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는 2022년 5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TerraUSD, UST)가 미국 달러와의 1:1 가격연동을 상실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던 암호화폐 루나(LUNA)가 함께 폭락한 대규모 암호화폐 붕괴 사건이다.
UST와 LUNA는 한때 합산 수백억 달러의 시장가치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급 암호화폐 생태계로 성장했지만, UST의 디페깅이 시작되자 이를 복구하기 위해 LUNA가 대량 발행되고 LUNA 가격이 떨어지면서 더 많은 LUNA가 발행되는 이른바 죽음의 나선이 발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태로 약 400억 달러의 시장가치가 거의 하룻밤 사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1]
당시 환율로 한국 돈 수십조 원 규모다. 문제는 단순히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UST가 '달러처럼 안정적인 코인'이라는 믿음 아래 저축성 자산처럼 보유한 개인투자자가 많았고, 테라 생태계의 Anchor Protocol은 한때 연 20%에 가까운 UST 예치수익률을 제공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았다. 붕괴 뒤에는 LUNA와 UST에 직접 투자한 개인뿐 아니라 이 자산을 보유한 펀드·대출업체·암호화폐 회사들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리면서 2022년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대규모 침체에 영향을 줬다.
사건의 핵심 인물은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인 권도형과 신현성이다. 특히 권도형은 사태 이후 해외에서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로 지내다 2023년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을 사용하려다 체포됐고, 2024년 말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국에서는 민사 배심원단이 2024년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의 투자자 사기 책임을 인정했으며, 권도형은 2025년 형사재판에서도 사기 관련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2][3]
미국 사법절차에서 사기로 인정된 핵심은 단순히 "코인을 만들었는데 실패했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UST의 안정성, 2021년 한 차례 발생한 디페깅이 회복된 과정, 그리고 한국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가 실제 테라 블록체인을 사용한다는 주장 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사실을 허위·오도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2]
반면 한국에서는 2026년 현재 신현성 등 테라 관계자들에 대한 본류 형사재판이 아직 1심에서 진행 중이다. 검찰은 테라·루나의 결제기능과 사업 실현가능성 등에 대해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신현성 측은 권도형과의 공모 및 사기의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다.[4]
따라서 테라·루나 사태는 암호화폐 붕괴 사건이면서 동시에 권도형과 테라폼랩스에 대해서는 미국 법원에서 사기 책임까지 확정된 대규모 경제범죄 사건이 됐다.
테라와 루나
테라는 테라폼랩스가 만든 블록체인 생태계이고, LUNA는 이 네트워크의 핵심 암호화폐였다. 테라 생태계에는 여러 법정화폐에 가격을 연동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했는데 그중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이 미국 달러에 연동되는 UST였다.
LUNA 자체의 상세한 역사와 폭락 전후 가격, LUNC로의 변경 등에 대해서는 루나 문서의 암호화폐 문단 참고.
테라·루나 사태를 이해하려면 두 자산이 따로 놀던 코인이 아니라 서로의 가격안정 메커니즘에 깊게 연결돼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UST
TerraUSD 또는 UST는 1개 가격이 미국 달러 1달러에 유지되는 것을 목표로 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일반적인 준비자산형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발행사가 은행계좌에 실제 달러를 1달러씩 넣어두고 UST를 발행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대신 테라 프로토콜은 UST와 LUNA 사이의 교환구조를 통해 가격을 유지하려 했다. UST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시장참가자가 싼 UST를 사서 프로토콜상 1달러 상당의 LUNA로 교환할 수 있고, UST가 1달러를 넘으면 반대로 LUNA를 이용해 새로운 UST를 만들 수 있었다. 시장참가자가 차익거래를 하면 UST의 공급량이 자동으로 조절되며 다시 1달러로 돌아간다는 논리였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UST가 0.98달러에 거래된다면 UST 하나를 0.98달러에 사서 1달러 상당의 LUNA로 바꿔 0.02달러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UST가 소각되므로 공급량이 줄고 가격이 다시 올라간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꽤 영리한 시스템처럼 보였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문제는 UST 뒤에 달러 1달러가 실제로 앉아 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UST를 떠받치는 핵심 수단이 결국 LUNA의 시장가치와 시장참가자의 지속적인 차익거래 의지였다.
UST 보유자들이 소규모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는 알고리즘이 작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동시에 "UST가 정말 1달러 맞냐?"며 출구로 몰릴 경우 UST를 상환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LUNA가 새로 발행될 수밖에 없었다. LUNA의 가격이 떨어질수록 같은 1달러의 UST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LUNA 수량은 더 늘어난다.
즉 시스템의 안정성이 LUNA 가격에 의존하는데, 위기가 오면 UST를 살리기 위한 행동 자체가 LUNA 가격을 박살내는 구조적 위험이 있었다.
