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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RAM(Rambus 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기업 Rambus가 개발한 고속 DRAM 계열 메모리 기술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텔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차세대 PC 메모리 표준 후보로 밀렸고, 펜티엄 III·펜티엄 4 시스템과 닌텐도 64, 플레이스테이션 2 등에도 실제로 사용됐다.[1]

일반 PC에서 `RDRAM`이라고 하면 대부분 Direct RDRAM을 의미한다. Rambus에는 그 이전의 Base Rambus·Concurrent Rambus 같은 계열도 있었지만, PC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이 Direct RDRAM이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목표는 당시의 SDRAM보다 훨씬 높은 메모리 대역폭을 만드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PC800 RDRAM은 16비트의 좁은 데이터 채널을 사용하면서 핀당 800MT/s 수준으로 데이터를 전송해 채널 하나에서 최대 1.6GB/s의 대역폭을 제공했다.[1] 펜티엄 4용 Intel 850 칩셋처럼 두 채널을 동시에 사용하면 3.2GB/s까지 올라갔다.

문제는 존나 빠르긴 한데 존나 비쌌다는 것이다. 높은 제조비용과 라이선스 비용, 복잡한 메모리 구성, 높은 초기 지연시간이 발목을 잡았고, 결국 싸고 만들기 편한 DDR SDRAM이 성능까지 따라잡으면서 PC 메모리 시장에서는 빠르게 밀려났다. 그래서 RDRAM은 컴퓨터 역사에서 인텔이 차세대 표준이라고 존나 밀었는데 DDR한테 털린 메모리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냥 아무 쓸모 없는 실패작이었다고 보는 것도 틀리다. Rambus에 따르면 RDRAM 기술은 PC뿐 아니라 게임기·네트워크·가전 등 수억 대 규모의 제품에 사용됐으며, 특히 높은 메모리 대역폭이 중요했던 일부 시스템에서는 상당히 좋은 성능을 냈다.[1]

구조

좁고 빠른 버스

당시의 일반 SDRAM은 64비트의 넓은 데이터 버스를 상대적으로 낮은 클럭으로 사용하는 구조였다.

RDRAM은 반대로 기본 채널 폭을 16비트로 줄이고 신호속도를 크게 높였다.

PC800 RDRAM은 실클럭 약 400MHz에서 클럭의 양쪽 에지를 이용해 800MT/s로 데이터를 전송하며, 16비트는 2바이트이므로 이론적인 최대 대역폭은 다음과 같다.

800,000,000 × 2Byte = 1.6GB/s

따라서 PC800이라는 이름의 `800`은 800MB/s라는 뜻이 아니라 데이터 전송률 800MT/s 계열을 의미한다.

PC1066은 약 1066MT/s로 동작해 16비트 채널당 약 2.13GB/s의 대역폭을 제공했다.[1]

규격 전송률 16비트 채널 대역폭
PC600 약 600MT/s 약 1.2GB/s
PC800 약 800MT/s 약 1.6GB/s
PC1066 약 1066MT/s 약 2.13GB/s
PC1200 약 1200MT/s 약 2.4GB/s

[1]

채널 방식

RDRAM은 메모리 컨트롤러와 여러 RDRAM 장치를 하나의 고속 채널로 연결한다.

일반적인 병렬 DRAM 버스보다 훨씬 좁은 신호선을 높은 속도로 동작시키는 대신 신호반사와 타이밍을 정밀하게 관리해야 했다.

덕분에 메인보드의 데이터선 수를 줄이면서 높은 대역폭을 만들 수 있었지만, 메모리 채널 설계가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쉽게 말하면 SDRAM이 차선 8개짜리 도로에서 천천히 차를 보내는 방식이라면 RDRAM은 차선 두 개밖에 없는데 미친놈처럼 존나 빨리 달리는 방식에 가까웠다.

레이턴시

RDRAM의 대표적인 약점은 초기 접근 지연시간이었다.

