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은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이다. 일반적으로 영문 약자인 MoMA(모마)로 더 많이 불린다.
1929년 설립됐으며, 회화나 조각뿐 아니라 사진, 영화, 건축, 산업디자인, 그래픽디자인, 미디어아트 등 당시에는 미술관에서 제대로 취급하지 않던 분야까지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전시하면서 현대미술관이라는 개념 자체를 만들어낸 기관 가운데 하나다.[1]
소장품으로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 등 미술책 한번이라도 펼쳐봤다면 본 적 있을 만한 작품들이 줄줄이 있다. 현대미술에 딱히 관심이 없는 관광객이라도 뉴욕에 갔다가 작품 몇 개 보러 들르는 경우가 많다.
세계 현대미술계에서의 영향력은 그냥 크다고 써놓기에는 부족한 편이다. 어떤 작가와 작품을 전시하고 수집하느냐 자체가 현대미술사의 평가에 영향을 끼쳤고, 20세기 미술을 설명하는 방식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역사
설립
MoMA는 1929년 11월 7일 개관했다.
설립을 주도한 사람은 릴리 P. 블리스, 메리 퀸 설리번,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 등 뉴욕의 부유한 여성 미술 후원자들이었다. 특히 애비 록펠러는 록펠러 가문의 일원이자 존 D. 록펠러 주니어의 부인이었다.[1]
이들은 당시 미국의 기존 미술관들이 이미 역사적으로 평가가 끝난 옛날 작품만 중요하게 취급하는 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살아 있는 작가들과 당대의 새로운 예술을 전문적으로 보여주는 미술관이 필요하다고 보고 새로운 기관을 만든 것이다.
창립 당시만 해도 현대미술은 지금처럼 미술사 교과서에 얌전히 들어가 있는 장르가 아니었다. 피카소나 마티스 같은 작가들도 여전히 논란이 많은 현역 작가였고, 추상미술이나 입체주의를 보고 "이게 미술이냐"는 반응이 일반적이던 시절이었다.
초대 관장은 미술사학자 알프레드 H. 바 주니어였다.
바는 MoMA의 초창기 방향을 사실상 설계한 인물로, 회화와 조각만이 아니라 사진, 영화, 건축, 디자인까지 현대미술의 범위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디자인 의자 하나 미술관에 놓여 있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지만 1930년대 기준으로는 꽤 파격적인 생각이었다.
초창기
MoMA의 첫 전시는 폴 세잔, 폴 고갱, 조르주 쇠라,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였다.[2]
설립 당시에는 자체 건물도 없었기 때문에 맨해튼의 임대 건물에서 출발했다. 관람객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지면서 더 큰 공간을 찾아 몇 차례 이사를 다녔고, 1939년 현재의 웨스트 53번가 부지에 전용 건물을 열었다.[1]
1930년대에는 《Cubism and Abstract Art》, 《Fantastic Art, Dada, Surrealism》, 바우하우스 전시 등 훗날 현대미술사의 정석 취급을 받게 되는 굵직한 전시들을 개최했다.
지금 보면 미술사 교과서 목차를 그대로 전시한 것 같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MoMA가 이런 전시를 통해 그 목차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건물
현재 MoMA는 맨해튼 미드타운의 11 West 53rd Street에 위치한다.
1939년 건물이 개관한 뒤 미술관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여러 차례 확장과 개조가 진행됐다.
1950~1960년대에는 건축가 필립 존슨이 증축에 참여했으며, 미술관 내부의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 조각정원도 그가 설계했다.[1]
1984년에는 세자르 펠리가 설계한 대규모 개조를 통해 전시장 면적을 크게 늘렸다.
2004년에는 일본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가 설계한 새로운 건물이 개관했다. 이 공사 동안 미술관은 한동안 퀸스의 임시 공간으로 옮겨 운영했다.
이후 또 비좁아졌다.
미술관이 작품을 계속 사들이고 관람객도 늘어나는데 맨해튼 한복판의 건물 크기가 알아서 자라날 리는 없으니 다시 확장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건축사무소 Diller Scofidio + Renfro와 겐슬러가 참여한 대규모 확장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했다. 이 공사로 전시공간이 약 40,000제곱피트 이상 늘어났고 전체 갤러리 면적도 이전보다 약 30% 확대됐다.[3]
소장품
MoMA는 약 20만 점에 달하는 현대·동시대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4]
처음 소장품은 판화 8점과 드로잉 1점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후 회화, 조각, 사진, 영화, 건축 도면, 디자인 제품, 퍼포먼스와 미디어 작품 등으로 범위가 엄청나게 커졌다.
소장 분야는 크게 다음과 같다.