평소에는 이것을
알고리즘에 의한 가격안정
이라고 불렀고, 터지고 나서는
죽음의 나선
이라고 불렀다.
Anchor Protocol
테라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Anchor Protocol이었다. Anchor는 UST를 예치하면 매우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디파이 서비스로, 한때 연간 약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제공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비트코인이나 일반 알트코인처럼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자산도 아니고 이름부터 USD가 붙은 스테이블코인을 맡겨놓기만 하면 연 20% 가까운 이자가 생기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출과 스테이킹 수익만으로 이런 높은 예금수익률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UST 예치수요가 대출수요보다 훨씬 크게 증가하면서 테라 측은 수익준비금에 자금을 투입해 높은 수익률을 보조했다. 결국 Anchor의 높은 이율은 UST 자체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만들어내는 보조금 역할을 했다.
UST를 원하는 이유가
"이걸 결제에 사용해야지."
가 아니라
"Anchor에 넣으면 20% 주잖아."
가 돼버린 것이다.
이 구조는 상승기에는 테라를 존나 빠르게 키웠지만 신뢰가 깨지자 수십억 달러 규모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는 폭탄도 같이 키웠다.
2021년 디페깅
UST는 2022년 처음으로 흔들린 것이 아니다. 2021년 5월에도 UST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디페깅이 발생했다.
당시 테라 측은 UST의 알고리즘과 시장의 자연스러운 차익거래가 성공적으로 작동해 가격을 복원한 것처럼 설명했다. 이 경험은 이후 UST 시스템의 안정성을 홍보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그러나 미국 SEC 조사와 재판에서 전혀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Jump Crypto 계열사인 Tai Mo Shan이 테라 측과의 관계 속에서 수천만 달러 규모의 UST를 대량매수해 페그 복원을 지원했던 것이다.[5]
즉
"우리 알고리즘이 시장충격을 견뎠습니다."
라고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거대한 거래회사가 돈을 들고 들어와 UST를 존나 사줬다.
이 사실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미국 사기사건의 중요한 쟁점이 됐다.
알고리즘의 성공이라는 거짓말
UST는 중앙은행이나 중앙화된 준비자산 없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유지한다는 것이 핵심 가치였다. 만약 페그가 무너질 때마다 대형 거래회사에 수천만 달러를 동원해 시장매수를 요청해야 한다면 "알고리즘만으로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이야기의 의미가 크게 흔들린다.
SEC는 2024년 배심원재판에서 권도형과 테라폼랩스가 2021년 UST 가격회복 과정에서 외부 거래회사의 개입을 숨기고 알고리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처럼 투자자들을 오도했다고 주장했고, 배심원은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에게 사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2]
따라서 테라·루나 사태는 "위험한 알고리즘이 우연히 실패했다"는 이야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차이
차이(Chai)는 신현성이 만든 한국의 간편결제 서비스로, 초기 테라가 실제 경제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홍보됐다.
테라 측은 차이를 이용한 결제가 테라 블록체인 위에서 처리되는 것처럼 투자자와 시장에 설명했고, 이는 테라가 단순 투기용 코인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결제 네트워크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미국 SEC는 차이 결제가 테라 블록체인을 실제로 사용해 정산되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오도했다고 판단했다. 2024년 미국 배심원단 역시 이 내용을 포함한 SEC의 사기 주장을 받아들였다.[2]
한국 검찰도 신현성 등에게 차이페이와 테라 블록체인의 실제 관계를 거짓으로 홍보해 투자를 유치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신현성 측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2026년 현재 한국에서 관련 본류 재판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4]
Luna Foundation Guard
UST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Luna Foundation Guard(LFG)라는 조직도 만들어졌다. UST가 순수한 알고리즘만으로 유지되는 것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LFG는 비트코인 등을 대규모로 매입해 비상시 UST 페그를 방어하는 준비자산 역할을 하도록 했다.
권도형은 2022년 초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확보하는 계획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 자체가 묘한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실물 달러 담보 없이 알고리즘으로 안정화할 수 있다."
는 게 핵심 혁신이었는데, 나중에는 결국
"그래도 비트코인 수십억 달러 정도 들고 있어야겠다."
가 됐다.
순수 알고리즘만 믿기에는 창업자들도 좀 불안했던 모양이다.
2022년 5월
2022년 5월 초 Anchor와 시장에서 대규모 UST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5월 7일 전후로 상당한 규모의 UST 매도가 발생하면서 1달러 페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0.99달러, 0.98달러 정도였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은 2021년처럼 곧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생각했다. 테라 커뮤니티에서도 "알고리즘이 알아서 복구한다"는 낙관론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매도규모가 훨씬 컸고 UST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디페깅
디페깅(de-pegging)은 스테이블코인의 시장가격이 목표한 고정가격에서 이탈하는 것을 말한다.