연속적인 데이터를 전송할 때는 높은 대역폭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메모리 위치에 처음 접근할 때의 레이턴시가 SDRAM보다 높은 경우가 많았다.[2]

따라서 메모리를 순차적으로 존나 퍼나르는 작업에서는 강했지만, 짧고 불규칙한 데이터를 자주 읽는 일반 프로그램에서는 높은 이론대역폭이 실제 성능으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스펙표 숫자는 존나 큰데 게임 돌려보니 별 차이 없음이라는 당시 사용자들의 빡침이 여기서 나왔다.

RIMM

전용 메모리 모듈

PC용 RDRAM은 일반적으로 RIMM이라는 전용 메모리 모듈에 장착됐다.[1]

겉모습은 DIMM과 비슷하지만 전기적 구조와 핀 배열이 다르기 때문에 SDRAM·DDR DIMM 슬롯과 호환되지 않는다.

Rambus 공식 자료에는 16비트 단일채널 RIMM과 32비트 듀얼채널 RIMM 등이 존재했으며, PC800·PC1066·PC1200 등의 속도가 사용됐다.[1]

당시 흔했던 184핀 RIMM은 겉으로 보면 DDR DIMM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 꽂을 수 없다.

힘으로 처박는다고 호환되는 것이 아니라 메인보드와 RAM 둘 중 하나가 좆된다.

C-RIMM

RDRAM 시스템에서 가장 유명하고 귀찮았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빈 메모리 슬롯을 그냥 비워두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RDRAM 채널은 전기적으로 연속적인 신호경로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메모리가 없는 슬롯에는 C-RIMM 또는 Continuity RIMM이라는 더미 모듈을 꽂아 회로를 이어줘야 했다.[3]

IBM의 RDRAM 워크스테이션 안내도 사용하지 않는 RIMM 슬롯에는 반드시 C-RIMM을 설치하도록 명시했다.[3]

DDR 시스템처럼 RAM 하나 빼고 빈 슬롯 냅두면 되겠지 했다가는 부팅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

RAM이 없는데 RAM처럼 생긴 플라스틱을 꽂아야 컴퓨터가 켜지는 존나 희한한 시절이었다.

듀얼채널

Intel 850 같은 펜티엄 4 플랫폼은 RDRAM 두 채널을 동시에 사용하는 듀얼채널 구조를 사용했다.

16비트 PC800 채널 두 개를 사용하면 총 버스폭은 32비트, 이론대역폭은 3.2GB/s가 된다.

이 때문에 초기 펜티엄 4 메인보드에서는 RIMM을 같은 용량과 속도로 두 개씩 설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후기에는 하나의 모듈 내부에서 두 채널을 처리하는 32비트 RIMM도 등장했다.[1]

인텔과 RDRAM

1996년 계약

RDRAM이 PC 역사에서 이렇게 유명해진 가장 큰 이유는 인텔 때문이다.

1996년 인텔은 Rambus와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차세대 PC 메모리에 Direct RDRAM을 사용하기로 했다.[4]

당시 인텔은 세계 PC 프로세서와 칩셋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인텔이 RDRAM을 선택하자 메모리 제조업체들도 줄줄이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미국 연방법원 기록에 따르면 Rambus는 Intel용 RDRAM 생산을 위해 당시 주요 DRAM 제조업체 대부분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5]

삼성전자도 1990년대부터 Rambus와 RDRAM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주요 RDRAM 공급업체가 됐다.[6]

인텔이 밀어주니까 업계에서는 한동안 이제 SDRAM 뒤지고 앞으로 전부 Rambus 쓰는 거 아님? 분위기까지 만들어졌다.

Intel 820

1999년 인텔은 코드명 Camino로 알려진 Intel 820 칩셋을 출시했다.

펜티엄 III를 위한 차세대 칩셋이었으며 기본 메모리로 RDRAM을 사용했다.