- 회화 및 조각
- 드로잉 및 판화
- 사진
- 건축 및 디자인
- 영화
- 미디어 및 퍼포먼스
특히 영화와 디자인을 독립적인 미술 분야로 적극 수집한 것은 MoMA의 중요한 특징이다.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MoMA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1889년 고흐가 프랑스 생레미의 정신병원에 머물 당시 그린 작품으로, 현재는 미술관 5층의 대표 소장품으로 전시되는 경우가 많다.
원래 고흐가 살아 있을 때는 작품 하나 제대로 못 팔아서 고생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이 그림 하나 보겠다고 뉴욕에서 줄을 선다. 미술시장과 작가 생전 평가는 상당히 자주 엇갈린다.
아비뇽의 처녀들
파블로 피카소의 1907년작 《아비뇽의 처녀들》도 MoMA의 대표 작품이다.
초기 입체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는 피카소 주변의 다른 예술가들조차 충격을 받았을 정도로 이상한 그림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현대미술사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 됐다.
기억의 지속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역시 MoMA에 있다.
시계가 치즈처럼 녹아내리는 그 그림이다.
초현실주의를 모르는 사람도 인터넷이나 교과서에서 한 번쯤 본 경우가 많은 작품으로, 실제 크기는 약 24×33cm밖에 안 된다. 사진으로 워낙 자주 봐서 엄청 큰 그림일 거라고 생각하고 갔다가 생각보다 작아서 당황하는 관광객이 많다.
캠벨 수프 캔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 시리즈도 대표적인 소장품이다.
미국 슈퍼마켓에서 파는 통조림 이미지를 그대로 미술관에 갖다 놓은 작품으로 팝 아트의 상징 중 하나가 됐다.
현대미술 보고 "이런 건 나도 하겠다"라는 반응이 나올 때 상당히 자주 소환되는 작품인데, 중요한 건 진짜로 먼저 해놓고 미술사에 박힌 사람이 워홀이라는 점이다.
게르니카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에 있지만 오랫동안 MoMA가 보관했던 작품이다.
피카소는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 《게르니카》를 스페인으로 돌려보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작품은 1939년부터 상당 기간 MoMA에 보관됐다.
프랑코 사망 후 스페인이 민주화되면서 1981년 작품이 스페인으로 반환됐다.
그래서 오래된 MoMA 사진이나 자료를 보면 지금은 없는 게르니카가 떡하니 전시돼 있는 경우가 있다.
건축 및 디자인
MoMA가 다른 전통 미술관과 차별화된 부분 가운데 하나다.
그림과 조각만 미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건축과 산업디자인도 현대미술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수집했다.
가구, 자동차, 가전제품, 포스터, 타이포그래피, 건축 모형 같은 것도 소장 대상이다.
유명한 사례로 독일 바우하우스 관련 디자인,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 등의 작품이 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도 디자인이 충분히 중요하면 미술관 소장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대중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사진
MoMA는 1940년 세계 주요 미술관 가운데 처음으로 독립적인 사진부를 설치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사진을 회화나 조각과 동급의 예술로 볼 것이냐는 논쟁이 있었는데, MoMA는 사진을 독립적인 현대미술 분야로 취급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안셀 애덤스, 신디 셔먼 등 현대 사진사의 주요 작가들이 소장품에 포함되어 있다.
영화
영화 역시 상당히 일찍부터 수집했다.
1935년 Film Library를 만들면서 상업영화와 실험영화 등을 보존하기 시작했다.
고전 영화 필름이 제작사에서 그냥 버려지던 시절부터 영화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기관 중 하나라 영화사 연구에서도 MoMA 자료가 상당히 중요하다.
MoMA PS1
MoMA PS1은 뉴욕 퀸스 롱아일랜드시티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이다.
원래 1970년대에 설립된 독립 미술기관 P.S.1 Contemporary Art Center였으며, 2000년 MoMA와 제휴관계를 맺었다.
본관이 이미 미술사적으로 자리 잡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보여준다면 PS1은 상대적으로 실험적인 동시대 작가와 신진 작가 전시에 집중하는 편이다.
이름의 PS는 플레이스테이션이 아니라 건물의 원래 용도였던 Public School에서 왔다.
록펠러 가문
MoMA의 역사에서 록펠러 가문을 빼놓기 어렵다.
공동 설립자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부터 시작해 그녀의 아들 넬슨 록펠러, 데이비드 록펠러 등 여러 가족 구성원이 미술관 운영과 후원에 깊게 관여했다.
록펠러 집안이 미국 자본주의 끝판왕 이미지로 유명하긴 하지만 미술 분야에서는 현대미술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상당히 많은 돈을 썼다.