UST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가자 시장참가자들은 UST를 프로토콜을 통해 1달러 상당의 LUNA로 교환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원래 시스템이 의도한 정상적인 가격복구 방법이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이 동시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UST가 대량으로 LUNA로 바뀌면서 새로운 LUNA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시장에 LUNA가 쏟아지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LUNA 가격이 내려가자 똑같은 UST 하나를 처리하려면 더 많은 LUNA가 필요했고, 더 많은 LUNA가 발행되면서 다시 가격이 떨어졌다.
죽음의 나선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구조를 간단히 쓰면 다음과 같다.
UST 매도 ↓ UST 1달러 페그 붕괴 ↓ UST를 LUNA로 교환 ↓ LUNA 대량 신규발행 ↓ LUNA 가격 하락 ↓ UST 상환에 더 많은 LUNA 필요 ↓ LUNA 추가발행 ↓ LUNA 신뢰붕괴 ↓ UST도 더 매도 ↓ 처음으로 돌아감
정상적으로 성장할 때는 UST 수요가 늘수록 LUNA가 소각되면서 LUNA 가격상승에 도움이 됐다. 투자자들은 이를 테라 생태계 성장과 LUNA 희소성이 서로 강화하는 선순환으로 설명했다.
하락장에서는 정확히 반대로 움직였다.
코인판에서 선순환이라고 부르던 구조가 어느 날 방향만 바뀌면 죽음의 나선이 된다.
LUNA 초인플레이션
LUNA는 UST의 상환과정에서 엄청난 속도로 발행됐다. 기존에는 제한적인 수량으로 거래되던 코인의 공급량이 며칠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가격은 100달러를 넘던 수준에서 사실상 소수점 아래로 추락했다.
이 과정은 일반 국가에서 통화가치를 살리겠다며 돈을 무한히 찍다가 오히려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모습과 비슷했다. 다만 여기서는 몇 년이 아니라 며칠 만에 벌어졌다.
LUNA 자체의 가격변화와 이후 LUNC로 바뀐 과정에 대해서는 루나 문서 참고.
UST 붕괴
LUNA만 망한 것도 아니다. UST도 결국 1달러로 돌아오지 못했다.
0.9달러, 0.7달러, 0.5달러를 거쳐 훨씬 아래로 떨어지면서 스테이블코인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기술보다
내일도 1달러일 것이라는 믿음
이다.
그 믿음이 깨진 순간 UST는 이름에 USD가 붙은 변동성 코인 하나가 돼버렸다.
비트코인 준비금 투입
LFG는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 등을 동원해 UST 가격을 방어하려 했다. 하지만 매도압력과 시장의 공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LFG가 UST를 방어하기 위해 대량의 비트코인을 매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테라 사태가 비트코인 가격까지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기 집 불 끄겠다고 옆집 소방호스까지 다 가져왔는데 불이 더 커진 셈이다.
400억 달러
미국 SEC는 2022년 5월 테라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약 400억 달러의 시장가치가 사라졌다고 설명한다.[1]
이는 UST와 LUNA뿐 아니라 테라 생태계에 연결된 여러 암호화폐와 투자상품의 가치 하락을 포함한다.
2025년 권도형 형사재판에서도 미국 검찰은 그의 범행이 투자자들에게 약 4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3]
정확한 개별 투자자의 실현손실 합계와 특정 시점의 시가총액 증발액은 서로 다른 개념이므로 "권도형이 현금 400억 달러를 직접 훔쳤다"고 표현하면 틀리다.
그렇다고 피해 규모가 작아지는 것도 아니다.
400억 달러가 증발했다.
그것도 존나 빨리.
한국 투자자
테라폼랩스 창업자들이 한국인이고 LUNA가 한국 거래소에서도 적극적으로 거래됐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 피해 역시 컸다. 폭락 직후 여러 커뮤니티에는 수천만 원이나 수억 원 규모의 자산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인증이 잇따랐다.
특히 일부 투자자는 UST를 일반 변동성 코인이 아니라 '달러 가치가 유지되는 스테이블코인'이라고 생각해 상당한 자산을 넣기도 했다. Anchor의 높은 수익률까지 결합하면서 사실상 고금리 달러예금 비슷하게 인식한 투자자도 있었다.
정확한 대한민국 전체 피해자 숫자와 확정 피해금액은 조사기관과 계산방식에 따라 달라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기 어렵다.
암호화폐판 뱅크런
테라 붕괴는 전통 금융의 뱅크런과 비슷한 면이 있다. 모두가 UST를 1달러로 믿는 동안에는 굳이 동시에 상환하려고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
"이거 혹시 1달러 아닌 거 아냐?"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먼저 빠져나가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건질 수 있다.