문제는 당시 RDRAM 가격이 PC100 SDRAM보다 매우 비쌌다는 것이다. 출시 당시 하드웨어 매체들은 RDRAM 가격이 SDRAM의 몇 배에 달하면서 시스템 가격을 크게 올리는 문제를 지적했다.[2]

성능도 애매했다.

PC800 RDRAM 한 채널은 1.6GB/s의 이론대역폭을 제공했지만 당시 펜티엄 III의 133MHz FSB 대역폭은 약 1.06GB/s 수준이었다. 메모리가 존나 빨라도 CPU로 가는 도로가 그보다 좁아서 전체 대역폭을 제대로 써먹기 어려웠다.

거기에 RDRAM의 높은 초기 레이턴시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프로그램 성능이 저렴한 SDRAM 시스템과 별 차이 없거나 상황에 따라 오히려 불리한 경우도 있었다.

RAM 가격은 몇 배인데 컴퓨터가 몇 배 빨라지기는커녕 체감도 안 됨이라는 환장의 조합이 완성됐다.

MTH 대참사

RDRAM 가격이 너무 비싸 소비자 반발이 커지자 인텔은 Intel 820에서 일반 PC100 SDRAM을 사용할 수 있도록 Memory Translator Hub(MTH)라는 별도 칩을 만들었다.

MTH는 RDRAM용으로 설계된 i820 메모리 인터페이스와 SDRAM 사이에서 신호를 변환했다.

그런데 2000년 MTH에서 시스템 노이즈 문제가 발견됐다. 일부 시스템에서 갑작스러운 재부팅·멈춤·데이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인텔은 MTH를 사용한 i820 메인보드를 대규모로 교체했다.[7]

중요한 점은 RDRAM 자체가 리콜된 것은 아니고 SDRAM을 억지로 연결하려고 만든 MTH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런 기술적인 사정까지 알 바가 없었다.

비싼 램 강요함 → 싸구려 SDRAM 쓸 수 있게 변환칩 달아줌 → 그 변환칩이 컴퓨터 다운시킴 → 메인보드 리콜

이라는 병신 같은 스토리가 되어버리면서 RDRAM 플랫폼 이미지는 제대로 좆됐다.

펜티엄 4

여기서는 궁합이 좋았다

RDRAM이 제대로 장점을 보여준 플랫폼은 2000년 출시된 펜티엄 4였다.

초기 펜티엄 4는 Intel 850 칩셋과 함께 출시됐으며 듀얼채널 PC800 RDRAM을 사용했다.

펜티엄 4의 초기 400MT/s FSB는 최대 약 3.2GB/s의 대역폭을 제공했고 듀얼채널 PC800 RDRAM 역시 정확히 3.2GB/s 수준이었다.[8]

이번에는 CPU 버스와 메모리 대역폭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RDRAM이 가진 높은 연속대역폭도 펜티엄 4의 길어진 파이프라인과 높은 클럭지향 설계에서 비교적 잘 활용됐다.

펜티엄 III 때는 아무 데나 고성능 RAM 처박은 느낌이었다면 펜티엄 4부터는 드디어 제 짝을 만난 셈이다.

초기 펜티엄 4의 사실상 필수품

초기 Socket 423 펜티엄 4 시스템에서는 Intel 850 + RDRAM 조합이 사실상 표준이었다.

인텔은 RDRAM 가격 때문에 펜티엄 4 보급이 늦어지자 한동안 CPU와 RIMM을 묶어 공급하는 식으로 시장확대를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PC 한 대를 만들려면 비싼 RDRAM을 두 장씩 사야 했고 빈 슬롯에는 C-RIMM까지 꽂아야 했다.

컴퓨터 조립하는데 메모리 하나 사면서 같은 거 하나 더 사고 빈 슬롯에는 가짜 RAM도 사세요라고 하니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구조는 아니었다.

