10]
- 미륵사는 백제 최대 규모 사찰이었다.[7]
- 박물관 바로 앞에 미륵사지 석탑이 있다.
- 국내 유일의 유적 밀착형 국립박물관을 표방한다.[3]
- 상설전시는 무료다.
- 월요일은 쉰다.[11]
- 백제 관련 국립박물관 여러 곳 가운데서도 무왕 한 명의 도시개발 욕심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익산까지 와서 미륵사지 석탑만 사진 찍고 박물관을 안 보고 가면 핵심 증거물들을 거의 다 놓치는 셈이다.
같이 보기
각주
- ↑ 1.0 1.1 1.2 1.3 1.4 1.5 1.6 1.7 국립익산박물관 - 소개의 글.
- ↑ 2.0 2.1 2.2 2.3 2.4 2.5 국립익산박물관 - 금제사리봉영기.
- ↑ 3.0 3.1 3.2 3.3 국립익산박물관 - 전시정보 수어영상 제작, 2025-02-06.
- ↑ 4.0 4.1 4.2 4.3 4.4 4.5 4.6 4.7 국립익산박물관 - 박물관 연혁.
- ↑ 5.0 5.1 국립익산박물관 - 2020년 1월 10일 개관.
- ↑ 6.0 6.1 6.2 6.3 국립익산박물관 - 개관 홍보 브로슈어.
- ↑ 7.0 7.1 7.2 7.3 7.4 7.5 국립익산박물관 - 개관도록.
- ↑ 8.0 8.1 8.2 국립익산박물관 - 왕궁리유적 오층석탑 사리병.
- ↑ 국립익산박물관 - 왕궁리유적 오층석탑 금제 사리상자.
- ↑ 10.0 10.1 국립익산박물관 - 왕궁리유적 오층석탑 금강경판.
- ↑ 11.0 11.1 11.2 11.3 국립익산박물관 - 관람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