그러면 모두가 출구로 몰린다.
은행에는 중앙은행, 예금보험, 지급준비제도 같은 안전장치가 있지만 UST는 시장참가자의 차익거래와 LUNA에 의존했다.
그리고 시장참가자들은 겁을 먹었다.
알고리즘은 겁을 안 먹었다.
대신 LUNA를 존나 열심히 찍었다.
Anchor가 키운 위험
Anchor에 많은 UST가 집중돼 있었다는 점도 중요했다. 사람들이 UST를 실제 결제나 상거래에 폭넓게 사용하는 것보다 연 20%에 가까운 수익을 받기 위해 한 서비스에 몰아넣는 구조였다.
높은 수익률은 엄청난 자금유입을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자금이 빠져나가야 할 이유가 생겼을 때 대량 인출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성장엔진이 그대로 탈출구의 병목이 된 셈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연쇄충격
테라·루나 사태는 UST와 LUNA 보유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여러 암호화폐 투자펀드와 대출업체, 거래회사들이 LUNA와 UST 또는 테라 기반 디파이 상품에 노출돼 있었다.
테라 붕괴 뒤 쓰리애로우캐피털(3AC) 같은 대형 암호화폐 헤지펀드가 심각한 손실을 입었고, 이후 여러 암호화폐 대출업체와 거래회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그해 말에는 FTX까지 붕괴하면서 2022년은 암호화폐 업계 전체의 최악의 해 가운데 하나가 됐다.
테라가 이 모든 회사를 직접 망하게 했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지만 2022년 암호화폐 신용위기를 촉발한 주요 사건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권도형
권도형은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이자 테라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이었다. 테라가 잘나가던 시절에는 암호화폐 업계의 스타 창업자로 취급받았고 SNS에서도 매우 공격적인 태도로 유명했다.
테라 구조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조롱하거나 자신의 부와 성공을 과시하는 발언도 했다. 그중
I don't debate the poor
라는 발언은 사태 이후 인터넷에서 존나 오래 박제됐다.
가격이 오를 때는 자신감으로 보이던 발언들이 수십조 원짜리 붕괴 이후에는 역대급 흑역사가 됐다.
사태 직후 권도형
UST가 붕괴하기 시작했을 때 권도형은 트위터 등을 통해 시스템을 복구하겠다고 계속 주장했다. 하지만 LUNA 발행량과 매도압력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사태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기존 체인을 그대로 복원하는 대신 새로운 테라 체인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테라 2.0
2022년 5월 테라 커뮤니티는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드는 거버넌스 제안을 통과시켰다.
새로운 체인은 기존 UST 중심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구조를 버리고 다시 Terra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새 체인의 암호화폐 이름도 다시 LUNA가 됐다.
반면 붕괴한 기존 체인은 Terra Classic으로 개명됐고 기존 LUNA는 LUNC, UST는 USTC가 됐다.
그래서 지금 거래소에
LUNA LUNC
가 동시에 있다.
코인판 처음 온 사람에게는 존나 친절하지 않은 작명이다.
포크 이후
새로운 테라가 만들어졌다고 피해가 복구된 것은 아니다. 기존 LUNA와 UST 보유자들에게 일정 기준에 따라 새로운 LUNA가 배분됐지만 과거 자산가치를 전부 보상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다.
Terra Classic 역시 폐쇄되지 않고 커뮤니티와 검증자들이 계속 운영했다. 이후 LUNC 공급량을 줄이기 위한 소각정책이나 USTC 재페깅 논의 등이 반복됐다.
하지만 원래 LUNA가 100달러가 넘었다고 LUNC도 언젠가 자동으로 100달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공급량부터 존나 다르다.
권도형 도피 논란
사태 이후 한국 검찰은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2022년 한국 법원은 권도형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이어졌다.
권도형은 SNS를 통해 자신은 도피 중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정확한 소재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도망가는 거 아닙니다." "그럼 어디 계세요?"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상태가 상당기간 이어졌다.
몬테네그로 체포
2023년 3월 23일 권도형은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체포됐다.
두바이행 항공기에 탑승하려 했는데 코스타리카 위조여권을 사용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몬테네그로에서 위조문서 사용죄로 별도의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수십조 원짜리 암호화폐 사태의 중심인물이 전 세계 수사기관을 피해다니다 가짜 여권 내고 공항에서 잡힌 것이다.
서사가 너무 완벽해서 영화로 만들면 작가가 과하다고 욕먹을 수준이다.
한국 vs 미국 송환전
권도형이 잡히자 한국과 미국이 모두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한국은 테라폼랩스 창업자와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혐의를 수사하고 있었고, 미국 검찰과 SEC 역시 미국 투자자 대상 사기와 증권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었다.