PC1066

펜티엄 4의 FSB가 533MT/s로 올라가면서 메모리 대역폭 요구도 약 4.26GB/s로 증가했다.

PC1066 RDRAM을 듀얼채널로 구성하면 약 4.26GB/s의 대역폭을 만들 수 있어 고성능 펜티엄 4 시스템에서는 매우 높은 성능을 제공했다.

2002년 무렵까지만 해도 최고성능 펜티엄 4 시스템을 만들려면 RDRAM이 강력한 선택지였다.

문제는 그동안 DDR도 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DDR과의 전쟁

DDR SDRAM

DDR SDRAM은 기존 SDRAM 구조를 발전시켜 클럭의 상승·하강 양쪽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메모리였다.

RDRAM처럼 Rambus의 독점적인 메모리 구조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기존 DRAM 업체가 비교적 쉽게 생산할 수 있었다.

초기 DDR266은 64비트 버스에서 2.1GB/s, DDR333은 약 2.7GB/s, DDR400은 3.2GB/s의 대역폭을 제공했다.

RDRAM 단일채널보다 버스는 넓지만 클럭은 낮은 정반대 방식이었다.

싸다

DDR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이었다.

기존 SDRAM 생산설비와 기술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했기 때문에 메모리 업체들이 RDRAM보다 훨씬 쉽게 대량생산할 수 있었고 별도의 Rambus RDRAM 라이선스 구조에서도 자유로웠다.

당시 RDRAM은 생산공정과 검사장비, RIMM 모듈 생산라인까지 별도로 필요해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증언도 FTC 관련 재판기록에 남아 있다.[9]

메모리는 결국 대량으로 존나 싸게 찍어내는 놈이 강하다.

레이턴시

DDR은 RDRAM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레이턴시를 제공하면서 일반적인 PC 작업에서 좋은 성능을 냈다.

초기에는 RDRAM의 최대 대역폭이 확실히 높았지만 CPU 캐시가 커지고 DDR 속도가 올라가면서 그 차이는 빠르게 줄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벤치마크 몇 개에서는 Rambus가 5% 빠름, 가격은 훨씬 비쌈 같은 상황에서 굳이 RDRAM을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Intel도 DDR로 간다

인텔도 결국 DDR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Intel 845 계열에서 SDRAM과 DDR 지원이 확대됐고, 2003년 Intel 865·875 칩셋이 듀얼채널 DDR을 지원하면서 고성능 펜티엄 4에서도 RDRAM 없이 충분한 메모리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듀얼채널 DDR400은 이론적으로 6.4GB/s의 대역폭을 제공해 800MT/s FSB를 사용하는 펜티엄 4와 궁합도 좋았다.

이쯤 되면 RDRAM의 가장 중요한 장점이던 압도적인 대역폭조차 사라졌다.

Rambus 공식 자료에도 대표적인 RDRAM 지원 칩셋은 Intel 820·840·850·850E와 일부 SiS 제품 정도로 남아 있으며, 이후 현대적인 PC 플랫폼에서는 RDRAM을 사용하지 않는다.[1]

인텔이 DDR 지원하는 순간 사실상 게임 끝이었다.

게임기

닌텐도 64

RDRAM의 초기 대형 상용제품 가운데 하나가 닌텐도 64다.

1996년 출시된 닌텐도 64는 기본 4MB Rambus RDRAM을 사용했으며 Expansion Pak을 장착하면 8MB로 확장할 수 있었다.[10]

Rambus에 따르면 닌텐도 64의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당시 일반적인 DRAM보다 매우 높은 속도로 동작했으며 CPU와 그래픽이 하나의 메모리 공간을 공유하는 통합 메모리 구조를 사용했다.[10]

용량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사진 한 장보다 작지만 1996년 게임기에 4MB 고속 메모리면 당시에는 꽤 공격적인 설계였다.

플레이스테이션 2

플레이스테이션 2는 32MB Direct RDRAM을 메인 메모리로 사용했다.