미술관 조각정원의 이름 역시 Abby Aldrich Rockefeller Sculpture Garden이다.
영향력
MoMA는 단순히 유명한 작품이 많은 관광지가 아니라 20세기 현대미술사를 정리하는 과정 자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미술관이다.
초대 관장 알프레드 바는 입체주의, 추상미술, 초현실주의 등 당시 새롭게 등장한 미술운동을 계보화하고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작가를 현대미술사의 중심으로 놓고 어떤 작품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데 MoMA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MoMA의 소장 및 전시 정책이 지나치게 서구 남성 작가 위주였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후 미술관 역시 여성 작가, 비서구권 작가,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확대하며 기존의 현대미술사 서술을 재검토하고 있다.
2019년 재개관 이후에는 작품을 장르나 시대별로 지나치게 분리하기보다 서로 다른 지역과 매체의 작품을 섞어서 보여주는 방식도 확대됐다.[3]
관람
MoMA는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어 관광객 접근성이 상당히 좋다.
5번가, 록펠러 센터, 센트럴 파크,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등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몰려 있다.
뉴욕 주요 관광지를 하루 종일 미친 듯이 돌 계획을 세우면 자연스럽게 동선 안에 들어가는 위치다.
다만 소장품 규모가 워낙 커서 제대로 보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유명 작품만 찍고 나올 생각이라면 몇 시간 정도로도 가능하지만 전시를 전부 읽으면서 보면 하루를 날려먹기도 어렵지 않다.
특히 《별이 빛나는 밤》이나 피카소 작품 앞은 관광객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의 차이
뉴욕을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MoMA를 종종 헷갈린다.
두 곳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고대 이집트, 그리스·로마, 중세 유럽, 아시아 미술 등 수천 년의 미술사를 거의 다 쓸어 담은 종합미술관이고, MoMA는 19세기 말 이후 현대·동시대 미술에 집중한다.
렘브란트, 이집트 미라, 중세 갑옷을 보고 싶으면 메트로폴리탄에 가고, 반 고흐, 피카소, 달리, 워홀을 보고 싶으면 MoMA에 가면 된다.
둘 다 하루에 몰아서 보겠다고 하면 미술보다 본인 허리와 발바닥에 대한 기억이 더 오래 남을 가능성이 높다.
논란
현대미술사 서술 문제
MoMA는 현대미술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만큼 그 영향력 자체가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초기 MoMA가 구축한 현대미술사 서술은 유럽과 미국의 백인 남성 작가에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비서구 지역의 현대미술이나 여성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주변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의식해 소장품 구성과 상설전시를 계속 수정하고 있다.
노동 문제
대형 미국 문화기관답게 직원 임금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여러 차례 있었다.
미술관 노동자들은 임금과 복지, 고용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와 협상을 진행했고, 미술계의 막대한 자산과 후원금에 비해 현장 직원 처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후원자 논란
미국의 대형 미술관들은 부유한 후원자의 기부금에 크게 의존하는데 MoMA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일부 이사진과 후원자가 관련된 기업 활동이나 정치적 문제 때문에 미술관 밖에서 시위가 벌어진 사례도 있다.
예술기관이 어디까지 후원자의 사업과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MoMA뿐 아니라 미국 주요 박물관 전체에서 계속 논쟁이 되는 문제다.
여담
- 공식 명칭은 The Museum of Modern Art이며 약칭은 MoMA다. 한국에서는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근대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등의 이름이 혼용된다.
- MoMA라는 이름 자체가 워낙 유명해져서 현대미술관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 1929년 개관 당시 첫 전시에는 세잔, 고갱, 쇠라, 반 고흐의 작품이 전시됐다.[2]
- 현재 소장품은 약 20만 점에 달하며, 온라인에서도 상당수 작품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4]
- 미술관에서 실제 작품을 보면 미술책에서 보던 크기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다. 《기억의 지속》은 생각보다 존나 작고, 《아비뇽의 처녀들》은 생각보다 존나 크다.
- 기념품점도 상당히 유명하다. 디자인 소품, 서적, 포스터 등을 파는데 미술관에서 작품 보고 감동받은 관광객의 지갑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털어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 일본에도 MoMA Design Store가 있으며 여러 국가에서 온라인 상품도 판매한다.
- MoMA 자체가 뉴욕 관광명소라 작품보다 인증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같이 보기
- ↑ 1.0 1.1 1.2 1.3 The Museum of Modern Art history, MoMA.
- ↑ 2.0 2.1 About our exhibition history, MoMA.
- ↑ 3.0 3.1 The Expanded and Reimagined Museum of Modern Art Opened on October 21, 2019, MoMA, 2019-10-21.
- ↑ 4.0 4.1 About the Collection, M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