몬테네그로에서 어느 나라로 송환할지를 놓고 법원 판단이 여러 차례 바뀌며 긴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미국이 이겼다.
미국 송환
권도형은 2024년 12월 31일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국 형사재판에서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2025년 8월 사기 공모 및 전신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3]
미국 법무부는 권도형이 테라의 암호화폐가 실제보다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민사 사기판결
미국 SEC는 2023년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4월 뉴욕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약 9일 동안 진행된 재판 끝에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이 투자자를 속였다는 SEC 주장을 인정했다.[2]
특히 UST 안정성에 관한 허위·오도, 2021년 디페깅 당시 외부 거래회사의 개입, 그리고 차이 결제가 테라 블록체인으로 처리된다는 주장 등이 핵심이었다.
이는 테라·루나 사태를 단순한
"고위험 코인이 폭락했다."
는 사건과 구분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44억 달러 SEC 합의
2024년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은 SEC와 약 44억7천만 달러에 달하는 민사판결·합의에 동의했다.[6]
SEC 자료에 따르면 테라폼랩스에 대해 부당이득환수, 이자, 민사제재금 등을 합쳐 약 44억7천만 달러가 부과됐다. 권도형 역시 개인적으로 2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테라폼랩스 파산재단 등에 이전하도록 하는 조치에 동의했다.[6]
다만 이 숫자가 테라폼랩스가 현금 44억 달러를 즉시 SEC에 납부했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는 이미 파산상태였고 피해 투자자와 채권자에 대한 배상이 우선되도록 구조가 설계됐다.
테라폼랩스 파산
테라폼랩스는 2024년 1월 미국에서 챕터 11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같은 해 9월 미국 파산법원은 테라폼랩스의 청산계획을 승인했다.[7]
SEC 최종판결에 따라 회사는 사업을 정리하고 남은 자산을 피해 투자자와 채권자에게 분배하는 절차에 들어갔다.[6]
한때 수백억 달러의 암호화폐 생태계를 운영했던 회사가 몇 년 뒤 공식적으로 자산을 청산해 피해자에게 나눠주는 회사가 됐다.
권도형 징역 15년
2025년 12월 11일 미국 뉴욕남부연방법원은 권도형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3]
미국 검찰은 권도형이 전신사기를 저지르고 증권·상품·전신사기 공모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그의 범행으로 약 4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봤다.
권도형은 별도로 1,900만 달러 이상의 범죄수익 몰수 명령도 받았다.[8]
테라 붕괴 전에는 스탠퍼드 출신 암호화폐 천재 창업자였고 붕괴 후에는 국제수배, 몬테네그로 위조여권 사건, 미국송환을 거쳐 연방교도소 15년형까지 갔다.
LUNA 차트와 창업자 인생그래프가 같이 디페깅됐다.
신현성
신현성은 티몬 창업자로 알려진 기업인이자 권도형과 함께 테라폼랩스를 공동설립한 인물이다.
테라 초기에는 한국 시장과 차이 결제사업 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권도형과 경영적으로 분리됐다는 입장을 밝혔고 테라·루나 붕괴의 책임 및 권도형과의 공모 여부를 두고 검찰과 강하게 다투고 있다.
한국 검찰은 신현성이 테라·루나 기반 결제서비스가 실제로 가능한 것처럼 허위홍보해 투자를 유치하고 사전 발행된 LUNA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9]
반면 신현성 측은 자신이 테라 운영에서 손을 뗀 이후 권도형이 사업을 주도했고 테라·루나 폭락을 예상하거나 공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10]
한국 재판
미국에서는 권도형의 형사사건까지 징역 15년으로 상당부분 정리됐지만 한국 본류 재판은 훨씬 느리다.
2023년 4월 기소된 신현성 등 테라 관계자들의 재판은 2026년 2월까지도 1심이 계속되고 있다.[4]
핵심 쟁점에는
- LUNA의 증권성
- 테라 기반 결제사업이 실제로 가능한 사업이었는지
- 차이페이 홍보내용이 허위였는지
- 신현성과 권도형의 공모관계
- 사태 이전 코인 매각이 부당이득인지
등이 있다.[11]
따라서 2026년 현재 신현성을 이미 테라·루나 사기의 유죄 확정범이라고 쓰면 안 된다.
기소돼 재판 중이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권도형과는 법적 상태가 다르다.
추징보전
검찰은 신현성이 테라 관련 과정에서 얻은 범죄수익으로 의심되는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약 1,541억원 상당을 추징보전했다.[4]
신현성 측 가족회사는 일부 부동산은 신현성 개인재산이 아니라 회사 소유라며 추징보전 해제를 요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했으나 2025년 1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항소했다.[4]
본류 형사재판이 3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재산동결 문제도 별도 법정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한국의 첫 관련 유죄
2025년에는 테라 관계사를 위해 금융권 청탁을 한 혐의로 기소된 금융컨설턴트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12]
이는 테라·루나 관련 국내 사건에서 나온 유죄판결 가운데 하나지만 신현성 등 본류 피고인들의 유무죄와는 별개다.