32비트에 해당하는 듀얼채널 구조로 최대 약 3.2GB/s의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했다.[11]

당시 PC에서는 RDRAM 가격 때문에 욕을 존나 먹고 있었지만, 메모리 구성을 제조사가 처음부터 고정할 수 있는 게임기에서는 사용자가 비싼 RIMM 두 장과 C-RIMM을 따로 살 필요가 없었다.

이런 폐쇄형 시스템에서는 높은 대역폭이라는 RDRAM의 장점만 활용하고 PC에서 문제가 됐던 업그레이드·호환성·가격 문제는 상당 부분 숨길 수 있었다.

PC에서는 욕먹었는데 게임기에서는 멀쩡하게 잘 일했다.

Rambus와 라이선스

Rambus는 RAM을 직접 만들지 않았다

Rambus는 기본적으로 RDRAM 칩을 직접 대량생산해 판매하는 메모리 제조업체가 아니었다.

Rambus가 메모리 인터페이스와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삼성전자·도시바·엘피다 등 반도체 제조업체가 Rambus로부터 기술을 라이선스해 RDRAM을 생산하는 방식이었다.[1]

Rambus 공식 FAQ도 Rambus가 RDRAM 부품이나 모듈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제조 파트너에게 기술을 라이선스한다고 설명한다.[1]

사업모델 자체가 우리가 기술 만들 테니 너희가 RAM 찍고 팔 때 라이선스비 내라였다.

특허 분쟁

Rambus는 RDRAM 자체뿐 아니라 SDRAM과 DDR SDRAM에 사용된 일부 기술에 대해서도 자사 특허권이 적용된다고 주장하면서 1990년대 말부터 여러 DRAM 제조업체와 대규모 특허분쟁을 벌였다.

마이크론, 하이닉스, 삼성전자, 인피니언 등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가 소송에 휘말렸다.[5]

쟁점 가운데 하나는 Rambus가 1990년대 JEDEC 메모리 표준화 과정에 참여하면서 향후 특허권과 관련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공개했는지 여부였다.

FTC 사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02년 Rambus가 JEDEC 표준화 과정에서 관련 특허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뒤 SDRAM·DDR 표준이 자리잡은 이후 특허권을 주장했다며 반독점 사건을 제기했다.[12]

FTC 위원회는 2006년 Rambus의 행위가 일부 메모리 기술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력 확보로 이어졌다고 판단했고 2007년에는 SDRAM과 DDR 관련 로열티에 제한을 두는 명령을 내렸다.[13]

그러나 2008년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 연방항소법원은 FTC가 Rambus의 행위가 실제 경쟁에 손해를 끼쳤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해당 명령을 파기했다.[14]

FTC는 연방대법원 심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09년 사건을 공식적으로 종결했다.[12]

따라서 Rambus가 특허사기 치다가 FTC한테 유죄확정 먹었다처럼 단순하게 정리하면 정확하지 않다. FTC는 강하게 문제 삼았지만 최종적으로 해당 독점 판정과 명령은 항소법원에서 파기됐다.

다만 이 특허전쟁은 Rambus와 RDRAM의 이미지를 존나 험악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왜 망했나

1. 너무 비쌌다

초기 RDRAM과 RIMM 가격은 기존 SDRAM보다 크게 높았다.[2]

DRAM은 PC 전체 원가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품이기 때문에 성능이 조금 더 좋다고 메모리 가격을 몇 배씩 지불할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2. 높은 레이턴시

대역폭은 높았지만 초기 접근 지연시간이 컸다.

펜티엄 III처럼 그 대역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시스템에서는 장점보다 레이턴시 단점이 더 눈에 띄기도 했다.