투자냐 사기냐
사태 직후 가장 많이 싸운 문제다.
한쪽에서는
"코인은 원래 투자위험 있는 거고 알고리즘이 실패했을 뿐이다."
라고 주장했다.
다른 쪽에서는
"처음부터 지속불가능한 구조를 안정적이라고 속인 사기다."
라고 주장했다.
2026년 기준 미국에 한해서는 적어도 일부 쟁점의 답은 사법적으로 상당히 명확해졌다. 2024년 배심원단은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의 투자자 사기 책임을 인정했고, 권도형 본인도 2025년 형사사기 혐의에 유죄를 인정한 뒤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2][3]
즉
"사기라는 건 루나 물린 사람들이 화나서 붙인 표현일 뿐임."
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재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다.
다만 이것이 테라 블록체인의 모든 개발자와 투자자,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가짜였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블록체인과 디파이 생태계가 존재했고 수많은 개발자가 그 위에 서비스를 만들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투자자들에게 테라 시스템의 안정성과 실제 사용에 관해 중요한 허위·오도 정보를 제공한 행위다.
폰지 사기인가
테라 시스템 전체를 전형적인 폰지 사기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분류하는 것도 다소 단순하다.
폰지 사기는 일반적으로 실제 수익사업 없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테라는 실제 블록체인과 다양한 프로토콜이 존재했다.
그러나 Anchor의 높은 보조금 이자가 신규 UST 수요를 계속 만들어내고, 그 수요가 LUNA 가격과 테라 시스템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구조는 폰지와 경제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다는 비판을 오래 받았다.
특히
신규 자금 유입 → UST 수요 증가 → LUNA 가격 상승 → 시스템 신뢰 증가 → 더 많은 신규자금
이 이어질 때는 잘 굴러갔지만 신규수요가 멈추자 구조 전체가 역회전했다.
폰지라고 부르든 아니든 신규 수요가 계속 유지돼야 하는 시스템의 취약성 자체는 실제 붕괴로 증명됐다.
피해자 탓?
사태 뒤
"연 20%를 준다는 걸 믿은 놈들이 병신이지."
라는 반응도 많았다.
물론 연 20% 수준의 수익률을 사실상 무위험 달러예금처럼 받아들인 투자자는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투자자의 욕심이 사업자의 허위설명을 합법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미국 배심원은 UST 안정성과 Chai 사용 등을 두고 투자자 기만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권도형 본인도 이후 형사사기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다.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가 왜 믿었냐?"
는 질문과
"가해자가 거짓말했냐?"
는 질문은 따로 봐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의 함정
테라 사태 뒤 가장 조롱받은 단어 가운데 하나가 스테이블이다.
UST는 명칭상 TerraUSD였고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됐다. 일반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다른 코인보다 안전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을 안정시키도록 설계된 코인
이라는 뜻이지
가격이 법적으로 영원히 1달러가 보장되는 코인
이라는 뜻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가격을 유지하는지, 실제 담보가 존재하는지, 위기 때 누가 상환을 책임지는지를 봐야 한다.
UST에는 그 마지막 보루가 사실상 없었다.
USDT·USDC와 차이
테더의 USDT와 USDC 같은 준비자산형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현금, 국채 등 준비자산을 보유하는 구조다.
이들도 발행사 신용이나 준비자산 건전성, 규제 위험 등이 있으므로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UST와는 가격유지 원리가 다르다.
UST:
알고리즘 + LUNA의 시장가치
USDC:
발행사의 준비자산
따라서
"UST가 망했으니까 모든 스테이블코인은 똑같이 LUNA 찍다가 망한다."
라고 하면 틀리다.
위험의 종류가 다르다.
FUD
테라가 상승하던 시절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판은 자주 FUD로 취급됐다.
FUD는 Fear, Uncertainty, Doubt의 약자로 코인판에서는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공포·불확실성 조장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
테라 지지자 중 일부는 UST의 구조적 위험이나 Anchor 수익률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테라를 이해하지 못한다." "또 FUD다." "LUNA 더 오른다."
는 식으로 대응했다.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동안에는 이런 반응이 맞는 것처럼 보였다.
시장에서 제일 무서운 건 틀린 논리가 가격상승 때문에 맞는 논리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Lunatics
LUNA와 테라의 열성 커뮤니티는 스스로를 Lunatics라고 부르기도 했다.
LUNA와 영어 단어 lunatic을 섞은 말장난이다. 영어 lunatic은 미치광이라는 의미가 있다.
상승장에서는
"우리는 LUNA에 미친 사람들."
이라는 자랑스러운 별명이었다.
사태가 터진 뒤에는 이름을 너무 정확하게 지었다는 조롱이 쏟아졌다.
규제 영향
테라·루나 붕괴는 세계 각국이 스테이블코인과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영향을 줬다.
특히
-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
- 투자자 공시
- 암호화폐 증권성
- 소비자 보호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수백억 달러짜리 스테이블코인이 며칠 만에 사실상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 실제 사례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은 논문과 트위터 토론이었다.
테라 이후에는 피해금액이 붙은 사례연구가 됐다.
테라폼랩스의 최후
테라폼랩스는 붕괴 이후에도 새로운 Terra 체인 개발 등을 이어갔지만 SEC 사건과 파산절차를 거치면서 결국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2024년 미국 파산법원이 청산계획을 승인했고, 남은 자산을 피해 투자자 및 채권자에게 분배하기 위한 청산신탁이 만들어졌다.[6]
프로젝트 창업자는 미국에서 징역 15년, 회사는 청산, 원래 체인은 Terra Classic, 원래 코인은 LUNC.
2022년 이전 투자자에게 이 미래를 말해줬으면 FUD라고 차단당했을 것이다.
피해 회복
형사재판에서 권도형이 감옥에 가고 SEC가 수십억 달러 규모 판결을 받아도 피해자들의 돈이 자동으로 전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테라폼랩스 파산재단에는 원래 증발한 400억 달러를 모두 보상할 자산이 없다. 2024년 청산계획 당시 테라폼랩스는 암호화폐 구매자와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지급 가능한 규모를 약 1억8천만~4억4천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7]
피해 규모와 비교하면 극히 일부다.
경제범죄에서 판결과 피해회복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보여준다.
사기꾼에게 징역 15년 준다고 네 코인지갑 숫자가 복원되지는 않는다.
사태의 교훈
첫째,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이름만 보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가격을 어떤 자산과 어떤 제도로 지키는지 봐야 한다.
둘째, 높은 수익률에는 돈을 내는 사람이 있다. 달러와 같은 안정성을 주장하면서 연 20%를 준다면 "개꿀" 하기 전에 누가 그 20%를 만들어내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셋째, 시가총액과 유명 투자자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테라 생태계에는 대형 투자회사와 유명 암호화폐 기업들도 참여했지만 같이 돈을 잃었다.
넷째, 창업자의 자신감은 담보가 아니다. 권도형은 시스템에 대한 확신을 존나 강하게 표현했지만 2025년 미국에서 사기죄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5년을 받았다.
다섯째, 복잡한 알고리즘은 실제 돈이 아니다. 금융위기 때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백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동시에 돈을 돌려달라고 할 때 실제로 돌려줄 수 있느냐다.
평가
테라·루나 사태는 암호화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붕괴사건 가운데 하나다. 알고리즘과 시장의 차익거래만으로 중앙은행이나 달러 준비금 없이 안정적인 디지털 화폐를 만들겠다는 테라의 아이디어는 한동안 성공한 것처럼 보였고, LUNA 가격상승과 Anchor의 높은 수익률이 결합하면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스템은 상승기와 정반대로 작동하는 하락 시나리오를 견디지 못했다. UST가 1달러를 이탈하자 상환을 위해 LUNA가 발행됐고, LUNA 가격이 떨어질수록 더 많은 LUNA가 필요해지면서 토큰 공급량과 가격이 동시에 무너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역사상 존나 큰 금융공학 실패다.
하지만 후속 미국 재판에서는 더 심각한 사실이 확인됐다. 2021년 UST 디페깅 회복 과정에 외부 거래회사의 대규모 매수가 개입했음에도 알고리즘 자체가 성공적으로 작동한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설명됐고, Chai를 통한 테라 블록체인의 실제 사용에 대해서도 허위·오도된 설명이 있었다고 배심원이 판단했다.[2][5]
결국 권도형은 미국에서 사기 관련 혐의에 유죄를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3]
따라서 2026년 현재 이 사태를
"코인판에서 흔한 폭락."
이라고만 설명하면 너무 많이 빠진다.
반대로 테라 생태계 전체가 처음부터 아무 기술도 없는 가짜였다고 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실제 블록체인과 디파이 서비스가 존재했고 수많은 개발자와 투자자가 참여했다.
가장 정확한 설명은
실제로 존재했던 거대한 암호화폐 생태계가 구조적 취약성으로 붕괴했고, 그 생태계를 운영·홍보한 핵심 인물과 회사의 투자자 기만행위까지 미국에서 사기로 인정된 사건
이다.