3. 귀찮은 설치

RIMM 전용 슬롯이 필요했고 플랫폼에 따라 메모리를 쌍으로 꽂아야 했으며 빈 슬롯에는 C-RIMM을 넣어야 했다.[3]

DDR처럼 그냥 메모리 하나 꽂고 나중에 하나 더 추가하는 식의 업그레이드가 상대적으로 편하지 않았다.

4. 독점기술 이미지

RDRAM은 Rambus의 독점적인 라이선스 기술이었다.

반면 DDR은 JEDEC 산업표준으로 수많은 메모리 제조업체와 칩셋회사가 지원했다.

PC 산업은 결국 여러 회사가 존나 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표준을 좋아한다.

5. DDR이 너무 빨리 발전했다

RDRAM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대역폭에서 상당히 앞서 있었지만 DDR266·DDR333·DDR400이 빠르게 보급됐고 듀얼채널 DDR까지 등장하면서 성능차이가 사라졌다.

싸고 레이턴시 낮고 호환성 좋고 성능까지 비슷해지면 비싼 쪽이 뒤진다.

6. i820 대참사

RDRAM 자체의 결함은 아니었지만 Intel 820과 MTH 리콜은 RDRAM 플랫폼 전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다.[7]

인텔이 그렇게까지 밀어줬는데 첫 대중화 플랫폼부터 존나 꼬였다.

DDR과 비교

구분 RDRAM DDR SDRAM
대표 버스 16비트 채널 64비트 채널
설계 방향 좁은 버스 + 매우 높은 신호속도 넓은 버스 + 상대적으로 낮은 클럭
PC800 단일채널 1.6GB/s -
DDR266 단일채널 - 2.1GB/s
초기 장점 높은 대역폭 낮은 가격·레이턴시·범용성
모듈 RIMM DIMM
빈 슬롯 일부 플랫폼에서 C-RIMM 필요 일반적으로 비워둘 수 있음
라이선스 구조 Rambus 독점기술 JEDEC 산업표준
PC 시장 결과 2000년대 초반 사실상 퇴장 이후 주류 메모리 표준으로 발전

RDRAM이 기술적으로 무조건 DDR보다 나빴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 시점의 펜티엄 4에서는 RDRAM이 가장 높은 성능을 제공했다.

문제는 PC 시장에서는 조금 빠른데 존나 비싼 것보다 충분히 빠르고 존나 싼 것이 대체로 이긴다는 것이다.

이후

PC 시장에서 퇴장

2003년을 전후해 Intel 865·875 같은 듀얼채널 DDR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RDRAM은 고성능 PC 시장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이후 DDR2·DDR3·DDR4·DDR5가 차례로 등장했고 현대 PC에서 RDRAM은 완전히 레거시 기술이 됐다.

Rambus 공식 사이트에서도 RDRAM은 과거 메모리아키텍처로 소개되고 있으며 지원 시스템 목록 역시 Intel 820·840·850E 등 오래된 플랫폼이 중심이다.[1]

Rambus는 안 망했다

RDRAM이 PC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Rambus 회사까지 망한 것은 아니다.

Rambus는 이후 XDR·XDR2 같은 후속 고속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개발했고 DDR·GDDR·HBM 등 현대 메모리 인터페이스와 보안·칩 기술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따라서 `RDRAM 망함 = Rambus 망함`은 아니다.

PC 메모리 표준 먹으려다 실패했지만 회사는 특허랑 인터페이스 기술 들고 수십 년째 살아 있다.

여담

모듈에 방열판이 기본으로 붙어 있었다

RIMM 모듈은 금속 히트스프레더가 붙은 형태가 흔했다.

2000년 당시 일반 SDRAM 모듈은 PCB 위에 메모리칩이 그냥 노출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RIMM의 금속커버는 상당히 미래적인 외형으로 보였다.

당시 컴퓨터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쇠붙이 붙어 있으니까 존나 고급 RAM인가 보다 하기 딱 좋았다.

펜티엄 4와 세트 이미지가 강하다

RDRAM이 사용된 제품은 많지만 PC 사용자에게는 초기 펜티엄 4와 가장 강하게 연결돼 있다.