그리고 코인 역사에 한 문장짜리 교훈을 남겼다.
1달러라고 이름 붙인다고 1달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담
- 테라폼랩스는 권도형과 신현성이 공동설립했다.
- UST는 1달러 가격을 목표로 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었다.
- UST를 1:1 달러 현금으로 담보한 구조는 아니었다.
- LUNA와 UST 간 민트·번 구조를 통해 가격을 유지했다.
- Anchor Protocol은 한때 UST 예치자에게 연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제공했다.
- 2021년에도 UST 디페깅이 한 차례 있었다.
- 당시 Jump 계열 Tai Mo Shan의 대규모 UST 매수가 페그 회복을 도왔다.[5]
- 이 사실은 당시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 2022년 5월 UST가 다시 디페깅됐고 이번에는 회복하지 못했다.
- UST 상환과정에서 LUNA가 대량 발행되며 죽음의 나선이 발생했다.
- SEC는 약 400억 달러의 시장가치가 증발했다고 본다.[1]
- 기존 Terra 체인은 이후 Terra Classic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 기존 LUNA는 LUNC가 됐고 UST는 USTC가 됐다.
- 새 Terra 체인은 새로운 LUNA를 발행했다.
- 자세한 LUNA 설명은 루나 문서 참고.
- 권도형은 사태 이후 한국 수사기관의 추적대상이 됐다.
- 2023년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 사용 중 체포됐다.
- 미국과 한국이 모두 송환을 요구했다.
- 2024년 12월 31일 미국으로 송환됐다.
- 2024년 미국 배심원단은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에게 투자자 사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2]
-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에 대한 SEC 최종 금전판결 규모는 약 44억7천만 달러였다.[6]
- 테라폼랩스는 2024년 파산 청산절차에 들어갔다.[7]
- 권도형은 2025년 미국 형사재판에서 사기 관련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다.
- 2025년 12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3]
- 미국 법원은 권도형에게 1,900만 달러 이상의 범죄수익 몰수도 명령했다.[8]
- 신현성 등 한국 피고인들의 본류 사건은 2026년 현재 아직 1심 재판 중이다.[4]
- 따라서 신현성에게 권도형과 동일하게 유죄가 확정됐다고 쓰면 안 된다.
- 테라 관련 한국 사건의 일부 주변 피고인에게는 이미 별도의 1심 유죄판결이 나왔다.
- 권도형이 붕괴 전 남긴 각종 트위터 발언은 사건 이후 코인판 최고의 박제자료가 됐다.
- UST는 '스테이블코인'이었지만 역사에 남은 가장 유명한 디페깅 사례가 됐다.
- LUNA와 UST는 서로를 안정시키도록 설계됐는데 실제 위기에서는 서로를 존나 빠르게 죽였다.
같이 보기
각주
- ↑ 1.0 1.1 1.2 「Terraform and Kwon to Pay $4.5 Billion Following Fraud Verdict」,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2024-06-13.
- ↑ 2.0 2.1 2.2 2.3 2.4 2.5 2.6 2.7 「Statement on Jury's Verdict in Trial of Terraform Labs and Do Kwon」,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2024-04-05.
- ↑ 3.0 3.1 3.2 3.3 3.4 3.5 3.6 「Crypto-Enabled Fraudster Sentenced For Orchestrating $40 Billion Fraud」, U.S. Department of Justice, 2025-12-11.
- ↑ 4.0 4.1 4.2 4.3 4.4 4.5 「'테라·루나' 재판 장기화 와중에…신현성 측, 추징보전 반발 소송」, 일요신문·네이트뉴스, 2026-02-11.
- ↑ 5.0 5.1 5.2 「Tai Mo Shan to Pay $123 Million for Negligently Misleading Investors About Stability of Terra USD」,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2024-12-20.
- ↑ 6.0 6.1 6.2 6.3 6.4 「SEC v. Terraform Labs and Do Kwon」,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 ↑ 7.0 7.1 7.2 「Terraform Labs approved for bankruptcy wind-down after US SEC settlement」, Reuters, 2024-09-19.
- ↑ 8.0 8.1 「United States v. Kwon」, U.S. Department of Justice.
- ↑ 「'테라·루나' 신현성 두번째 구속심사」, 연합뉴스, 2023-03-30.
- ↑ 「'테라·루나' 반년만에 재판…신현성 '권도형과 공모 안 해'」, 뉴시스, 2023-10-30.
- ↑ 「'테라·루나 사태' 신현성, 혐의 전면 부인…첫 재판 쟁점 세가지」, 아시아경제, 2023-10-31.
- ↑ 「'테라·루나 사태' 발생 3년 만에…금융컨설턴트 '알선수재' 첫 유죄 판결」, 일요신문·네이트뉴스, 2025-08-26.