2000~2002년 고급 펜티엄 4 완제품 PC를 열어보면 PC800 RIMM 두 장과 C-RIMM이 꽂힌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도 RDRAM을 많이 만들었다

Rambus가 미국회사라고 해서 RDRAM도 미국에서만 생산한 것은 아니다.

Rambus는 직접 대량생산하지 않았고 삼성전자·도시바 등 여러 DRAM 제조업체가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했다.[1]

법원 기록에서는 2000년 무렵 삼성전자가 최대 RDRAM 공급업체였다고 언급된다.[15]

DDR과 RDRAM이 싸우던 시절 삼성전자는 한쪽 편에서 응원한 게 아니라 그냥 둘 다 만들어서 팔았다.

메모리 회사 입장에서는 이념보다 주문서가 중요하다.

RIMM과 DIMM

`RIMM`이라는 이름 때문에 DIMM의 Rambus 버전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실제 외형과 역할도 비슷하다.

하지만 전기적인 인터페이스가 완전히 다르므로 RIMM과 DDR DIMM은 호환되지 않는다.

지금 사면 비싸다

RDRAM 자체는 이미 현역 PC 메모리에서 사라졌지만 오래된 펜티엄 4·워크스테이션을 복원하려는 레트로 컴퓨팅 수요 때문에 중고 RIMM이 거래된다.

대량생산이 끝난 오래된 규격이라 용량 대비 가격은 현대 DDR보다 당연히 개창렬이다.

20년 전에도 비쌌는데 죽고 나서도 비싸다.

실패작이라고만 하기는 애매하다

RDRAM은 PC 메모리 표준경쟁에서는 확실히 DDR에 패배했다.

하지만 닌텐도 64·플레이스테이션 2 같은 초대형 성공제품에 사용됐고, 고속 직렬형 메모리 인터페이스라는 개념도 이후 여러 기술에 영향을 줬다.

따라서 RDRAM = 병신기술보다는 성능은 앞서갔지만 가격·산업생태계·라이선스 전략에서 패배한 기술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컴퓨터 기술은 제일 빠른 놈이 이기는 게 아니라 적당히 빠르면서 제조사도 좋아하고 메인보드 회사도 좋아하고 소비자 지갑도 안 터지는 놈이 이긴다.

주요 규격

규격 대략적인 전송률 채널당 최대 대역폭
PC600 600MT/s 1.2GB/s
PC700 700MT/s 1.4GB/s
PC800 800MT/s 1.6GB/s
PC1066 1066MT/s 약 2.13GB/s
PC1200 1200MT/s 2.4GB/s

[1]

주요 용어

용어 설명
RDRAM Rambus가 개발한 고속 DRAM 아키텍처.
Direct RDRAM PC에서 주로 사용된 RDRAM 세대.
RIMM PC용 RDRAM을 장착한 전용 메모리 모듈.
C-RIMM 빈 RIMM 슬롯에서 채널의 전기적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더미 모듈.
PC800 800MT/s급 Direct RDRAM 규격.
Intel 820 펜티엄 III용 RDRAM 칩셋.
Intel 850 초기 펜티엄 4용 듀얼채널 RDRAM 칩셋.
Rambus RDRAM 기술을 개발하고 라이선스한 미국 기업.

검색할 때

관련 자료를 찾을 때는 RDRAM, 램버스 램, Rambus RAM, Direct RDRAM, RIMM, PC800 RDRAM, PC1066 RDRAM, Intel 850 RDRAM, 펜티엄4 RDRAM, RDRAM DDR 비교, Rambus DDR patent 등의 검색어를 함께 사용하면 좋다. 오래된 PC 자료에서는 `RAMBUS`, `RIMM`, `i850`, `PC800`이라는 단어만 적혀 있는 경우도 많다.

같이 보기

외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